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 소들이 사는 집에서 개울 건너 무덤까지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전라남도 순천 외곽. 상검 마을 골짜기는 봄꽃들의 잔치판이었다. 꿩의바람꽃, 얼레지, 만주바람꽃, 현호색 등의 활짝 피었다. 골짜기가 깊어서 꽃들의 씨앗이 무척 굵었다. 꼴(풀, 소에게 주는 먹이)을 많이 베어서 망태가 무겁듯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서 카메라도 무척 무거워졌다. 흔들..
  • 약천사 입구 영산홍 아래에서 만난 반야심경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심학산 약천사 아래 사하촌은 각종 식당이 즐비하다. 어제 어떤 모임이 있어 옻닭으로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배도 꺼줄 겸 걸어서 심학산을 넘어 사무실로 복귀하기로 했다. 중학교 시절 지독한 만원버스가 아니라 집 뒷산을 걸어서 등하교를 했는데,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나기도 하는 가운..
  • 정토에 발을 묻다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밝다. 따뜻하다. 눈부시다. 종요롭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봄이다. 빳빳한 싸리나무 가지처럼 내리꽂힌 햇살 사이로 걸어간다. 오늘 걷는 길은 운제산 산여계곡. 물감이 빠진 낙엽의 무채색은 잿빛 승복의 색이다. 층층나무 잎은 더욱 그렇다. 이곳은 숲은 아주아주 불교적이다. 세상에서 받은 것은 고스란..
  • 벌, 닭, 까치의 거룩한 식사법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산을 노랗게 제식으로 번역해내는 산수유에 벌 한마리가 악착같이 붙어 귓속말을 전한다. 찰거머리 같은 중매쟁이의 모습 그대로이다. 제발 내 말 좀 들어보라는 데 꽃은 아무 흥미가 없다. 그저 올 봄의 꽃밥을 만드는데 열중할 뿐이다. 바람을 불러 도리질을 해 보지만 벌은 왜 이렇게 귀찮게 ..
  • 외국어 유감
    화요일의 심리학 - 정재곤
      벌써 오래전 일이다. 우리말은 물론 영어도 사용하지 않는 외국 나라에서 근 십여 년 동안 유학생활을 하고 나서 영구 귀국한 직후의 일이다. 어느 모임에선가 선배님 한 분이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에이에스(AS)’란 말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