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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상의 축은 무엇인가?
등록일 :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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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라는 인물은 종교 중심, 신 중심의 중국 문화 및 사상을 인문의 세계로 변화시킨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논어}에도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공자는 끝내 종교적인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인간적인 노력의 한계로서의 운명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러한 공자 이후 중국의 주류 고급 문화는 철저하게 비종교적이며, 종교적인 요소는 고급 문화에서 벗어나 민간 종교의 차원에 머물렀다.
 

이것은 서양의 주류 고급 문화가 철저하게 종교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과 대조적이다. 철학이라는 말, 즉 philosophy의 어원이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때, 여기에서 지혜는 현상적, 세속적인 지혜가 아닌 초월적인 지혜, 불변의 존재 세계에 대한 지혜를 뜻한다. 철학의 출발을 신화에서 철학으로, 즉 종교에서 철학으로의 변화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철학은 신화의 극복이 아니라 합리성의 옷을 입힌 신화에 가깝다.
 

모든 종교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보편적 종교 현상으로서의 샤마니즘은 희랍에서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은 피타고라스 학파와 오르페우스주의에 반영되어 있으며, 다시 신의 자리에 이데아가 존재하는 플라톤 철학에 의해 계승된다. 주어진 세계를 부정하고 보다 참된 세계를 열망하는 하이데거의 존재 신학(onto-theology)은 이런 의미에서 주류 철학 전통의 적자라고 할 수 있다. 아테네(헬레니즘)와 예루살렘(헤브라이즘)의 만남은 결코 우연적인 것이 아니었다. 철학사는 물론 서양 문화 전반이 신과 인간 양자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는 점은, 줄기차게 신 아니면 인간만을 그리다가 18세기 말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야 자연 그 자체를 묘사한 풍경화가 등장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사상에는 실체와 현상, 영과 육의 수직적 이원론이 부재한 대신, 천과 인, 유와 무, 자연과 인위 등의 수평적 이원론이 발달했다. 이러한 중국 사상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그것을 서양의 주류 형이상학 전통 고유의 개념을 통해 파악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예컨대 천인 관계에서 천은 어떤 실체 개념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스스로 그러한 자연을 뜻한다. 도니 무니 하는 개념들도 철저하게 반실체론적, 반형이상학적, 반존재론적 개념이다. 때문에 무의 형이상학이니 도의 존재론이니 하는 말로 중국 사상을 기술하려는 시도는 가당치 않다.
 

그렇다면 중국 사상의 축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연과 인위, 바꾸어 말하면 naturalism의 경향과 humanism의 경향이다. 전자는 인간이 자연의 일물(一物) 이상이 아니며, 태어난 바 그대로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연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후자는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세계에서 벗어나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인간의 본연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물론 이러한 두 입장은 한 사상가나 사상 유파에서도 늘 중첩되어 나타나며, 어느 한 쪽의 경향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는 차이, 요컨대 강조점의 차이를 보일 뿐이다. 예를 들어 음풍농월하며 자연 세계로 물러나 침잠하려는 조선 시대 유교 지식인들의 바람은, 치국평천하의 책임 의식과 늘 중첩되어 나타난다. 요컨대 naturalism과 humanism은 유교 지식인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물러섬(處)과 나아감(出)의 긴장으로 나타난다.


중국사상사 차례보기  > 은에서 동주 시대까지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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