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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론 - 존 로크
등록일 : 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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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본래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시민 통치에 관한 두 편의 논고'(Two Treatises of Government)가 된다. 사회 구성원의 권리와 통치 체제의 정당한 운영 원리를 논하는 내용인데,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가 1681년 경에 집필을 시작하여 1690년에 출간되었으며, 로크의 정치사상을 대표하는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제1논고는 왕권신수설에 대한 반론이며, 제2논고는 시민 통치의 기원, 정당성, 목적, 그리고 통치 기관의 정당성이 상실되는 경우와 그에 대해 시민들이 취할 수 있는 조치 등을 담고 있다. 오늘날의 우리가 당연시하는 민주주의 대의정치론도 로크의 이 저서에서 처음 본격적으로 개진되었다.

로크에 따르면 인간의 자연 상태는 무질서나 혼란 상태가 결코 아니다.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없이 만인이 평등한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생명, 건강, 자유, 소유물 등에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자연의 법, 즉 이성의 법이 지배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연의 법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노동을 통하여 자연의 산물을 가공함으로써 그것을 배타적인 소유물(재산)로 만들 수 있는 권리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노동을 통하여 자연의 활용 가치를 높인 사람이 그에 따른 이득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이 정당하다. 바로 이러한 로크의 견해는 다름 아닌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자연의 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타인을 부당하게 자신의 지배 밑에 두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자연 상태는 전쟁 상태가 되어 버린다. 사람들은 전쟁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협약을 맺어 공동체를 세우고, 그 협약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며, 협약의 준수와 새 협약의 제정을 이끄는 공동체 관리자를 선임한다. 그리고 각자의 자유와 재산 등의 자연권을 일부 포기하여 공동체에 양도한다. 대신에 공동체가 제정한 법의 보호를 호소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이것이 바로 사회계약설이자 대의정치의 원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협약을 통해 공동체를 이룩한 주체가 바로 공동체의 주인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공동체의 새로운 협약 제정과 협약 준수의 관리를 위해 선임된 사람들(전자가 입법 기관이라면 후자는 행정 기관에 해당할 것이다.)은 어디까지나 일종의 위임 관리자에 불과하며, 공동체의 주인은 시민들이다. 이것이 바로 주권재민의 원리이다.




여기에도 문제의 소지는 있다. 통치자가 위임받은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다면?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로크는 입법권과 집행권을 분립시켜 그 행사를 상호 견제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른바 권력분립의 원리이다. 그런데 이런 방지책에도 불구하고 통치자가 월권을 행하면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침해한다면?

이런 경우 시민들은 통치자 또는 통치 형태를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권리, 즉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계약 조건을 파기한 계약 당사자를 몰아내고 새로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인 셈이다. 통치자의 부당한 전횡에 맞서서 통치자에 대항하고 결국 몰아낼 수 있는 권리, 이것은 1689년에 영국에서 일어났고 로크 자신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고 볼 수 있는 명예혁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주장이기도 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통치론]에 나타나 있는 로크의 정치 사상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이념적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회계약설, 주권재민론, 대의정치론, 권력분립의 원리, 저항권 등은 오늘날의 민주국가에서는 당연시되는 전제들이기도 하다. 로크의 정치 사상은 이후 미국의 독립선언문(1776)과 미국 헌법(1787), 그리고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1789)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의 인권 사상과 헌법의 이론적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라는 우리 나라 헌법의 첫 조문도 근본적으로는 로크의 정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자연 상태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전제 위에서 출발하는 로크의 이론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은 일종의 이상론에 가까우며, 사실은 다양하게 불평등한 조건을 안고 출발한다. 더구나 사회적인 불평등 조건은 또 얼마나 많은가?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노력을 가한 자연물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도, 자칫하면 부의 집중과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 요컨대 로크의 정치 사상은 자유와 평등의 이념 중에서 자유 쪽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시민의 재산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소극적인 의미의 국가에 못지 않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의 조건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의미의 국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로크 이후의 서구 각국의 정치 발전은 크게 볼 때 바로 그러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명저산책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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