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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등록일 : 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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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하면 공자(孔子 BC 551-BC 479), 공자 하면 <논어>지만, <논어>는 공자가 집필한 책은 아니다.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문헌은 제후국의 연대기라고 할 수 있는 <춘추>(春秋)가 유일하다. <논어>는 또한 공자의 언행만 담고 있는 책도 아니다. 결국 내용으로 보면 공자 및 공자의 제자들의 언행을 담고 있으며, 편찬자로 보면 공자의 제자 또는 제자의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論語'라는 제목은 '공자의 제자들이 각자가 기록한 것을 모아 의논하면서 편찬했다'는 정도의 의미를 지닌다. 한 두 사람의 손에 의해 짧은 기간 안에 편찬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편찬에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대부분의 구절이 무척 짧은데, 이것은 부분적으로는 공자 시대의 기록 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의 필기 방식은 죽간, 그러니까 대나무 조각에 칼로 글을 새겨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의 경우, 말을 하자마자 적어 놓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공자가 말을 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다음에 제자들이 기억을 되살려 기록해놓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설혹 즉시 적어 놓는다고 해도, 필기 방식이 불편한 이상 무척 서둘러서 재빨리 메모해야 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논어>는 모두 2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편의 제목은 각 편 첫 머리 글자를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첫 편인 '학이'(學而)편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呼)의 첫 두 글자를 따서 편의 제목을 붙인 것이다. 따라서 각 편의 제목은 각 편의 주제나 내용과는 상관이 없고 편의상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어>는 잘 알려져 있듯이, 중요한 유교 경서 네 가지(<논어>, 이외에 <맹자>, <대학>, <중용>) 즉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철저한 유교 국가였던 조선 시대 이후 우리 나라에서는 학문, 사상,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존중되었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공자를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인간상, 즉 성인으로 존경해마지 않았고, 그들은 <논어>를 통해 공자의 말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자의 행적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는 문헌은 <논어>를 제외하면,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 '공자세가'(孔子世家)가 거의 유일하다. 다른 대부분의 문헌은 신뢰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논어> 전체에 흐르는 공자의 관심은 내적으로는 확고한 도덕성을 갖추고 외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인간, 다시 말해서 군자(君子)에 이르는 길을 찾는 것이다. 공자 자신이 고국인 노(魯)나라에서 벼슬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제자들이 군자가 되어 나라를 올바르게 다스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공자 자신도 55세 때부터 14년에 걸쳐 제자들과 함께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뜻을 받아 줄 군주를 찾았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노나라로 돌아와 교육에 전념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에는 <논어>의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도덕 훈계에 불과하다던가 하는 따위의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도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논어>만의 운명이기보다는 동서양의 고전 대부분의 운명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고전의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고전이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것이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논어>가 지니는 그런 가치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지배계층의 사회적 신분을 지칭하는 용어에 불과했던 군자에, 도덕적 인격자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요컨대 천부적인 덕을 일상 생활 속에서 갈고 닦아 인(仁)을 이룬 인격자,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인격을 바탕으로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 공자는 바로 그런 인간상을 제시했다. <논어>에는 군자 그리고 군자에 대비되는 소인(小人)을 비교하는 부분이 무척 많다. 소인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해 하지만 군자는 평온하고 의연하다. (안연(顔淵)4) 소인은 남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지만 화합하지는 못한다. 이에 비해 군자는 남들과 화합하지만 맹목적으로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자로(子路)23). 군자는 치우치지 않고 남과 경쟁하는 마음이 없지만, 소인은 편파적이고 늘 남들과 경쟁하려 한다. (위정(爲政)14). 군자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지만(학이(學而)8), 소인은 겉치레에 치우치고 고집스럽다.(자장(子張)8) 공자가 2,500년 전에 제시한 군자라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어떤 의미에서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는지, <논어>를 읽으면서 곱씹어 볼 문제라 하겠다.

명저산책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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