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비핵화②
등록일:2018-07-02, 조회수:275
감옥 밖의 감옥 - 이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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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의 조선은 타력으로 해방된 나라이지 자력으로 독립한 나라가 아니었다. 조선 해방의 은인은 일본을 패배로 몰아넣은 2차대전의 전승국들이었지만 2차대전의 전승 주역은 미군이 아니라 소련군이었다. 소련군은 38선 북부에서 일본군을 무장해제시킨 뒤 철수했다. 소련군은 점령군이 아니라 해방군이었다. 미군은 38선 남부에서 일본군 출신 조선인을 중용했다. 일본에 빌붙었던 조선인들은 미군의 비호 아래 이미 6.25전쟁 한참 전부터 38선 남부에서 제주도를 중심으로 동족을 대거 학살했다. 미국이 원자탄을 안 터뜨리고 소련이 순조롭게 일본에 진주했다면 냉전의 분단선은 일본에게 짓밟힌 조선의 38선이 아니라 조선을 짓밟은 일본의 35선에 그어졌을 것이다. 미군은 지금도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전시작전권이 없어 군사 훈련 기간 중에는 바다에서 대형 사고가 일어나도 구조 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는 독립국이 아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중 광주 시민은 미군이 민주 시민을 도우려고 온다는 소문에 한때 들떴지만 미군 사령군의 재가가 없었으면 전두환은 군대를 동원하지 못했다.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을 번번이 거부하고 남과 북의 항구적 갈등을 갈망해온 나라의 군대가 해방군일 수는 없다.

일본의 항복 뒤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에게 치안 유지 권한을 양도했다. 그러나 맥아더가 연합군 사령관 이름으로 발표한 일반명령 1호는 조선에 있는 일본 군대는 조선인이라는 피식민지 세력이 아니라 점령군 미군에게 항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에게 넘겼던 행정권 이양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1945년 9월 8일 미군의 인천 상륙을 환영하러 나온 조선인들은 경비 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의 총격을 받고 2명이 죽었다. 미군을 등에 업고 이승만 정권은 보도연맹 사건과 4.3 제주 학살을 통해 1950년 6.25전쟁이 터지기 전에 이미 30만 명이 넘는 동족을 학살했다. 90년대 말 나토가 유고슬라비아를 폭격해서 유럽에서 아직도 사회주의의 틀을 유지하던 밀로세비치 정부를 무너뜨리면서 내세웠던 가장 큰 명분이 바로 <인도주의적 개입>이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이슬람교도를 학살했다면서 나토는 국제 사회가 세르비아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며 세르비아를 폭격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코소보가 외국이었음에도 코소보에서 벌어지는 만행을 좌시할 수 없다며 전쟁을 벌였다. (이슬람교도 학살은 나토가 눈엣가시였던 밀로세비치를 제거하려고 이슬람 테러 집단을 앞세워 같은 이슬람 민간인을 죽인 뒤 세르비아에 뒤집어씌운 자작극이었다.) 미군과 이승만 정권은 6.25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미 남쪽에서 30만이 넘는 조선인을 학살했다. 나토는 이민족의 학살도 묵과할 수 없다며 군사 작전에 나섰다. 자국민을 학살했고 북침을 공공연하게 외쳤던 이승만 정권은 북의 남침을 성토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전쟁을 간절히 바란 것은 미국이었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미국의 가장 큰 고민은 비대해진 무기생산체제의 유지 방안이었고 6.25전쟁은 미국의 고민을 없애주었다.

6.25전쟁이 끝난 뒤 조선을 줄곧 압살해온 미국이 정전 선언과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무대에 나선 것은 조선이 핵무력을 완성해서였다. 조선이 살인적 경제 제재를 이겨내고 핵무력을 완성한 것은 국제 사회를 믿지 않아서였다. 동유럽 공산주의 체제가 건재하던 시절 소련은 공산권 안의 경제 분업 체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조선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았다. 기름을 댈 테니 석유로 돌아가는 화력발전소를 지으라고 소련이 제안했을 때도 김일성은 조선에서 나지 않는 자원으로 발전소를 굴리는 것은 예속의 길이라며 거절했다. 소련이 붕괴하면서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은 모두 무너졌지만 조선은 자력으로 핵이라는 자위력을 완성했다.

조선은 원자탄과 수소탄이라는 물리핵을 완성하기 전에 인민 단결의 구심점으로서 김일성이라는 인간핵이 있었다. 봉건 조선 왕조는 백성의 절반 가까이가 노비 신분이었다. 부모가 노비면 자식도 사고 팔렸다. 아무도 밑바닥 백성은 챙기지 않았다.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각자도생이었다. 난리통에 부모를 잃은 고아는 노비로 전락했다. 김일성이 해방 이후 처음 세운 학교는 만경대학원이었다. 부모가 항일 무장 투쟁을 하다가 죽은 고아들을 위해 만든 학교였다. 김일성은 학교가 문을 여는 날 축하 연설을 하다가 울먹였다. 고난의 행군 시기 잇따른 자연재해 속에 미국과 서방의 살인적 제재로 숱한 사람이 죽어나가도 조선 인민이 자기 정부를 상대로 봉기하지 않은 것은 지도자의 선의를 믿어서였다. 인민이 굳게 믿는 단결의 인간핵을 가진 나라는 제재를 받을수록 더 굳게 결집한다.

비핵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조선 인민과 한국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핵무기라는 대량살상무기가 적어도 한반도에서라도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공멸이 아니라 공존을 열망하는 남과 북의 절대 다수는 그런 비핵화를 염원한다. 전세계에 천 개가 넘는 기지를 두고서 만만한 나라를 상대로 끝없이 전쟁을 벌여 돈을 버는 미국의 실세 집단이 바라는 것은 저항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 인간핵을 없애는 것이다. 그것이 미국이 궁극적으로 남과 북에서 모두 추구하는 비핵화다.

미국 실세 집단의 돈벌이에 걸림돌이 되는 인간핵은 미국 안에서도 미국 밖에서도 어김없이 제거당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핵 없는 세계를 만들려다 1963년 11월 22일 암살당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던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하를 제외하고 공중, 수중에서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을 죽기 석 달 전 소련과 체결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도 막으려고 애쓰다가 이스라엘을 조국으로 여기는 미국 실세들의 분노를 샀다.

형보다 더 지성적이고 정의로웠던 로버트 케네디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이었던 1968년 6월 6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코앞에 두고 암살당했다. 로버트 케네디는 대통령이 되면 베트남전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약했다. 형을 누가 죽였는지도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은 밝혀냈을 것이다. 5년 전 돈벌이에 걸림돌이 되는 케네디 대통령을 죽인 집단에게 로버트 케네디의 대통령 등극은 악몽이었을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 재임시 3천억 달러에 못 미쳤던 미국의 나라빚은 지금 21조 달러가 넘는다. 케네디 형제가 제거된 뒤 미국은 나라빚은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는 전쟁 놀음으로 돈벌이를 하는 세력에게 완전히 장악당한 구제불능의 나라가 되었다.

미국 밖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총리는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유럽 비핵화 담판을 위한 회담을 한 달 앞두고 1986년 2월 28일 스톡홀름에서 암살당했다. 팔메는 유엔에서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권과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강하게 비판한 인류 양심의 구심점이었다. 팔메의 유럽 비핵화 구상이 성공했다면 미국은 소련의 위협을 앞세워 유럽에서 고가의 무기를 팔아먹을 명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쟁으로 돈을 버는 세력은 팔메라는 비핵화의 핵을 기어이 제거했다. 팔메라는 인간핵이 없어진 뒤 스웨덴은 완전히 달라졌다. 평화의 구심점 노릇을 하던 나라가 나토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인간핵은 60년대의 미국, 80년대의 스웨덴에만 있지 않았다. 한국에도 노무현이라는 인간핵이 있었다. 그러나 다수 한국인이 좌우를 망라한 한국 주류 언론의 노무현 죽이기 총공세에 휘둘려 노무현을 허망하게 보냈다. 하지만 한국에는 노무현이 남기고 간 문재인이라는 선물이 아직 있다. 미국이라는 점령군을 등에 업고 기사회생해 다시 자국민을 유린하고 민족 갈등에 앞장서온 친일 후손 세력에게 장악당한 기성 언론의 저주 속에서도 대통령을 한결같이 지지하는 한국 국민에게 문재인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민족 공존과 평화의 인간핵이다.

절대 다수가 믿는 신뢰의 인간핵을 남과 북이 모두 가졌다는 것은 전쟁으로 돈을 버는 세력이 선진국들로 군림하는 타락한 국제 사회에서 기적 같은 행운이다. 남과 북은 전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집단의 농간으로 반목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다시 손잡았다. 북은 일원주의를 택했었고 남은 다원주의를 택했었다. 그러나 목적은 같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어 돈을 버는 세력은 그런 세상을 바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썩은 국제 사회를 주도하는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는 단순히 물리핵의 제거가 아니라 불의에 저항하는 단결의 구심점이 될 인간핵의 제거라는 사실을 남과 북의 경호 당국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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