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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그러한 도에 내어 맡긴다, 장자
등록일 : 20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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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주와 {장자}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장주(莊周)는 송나라의 몽(蒙) 출신으로 하급 관리를 지냈으며, 초나라 위왕이 그를 재상으로 맞이하려 했지만 "제사 지낼 때의 소처럼 희생이 되기는 싫다. 나는 더러운 가운데 파묻혀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며 거절했다. 사마천은 장주를 일컬어 '그 학문이 높고, 근본 취지는 노자를 같았다'고 평가했다. 장주의 생몰 연대는 불확실하지만 대략 기원전 4세기 중반에서 후반 사이로 추정된다.
한편 {장자}는 내편, 외편, 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주 본래의 사상과 장주의 가르침을 따르는 보다 후대 사람들의 입장이 뒤섞여 있다. 오늘날의 학자들은 대체로 내편이 장주의 사상을 비교적 온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장자}는 체계적인 논설보다는 우언, 그러니까 우화로 가득하다. 때문에 {장자}는 사상서임과 동시에 그 문학적인 가치로도 이름이 높다.


* 제 나름의 타고난 본성을 긍정하라

장주는 자연과 인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와 말은 네 다리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자연적이다. 말머리에 멍에를 얹고 소의 코에 고삐를 꿰는 것. 이것이 인위적이다." 요컨대 만물은 제 각기 나름의 타고난 본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본성을 따를 때 각자가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리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주면 걱정거리가 되고, 학의 다리가 길지만 끊으면 슬픈 일이다. 본래부터 긴 것을 잘라서도 안되고 본래부터 짧은 것을 이어서도 안 된다." 만물을 하나의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스스로 그러함, 즉 자연에 내어 맡겨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 차별의식에서 벗어나라

{장자} 내편 가운데 제물론(齊物論)편에서 장주는 크고 작음, 아름다움과 추함, 옳고 그름, 참과 거짓, 삶과 죽음, 나와 대상, 이러한 다름과 차별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임을 지적한다. 예컨대 절세의 미인이라 할지라도 연못의 물고기, 나무의 새, 들의 사슴은 미인이 단지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요컨대 미인이란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미인일 뿐이며, 아름다움이란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상대성과 주관성에 매몰되지 않고 사물에 대한 차별에서 벗어나려면, 사물을 나누어 차별하는 인위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긍정하는 무위의 태도가 필요하다.


* 운명의 긍정

모든 대립과 차별에서 벗어나 만물을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는 입장은, 삶에 주어진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인간의 삶은 행복과 불행, 부유함과 가난함, 명예와 불명예, 장수와 단명, 미인과 박색, 천재와 둔재 등 무수한 대립적인 상황과 처지로 가득하다. 물론 인위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장주는 이렇게 말한다. "성인은 무엇이라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 일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제에 있고, 모두를 그대로 긍정한다. 청춘을 좋다하고, 노년을 좋다하고, 인생의 시작을 좋다하고, 인생의 끝을 좋다한다."


* 다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다스림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천하를 있는 그대로 보존하여 너그러이 놓아둔다는 말은 들었어도 천하를 다스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는 것은 천하 백성의 본성이 음란해질까 두려워서이고, 너그러이 놓아두는 것은 천하의 백성이 그 본래 타고난 덕을 바꿀까 두려워서이다. 천하 백성의 본성이 음란하지도, 타고난 덕을 바꾸지도 아니했는데, 그럼에도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있어야 할까?"
다스린다는 것, 즉 정치는 결국 획일적인 법률, 제도, 도덕률 등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일이다. 그렇게 강요함으로써 각자의 타고난 본성을 헤치게 되고 결국 인간은 불행해진다. 획일적인 기준으로 다양성과 고유성의 차이를 없애버리려는 인위적인 노력이야말로 비극과 불행의 원인이다.


메모 : 장주의 생몰 연대가 대략 기원전 3세기 초반에서 중반 사이라는 설도 있지만, 정확하게 확정하기는 힘들다.


중국사상사 차례보기  > 은에서 동주 시대까지 ⓒ 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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