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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등록일 :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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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1908-)는 1937년부터 1938년까지 브라질에 체류하면서, 내륙 지방의 네 원주민 부족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 카와이브족에 대한 조사 연구를 행했다. 그 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1955년에 저술한 책이 바로 {슬픈 열대}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인류학 관찰 보고서가 아니다. 레비-스트로스 자신의 사상적 편력과 청년기의 체험 등이 일종의 자서전 형태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레비-스트로스는 원주민 사회를 파괴하는 서구 문명의 침략성에 대해 분노를 나타내고 있으며, 자신이 이제는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을 탐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비통해한다. 서양 문명이 황폐화시켜버린 열대를 조사하는 인류학자의 비애가 '슬픈 열대'라는 제목을 낳은 셈이다. 그가 비애감을 느낀 것은, 서양의 선교사, 농장주, 식민주의자, 정부관리들이 나름의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고 있던 열대 원주민 사회에 침투해 들어와 그들의 정신세계를 상업주의로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서양인들이 문명인임을 자처하며 자신들과 다른 삶의 방식을 지녀온 이들을 멋대로 야만이라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낙인찍는 오만에 대해서도 비애감을 느낀다.
 
오히려 그가 보기에 이른바 미개 사회는 '인간성에 관한 전체적 체험을 거의 완전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 사회는 우리들의 사회와는 다른 종류의 사회일 뿐'이다. 세계의 다른 문화, 다른 지역에 대해 자신들의 가치 기준을 부여하려는 서구 사회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물론 현재의 서구 사회가 기술적으로는 원주민 미개사회보다 우월할지 모른다. 하지만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그것이 정신적인 면에서도 우열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나무뿌리나 거미 또는 유충들을 먹기도 하고,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는 부족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현대 서구 사회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그리고 만족스럽게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레비-스트로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편협성, 서구인들이 행동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으려는 사회를 야만적이라고 경멸하는 태도, 이런 것은 모두 서구 사회 자체가 부족적인 편견 또는 민족적인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원시인의 잔인함, 미개성의 징표처럼 간주되어 온 식인풍습도 레비-스트로스는 '조상의 몸의 일부나 적의 주검의 살점을 먹음으로써 죽은 자의 덕을 얻으려 하거나 그 힘들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주술적 의미를 지닌다고 변호한다. 그리고 '식인풍습이 죽음의 신성함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면, 해부학 실습을 허용하는 일도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두 가지 유형으로 사회를 나누어 설명한다.

즉 식인풍습을 행하는 사회에서는 어떤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중화시키거나 자기네에게 유리하도록 변모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을 자기네 육체 속으로 빨아들이는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현대 서구 사회의 경우에는 같은 문제에 직면하여 그들은 정반대의 해결책을 택한다. 무섭고 끔찍한 존재들을 일정 기간 또는 영원히 고립시킴으로써 사회로부터 추방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고안된 감옥, 병원 등의 시설 가운데에서 인간성과의 모든 접촉을 거부당한다. 우리가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그러한 우리의 관습은 극심한 공포를 일으킬 것이다. 결국 우리와는 상반되는 관습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그들을 야만적이라고 간주하듯이, 우리들 자신도 그들에게는 야만적으로 보여지게 된다.

<슬픈 열대>는 인류학 조사 보고서로서보다는 위와 같은 레비-스트로스의 비판적인 태도 때문에 폭넓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인류학 더 나아가 사회과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라는 다른 저서에서도 서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과학적 사고와 미개 사회에서 우세한 주술적, 신화적 사고 사이에 커다란 간격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후자, 즉 야생의 사고를 인간의 본래적이고 보편적인 사고 형태로 간주했다. 레비-스트로스의 학문적 작업은 학문의 영역을 넘어서, 타문화에 대한 서구 문명의 편협한 시각과 오만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실 서구인들만이 편협한 시각을 지닌 것은 아니다. 이른바 자민족 중심주의 또는 자민족 우월주의(ethnocentrism)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적인 관념 속에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천대도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의 미개사회에 대한 견해는 종종 미개사회, 원시사회를 지나치게 이상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의 구조조의 인류학 역시 변화의 측면을 간과하고 지속, 원형, 구조의 측면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사실 레비-스트로스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어떤 원형적인 것, 사회계약 상태 이전의 순수 자연 상태의 인간을 찾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었음을 고백한 적도 있다. 그런 열망을 감안한다면, 백인들에 의해 이미 오염된 브라질 내륙 원주민 사회와 만난 그가 얼마나 큰 실망을 느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명저산책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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