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벌, 닭, 까치의 거룩한 식사법
등록일:2019-03-12, 조회수:133
일생의 일상: 책, 영화, 연극, 생활에서 건져올린 이야기들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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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노랗게 제식으로 번역해내는 산수유에 벌 한마리가 악착같이 붙어 귓속말을 전한다. 찰거머리 같은 중매쟁이의 모습 그대로이다. 제발 내 말 좀 들어보라는 데 꽃은 아무 흥미가 없다. 그저 올 봄의 꽃밥을 만드는데 열중할 뿐이다. 바람을 불러 도리질을 해 보지만 벌은 왜 이렇게 귀찮게 잉잉거리는가. 오늘은 제대로 꽃가루를 섭취 못할지라도 이 낭창낭창한 산수유의 탄력을 어찌 잊으랴.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수작을 주고받는 나무와 벌.

벌이 그렇게 꽃과 수작을 하는 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인기척인가 했는데 잘 자란 암닭 이 봄볕에 볏을 바짝 세우고 낙엽과 흙을 뒤지고 있다. 땅에게 뭘 좀 먹을 걸 내놓으라는 것이다. 두 마리가 더 달려와서 함께 뒤안을 헤집고 다닌다. 가끔 들으라는 식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꼬꼬댁, 꼬꼬댁. 시원찮은 수확에 볼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어쨌든 열심히 낙엽을 뒤집고 흙은 여린 부리로 먹이를 찾는 데 열중하는 닭. 아주 열심히 공부하는 우등생 같다. 아직 흙이 제대로 녹지를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닭들의 거룩한 식사.

한 걸음 울타리 넘어 신갈나무 가지 사이에 까치의 집이 있다. 나는 키가 너무 작아서 그저 올려볼 수밖에 없다. 까치는 부부인가. 번갈아 드나들며 무언가 물어다 나른다. 아마도 먹이를 새끼에게 먹이는가 보다. 이웃에 살아도 먹이가 달라서 벌하고 닭하고 다투지는 않는다. 어제가 경칩이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통통하게 살이 오른 먹이가 어디 있을까. 힘차게 날개짓을 하면서 공중을 박차오르는 까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공중은 그저 까치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으로 격려를 대신하는 중이겠다.

....모두들 참 열심히 산다. 그 옆에는 이렇게 사는 방식도 있다. 죄 불을 사용한 것들이다. 닭백숙/흑염소오리/연회석완비/010-0000-0000. 지금 옹골찬 암탉 한 마리 잡아서, 뜨거운 물에 삶으면 기름기가 좌르르르 .......입맛을 다시며, 고인 침을 딱으며, 농장의 전화번호를 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이는 참으로 속되도다. (2019. 3. 9. 포항 운제산 산여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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