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 출근길, 곤충 엑스(x)의 행진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밀집한 도심과는 조금은 낯선 파주 출판도시의 출근길 풍경이다. 도로에는 차가 드물고 인도에는 행인이 넉넉하게 다닌다. 뜬금없이 부처님 경전의 한 말씀을 싱겁게 인용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했던가. 요즘은 태양도 일찍 출근하는 모양이다. 겨울이라면 깜깜 신..
  • <논어>에 대한 명상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최근에 <논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면서 힘겹게 반고비를 넘는 동안 인생의 깔딱고개에 마련된 쉼터처럼, 그것은 우연히 만난 것이었다. 몇 달에 걸쳐 이루어진 그 만남을 시간 순서를 무시하고 엮어보기로 한다. 1. 젊은 학인들과의 공부 ..
  • 해변가의 칡넝쿨을 붙들고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산에서 내려와 시간이 남을 때 바닷가로 가서 해변식물을 조사하기도 한다. 오전에 남해 탐사에 나섰다가 오후에 도착한 어느 한적한 바닷가. 여느 해안가처럼 멀리 바다가 있고 설레는 물은 출렁이고 있었다. 수평과 수직이 이 자연에 어디에 따로 있겠느냐만, 부분을 떼서 카메라에 담으려니 ..
  • 왕이 된 남자, 대통령이 된 남자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산으로 들었다. 아직 산에 정착하지는 못한다. 그러기엔 나의 담력이 부족하다. 산의 바깥에 두고 온 물건도 너무 많다. 내 안에 담긴 욕망은 너무도 끈질겨서 저기 바깥과 탯줄처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부스러지는 소리..
  • 마곡사에서 만난 불목하니, 아니 불모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마곡사 가는 길이다. 평일의 한낮은 햇살도 다르다. 보통 때라면 그저 나를 가능케 했던 것에 불과한 햇빛이었다. 요일을 달리 하고 보니 평범했던 햇살이 가파른 파장으로 변해서 전혀 다른 각도로 가슴을 찔러 들어온다. 꽃이야말로 햇빛의 아들. 그 꽃을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