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관광버스에서 만난 칠언절구
등록일:2018-06-12, 조회수:71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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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시가 유행이라고 한다.
텔레비전에서도 한시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떴다고 한다.

시는 단순한 말놀이가 아니다.
벽돌 같은 문자의 조립도 아니다.

거기에는 인생살이의 고단한 냄새가 쟁여져 있고,
뒷골목의 퀴퀴한 냄새도 버무려져 있어야 제 맛이 우러나는 법이다.

고향을 떠난 자의 스산한 그림자가 배이고
그때 미처 챙기지 못한 인생의 쓰디쓴 맛도 스며들어 있다.
때로는 그게 달콤함이 된다는 사실을 은근 숨겨놓기도 한다.

문장은 모름지기 힘이 세다.
술자리에서 나의 한 친구에게 평생을 소원을 물으니,
그저 입에 담을 만한 한 문장을 찾는 일이라고 해서
번쩍, 그 아까운 술기운을 단숨에 뺏어가버렸다.

두보는 백골이 되었지만 그의 두개골을 빠져나온 생각은
지금도 나의 머릿속을 팍팍 찔러댄다.

두보의 아래와 같은 치열한 시 정신 앞에서
어찌 나의 손이 나의 무릎을 때리지 않을 수 있으랴.

爲人性僻耽佳句 (위인성벽탐가구)
나같은 위인의 버릇은 아름다운 문장을 탐하는 것이라네

語不驚人死不休 (어불경인사불휴)
나의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쉬지 않으리


어쩌다 중국으로 여행을 가면 수려한 풍광 앞에서 한자가 떠올랐다.
저 산세를 추상적으로 옮긴 것이 상형문자가 아니겠느냐는 것.

중국의 도시에 가면 압도적인 문자 풍경들이 많다.
몇 해 전에는 문명(文明)을 강조하는 구호들이 그리 많았다.

이 모두가 이태박과 두보의 후예임을 상기라도 하는 듯했다.
고등학교 시절 한시를 배울 때, 뭐 그리 불편하게
문자를 억압적으로 두운과 각운에 가두려고 하느냐,
생각하기도 했지만 나의 생각이 짧았다.

성조를 가진 한문은
기본적으로 리듬을 타는 낭송의 문화이다,
운율을 착착 맞추는 노래이다.

생활과 밀착한 예술, 삶에 깃들인 예술이 좋다고 부르짖기도 했다.
운을 착착 맞춘 한문들이 어쩌면 그리도 대구가 잘 맞느냐.

전시장에 박제된 서예보다는
유학 떠난 아들의 안부를 묻는 아버지의 봉투속의 붓글씨,
그 일필휘지가 좋았다.

어느 해 주자의 고향인 무이산으로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그때 이용했던 관광버스의 의자 커버에 놀랐다.
낡은 의자 커버에서 뜻밖의 문자향을 발견했다.
이 범속한 버스에서 이런 칠언절구라니!

어제 지난 사진을 정리하다가 뜻밖으로 만났다.
웬만한 격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관광버스의 호객용 한시를 여기에 옮겨 적는다.

高山流水覓知音 (고산류수멱지음) 높은 산 흐르는 물에서 벗을 찾네
名流世嘉最開心 (명류세가최개심) 유명 연예인이 참으로 마음을 상쾌하게 하니
夢裏尋她千百度 (몽리심타천백도) 꿈속에라도 그를 수없이 찾아
娛樂休閑好去處 (오락휴한호거처) 즐기고 쉴 수 있는 좋은 곳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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