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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철학강의 - 오귀스트 콩트
등록일 : 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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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제목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라는 말 때문에 이 책을 보통의 철학 도서로 생각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 바로 철학이라는 말 앞에 붙어 있는 '실증'이라는 말 때문이다. 콩트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의 모든 철학을 배격하고자 했다. 지금도 철학이라는 말에서, 구체적인 문제, 경험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는 문제를 놓고 궁리하는 활동이라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콩트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요컨대 '실증철학'이라는 말은, 콩트 이전의 모든 철학이 실증적이지 못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실증이라는 말은 당연히 과학과 관계가 깊다. 과학이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들을 문제삼는 활동이라고 본다면 말이다. 콩트는 프랑스의 에콜 폴리테크닉,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한국과학기술원에서 1814년부터 3년 동안 공부했고, 공부를 마친 뒤에도 개인적으로 과학 연구에 몰두했다.

이러한 그이기에, 경험적 검증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가지고 이리 저리 궁리하는 그 때까지의 철학을 배격하고자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실증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철학을 직접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한 시도의 결과가 바로 이 책, 그러니까 1830년부터 1854년 사이에 출간된 전6권의 {실증철학강의}이다. 개설 부분 2강(講), 수학 16강,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이 각 10강, 그리고 사회학 14강 등, 모두 72강으로 이루어져 있는 방대한 저술이다. 이러한 내용 구성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철학에 대한 논의는 볼 수 없다.

수학적 논리성이나 경험적 실증성을 갖추고 있는 여러 분과 학문에 대한 콩트 나름의 견해가 서술되어 있고, 그것들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묶어 보려는 시도가 전개되어 있다.



 

특히 각별한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회학 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콩트를 사회학 또는 사회과학의 사실상의 창시자로 보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사회학(sociology)이라는 단어 자체가 콩트 자신이 처음으로 만들어 낸 말이기도 하다. 콩트에 따르면, 과학적 지식도 인류 사회가 발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발전 단계를 거친다. 그가 본 인류 진보의 과정은, 신학적 단계, 형이상학적 단계, 그리고 과학적 단계이다.

신학적 단계에서 인류는 자연을 감정과 정서를 지닌 것으로 인식한다. 요컨대 자연 현상에 대해서 그것이 사납다던가 친절하다던가 하는 식으로 파악한다. 점성술이니 연금술이니 하는 것들이 판을 치는 단계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형이상학적 단계에서는, 자연 현상이나 사물을 일컫는 개념을 추상화시켜, 그러한 개념을 통해 자연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체니 속성이니 본질이니 하는 개념을 통해서 세계를 바르게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과학적 단계에서 인류는, 과학적 추론과 관찰에 따라 모든 현상,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길임을 알게 된다.

콩트에 따르면, 사회(과)학이야말로, 다른 모든 과학이 발전한 뒤에서야 나타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학문이다. 그는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학이 차례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그는 이러한 발전 순서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특수한 것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다른 학문과 연관성이 없는 것에서 보다 긴밀하고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생물학은 생명체의 각 요소를 분리된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전체로 파악한다. 이 때문에 그런 특성을 지니지 않은 이전 단계의 과학들에 비해서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과학이 된다. 사회학은 그러한 생물학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는데다가, 그 유기적인 복잡성이 생물학의 연구 대상에 비해서 훨씬 더 하다.

콩트는 이러한 사회(과)학을, 생물학을 해부학과 생리학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정학(靜學)과 동학(動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사회 체계의 여러 요소들 사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정학이고, 사회 체계의 변화, 발전을 초래하는 요인의 작용을 탐구하는 것이 동학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학은 사회 질서, 구조, 형태에 대한 탐구이며, 동학은 사회 진보, 과정, 변화에 대한 탐구이다. 콩트가 말하는 인류 진보의 3단계도 바로 동학적 탐구의 결과인 셈이다.

물론 오늘날에 와서 보면, 콩트의 주장 자체가 '형이상학적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가 하는 비판이 가능하다. 요컨대 인류 발전의 3단계니 하는 주장들은 실증적으로,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주장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콩트가 활동하던 시대의 관점에서 본다면, 당시로서는 최신의 과학적 탐구 성과에 기초하여 오래 된 학문 전통을 전면적으로 혁신시키고자 하는, 참신한 시도였음이 분명하다.

명저산책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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