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 어머니의 선물 4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옷걸이. 내 안에는 대체 어떤 몽매한 작자가 살고 있을까. 도대체 어떤 인물이 또아리를 틀고 있기에 어머니를 잃고도 눈물이 나오지를 아니 하는 걸까. 스스로 생각해도 좀 놀랄 지경이었다. 조문객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오시어 목례를 하고, 분향을 하고, 어머니께 절을 하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
  • 전조(前兆)
    화요일의 심리학 - 정재곤
      “여기 잠깐 와볼래?” 아내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바짝 긴장한다. 내가 또 냄비 바닥이라도 태웠나? 아니면, 남은 왕만두를 냉동실이 아니라 냉장실에 잘못 넣은 걸까? 아내의 노래하듯 감미로운 권유형 말투에는 이제 곧 터질 작은 분노가 감춰져 있다. 두려운 전조이다. 내 육감은..
  • 어머니의 선물 3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朴外訃. 사위가 조용하다. 이런 밤이 드물다. 지금은 새벽 4시.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만 했던 학창시절에도 밤을 새웠던 적은 없었다. 어머니와 헤어져 형제들만 텅 빈 방으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나라로, 우리는 장례식장의 어느 한구석으로 나뉜 것이다. 정신을 수습하고 보니 딱히..
  • 어머니의 선물 2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첫눈. 어머니 떠나시고 첫눈이다. 달포 전에 서울에서 진눈깨비를 만나긴 했었다. 광화문에서 촛불집회에 갔을 때였다. 그것은 공중에 흩날리다가 눈이 되지를 못하고 물로 변해서 축축하게 내렸다. 워낙 많은 촛불의 위력에 놀라 사람들의 어깨를 슬쩍 두드려 격려해주곤 발밑에 사뿐히 내려..
  • 어머니의 선물 1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어머니를 여의었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곁을 떠나신 것이다. 그러고도 하루하루가 지나더니 어느 새 한 달 하고도 열흘이 흘렀다. 울컥울컥 생각이 날 때마다 심학산이 가까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문만 열고 나가면 흙을 디딜 수 있고 산에 오를 수 있기에 마음의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