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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와 소국과민의 주장, 노자
등록일 :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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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의 노자 관련 기록


한편 문화주의, 인문주의의 경향을 강하게 지닌 공자 및 유가와 사뭇 다른 사상 경향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노자이다. 노자의 출신 성분과 그 정확한 생몰 연대, 이력 등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때문에 혹자는 노자를 단지 전설상의 인물에 불과하다고 보기까지 한다. 노자의 전기로 가장 널리 인용되는 것은 사마천의 {사기} 노자전인데, 그에 따르면 노자는 초(楚)나라 고현(苦縣) 사람으로 성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는 백양(伯陽), 시호가 담(聃)이며, 주나라 왕실 문서 보관소의 관리인으로 일했다고 한다. 주나라를 방문한 공자가 노자에게 예에 관해 물었고 노자는 공자의 위선을 질타했지만, 공자는 노자가 용처럼 뛰어난 인물이라 감복했다고 한다.


* 베일에 가려진 노자와 {노자}

이대로라면 노자와 공자는 같은 시대 인물이 되지만, 사실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와 비슷한 시대 무렵의 인물로 추정된다. 사마천이 {사기}를 편찬할 무렵에는 이미 노자와 관련한 다양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었다. 요컨대 그 시기에 이미 노자는 전설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또한 노자가 만년에 서쪽으로 가다가 관문지기에게 건네주었다는 {노자}, 즉 {도덕경}(道德經)도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사람의 손을 거쳐 현재와 같은 문장과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물론 비교적 일관된 체계성과 문장 구성으로 보아, 어느 시기에 한 사람이 최종적으로 손질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은 가능하다.


* 노자 사상의 연원에 대하여

노자의 출신지가 초나라 지역이라는 {사기}의 기록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다. 초나라는 중국의 문화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른바 남방 문화에 가까운 곳이다. 노자 사상이 지니는 유가 사상과의 이질성을 그러한 지역적 특징에서 찾고자 하는 셈이다. 한편 노자의 가르침을 이었다고 평가받는 {장자}에 노자가 송나라의 패(沛) 지역 출신이라는 기록이 있다. 장자 역시 상 왕조의 유민들의 나라인 송나라 출신이다. 이에 따라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정치적, 군사적으로 패망의 길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생겨난 사상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또한 {논어}에 가끔 등장하는 은자(隱者)들의 인생관을 대변하는 사상으로 보기도 한다.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에 실망을 느끼거나 패배하고 좌절한 사람들이 세속을 멀리하고 소극적인 인생관을 지니게 된 것에서 노자 사상의 연원을 찾는 셈이다. 그러나 노자 사상의 연원을 어느 하나로 소급하여 단정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 스스로 그러한 도

도는 노자만의 특유한 개념이 물론 아니다. 그러나 노자의 도는 유가의 도와는 달리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도를 뜻한다. 공자는 혼란의 원인을 인위적 질서 및 그 근간을 이루는 예법과 도덕의 붕괴에서 찾은 데 비해, 노자는 오히려 인위적인 예법과 도덕이야말로 혼란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노자는 말한다 '대도(大道)가 없어서 인의가 있고, 지혜가 나와서 큰 거짓이 있고, 육친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여 효가 있고, 국가가 혼란하기에 충신이 있다.'({노자} 제18장) 참으로 크고 진정한 도가 행해진다면 인의 같은 인위적인 덕목은 불필요하다. 노자는 지배자가 인위적인 도덕과 법률로 백성들을 구속하지 말고 스스로 그러한 자발성과 자연스러움에 맡길 것을 강조했다.


* 지식과 과욕을 버리고 자족하라

노자는 말한다.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귀를 어둡게 하고, 오미를 입을 마비시키고, 말을 타고 수렵하며 즐기면 사람의 마음은 미치게 되며, 진귀하여 얻기 힘든 재화는 사람의 행동을 사악하게 만든다.' 인간이 가진 욕망 그 자체가 전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욕망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욕망을 더욱 심화시키고 조장하는 인위적인 요인에 있다. 자연 상태에 가까운 인간일수록 욕망이 적고 고도의 문화 생활을 누리는 인간일수록 욕망도 다양하고 강하다.


*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노자는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은 것을 이긴다'({노자} 제78장)고 보았다. 예컨대 바다나 큰 강이 여러 냇물의 물을 모아들여 거대해지는 것은, 여러 냇물보다 아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한 것,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 굳은 것을 이기는 것은, 강자가 약자를 이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투지 않고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자의 생각은 전란이 끊이지 않는 전국 시대의 현실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기도 하다.


* 무에서 유가 생긴다

노자가 말하는 무는 아무 것도 없음을 가리키는 절대적이고 존재론적인 무라기보다는, 텅 비우는 것으로서의 무, 억지로 함이 없는 무를 뜻한다. 또한 노자가 말하는 무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즉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써 하지 않음이 없는 무이기도 하다. 예컨대 수레바퀴에는 텅 빈 바퀴 구멍이 있어야 비로소 그 가운데 축을 넣어 수레가 수레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자는 더 나아가 천하의 만물이 유에서 생기고, 유는 무에서 비롯되었다고까지 한다. 하늘과 땅이 텅 비어 있음으로써 비로소 그 사이에 만물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 나라를 적게 하고 백성의 숫자를 줄여라

여러 나라가 땅과 인구를 늘려 강대국이 되고자 서로 경쟁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노자는 나라를 적게 하고 백성의 숫자를 줄이라는 주장(小國寡民)을 한다. 노자는 태고적의 소박한 생활을 영위하는 소규모의 농촌 공동체를 이상적인 인간 공동체로 간주했던 것이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사회 규모가 복잡하고 커질수록, 이기심과 탐욕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갈등과 분쟁이 늘어간다. 노자가 주장한 소국과민은 그러한 현실에 대한 역설적인 대안이었다.


- 메모 : 반문화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 자신 고도의 문자 생활을 영위했다는 점에 노자의 역설, 더 나아가 문명화된 인간의 역설이 있다.
 

중국사상사 차례보기  > 은에서 동주 시대까지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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