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리칼럼

마곡사 야유회의 한 풍경
등록일:2020-07-02, 조회수:120
꽃 옆의 돌, 나무 너머의 바위를 찾아서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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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주 마곡사. 2017. 4. 17. ⓒ 이굴기


공주 마곡사는 여러 번 가 본 곳이다. 30여 전,  대학 친구의 부친 회갑연에 참석하느라 공주 갔을 때 잠깐 짬을 내어 처음 들렀다. 그때 절 마당에서 마주친 어느 불목하니의 얼굴, 그 얼굴을 볼 떄 떠오른 생각. 지금도 그 모습과 그 감정은 생생히 가지고 다닌다.  그때 나는 그 불목하니를 거두어 주는 절에게 참 고맙다는 인사를 마음 속으로 하였다.  절은 기도하는 도량 이전이었다. 절은 수행하는 학교 이상이었다. 그 이후 마곡사는 물론 여러 절을 가 본다. 갈 때마다 그때까지 내 살아낸 이력을 동원해서 두리번거리기도 하지만 모두 마곡사에서의 그 일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뒷모습



이상하다
절에 가면
뒷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절에 갔다 오는 사람의
얼굴이며 불룩 나온 배며
앞모습을 안 보는 것도 아닌데

절에 가면
뒷모습만 유독 보인다

처진 어깨
쓸쓸한 등
저절로 흔들리는 빈 손
솔밭처럼 듬성듬성한 뒷꼭지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신들도 전혀 모르는
아무리 울긋불긋한 옷을 입어도
감출 수 없는 뒷모습들

절에 가면 뒷모습만
자꾸 눈에 밟히고

집에 와서도
멀어지는 걸음
구부러진 허리
할머니 발 옆의 지팡이

아래와 뒤
그 허전한 모습들만
이불 속으로 들어와
따라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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