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수냐의 수학영화관』을 펴낸 수학 스토리텔러 김용관 인터뷰
등록일 :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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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냐의 수학영화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수학영화관’이라는 동명의 대중강좌가 그 씨앗이 되기도 했지요?
A 네, 수학영화관이란 주제로 강좌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강좌는 아이러니하게도 수학을 정말 싫어하고 재미없어 하는 분들 덕택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런 학생들과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화에 눈을 돌리게 됐습니다. 영화는 누구나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수학영화라 할 만한 것들을 찾아서 저도 보고, 학생들에게도 보여줬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았습니다. 학생이나 어른들 모두 일반적인 공부를 할 때보다는 훨씬 즐거워하더군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수월하고, 말로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죠. 이렇게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됐던 영화는 제게도 학생들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습니다. 책에서만 보던 수학을 삶의 현장과 연결시켜주며 수학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영화를 테마로 한 글을 써보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수학이 재미없다며 제게 실망감을 안겨준 그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웃음)


Q 이 책에서 <모던 타임즈>, <인셉션>, <소셜 네트워크>, <페르마의 밀실> 등 열아홉 편의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를 가지고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모든 영화에 애착이 있을 테지만, 독자들이 편하게 볼 만한 영화 몇 편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일단 수식이나 수학이론이 적게 들어간 영화가 보기 편할 겁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감동적일 뿐 아니라 수학이 어떤 학문인가를 탁월하게 보여줍니다. <모던 타임즈>는 수학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수학과 현대인의 생활을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 수학 드라마인 <넘버스>는 현대 문명에서 수학의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수학의 다른 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합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수학 지식이 일상과 문명의 기술을 넘어서서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Q 요새 스토리텔링 수학이 붐입니다. 교과서도 스토리텔링 수학, 창의력 수학으로 개정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움직임에 장단점이 있을 듯싶습니다. 더불어 선생님이 생각하는 진정한 ‘스토리텔링’ 교육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 교육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수학뿐만 아니라 교육을 포함한 우리 삶의 전반에 스토리텔링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스토리텔링이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기법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스토리텔링이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할 정도의 변화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스토리를 통해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그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이제 교육은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자기만의 스토리는 문학으로, 예술작품으로, 이론으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교육의 형식과 내용보다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서 스토리 형식이라도 기존 교육에 그칠 수도 있고, 기존의 형식이라도 스토리텔링 교육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교육을 이끌어가는 분들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충분한 자기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2012년 여름,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 ‘수냐의 수학카페’를 실제로 문 열고 현재 운영 중입니다. ‘수냐의 수학카페’가 어떤 곳인지 독자들에게 소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수냐의 수학카페’는 카페 같은 작은 도서관입니다. 카페는 혼자만의 오롯한 시간을 즐기거나 사람들과 소곤소곤 대화하는 곳이잖아요. 저는 공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부에 있어서 자기만의 사색과 음미는 꼭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들을 나눠야 자신만의 한계와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게 타자를 만나는 진정한 즐거움이죠.

수냐의 수학카페라는 공간은 수학을 그렇게 공부해가려는 공간입니다. 많은 학생들은 현실에서 수학을 충분히 음미하지도 못합니다. 수학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경우는 더 드뭅니다. 그래서 그런 공간을 소망했죠. 처음에는 책을 통해서 상상했는데, 작년에 작지만 그런 꿈을 담은 공간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Q ‘수냐의 수학카페’에서 초등, 중등, 그리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와 모임을 꾸려가고 계시는데요. 특히 초등, 중등 학생들과 수학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더불어 그러한 강좌를 열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A 말 그대로 ‘놀고’ 있습니다. 쌓기나무로 놀고, 숫자로 그림 그리며 놀고, 영화 보고 놀고, 말싸움하며 티격태격 놀고, 고전이나 문학책 보고 구시렁거리며 놀고, 어른들끼리 수학 수다를 떨며 놀죠.

대부분 학생들은 수학을 어려워하고 짜증스러워 합니다. 어른들은 직업이나 자녀들 때문에 수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이나 어른이나 의무감에 하는 것이지, 즐기면서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수학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좋은 이야기가 별로 안 나옵니다. 제가 수학을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저한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불만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전 그럴 때면 그냥 들어줍니다. 그게 현실이니까요.

수학 공부가 즐겁게 되기까지 우리가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수학카페에서의 강좌나 모임 등은 수학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느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 펼쳐놓은 장입니다. 미술이나 활동, 인문학과 같은 요소를 접목시켜 공부해가면서 저는 학생들이 되도록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끄러워지기도 하고, 그저 노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학이 놀이처럼 즐거워지는 경우도 있죠.


Q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를 둔 학부모시기도 합니다. 아이의 수학 공부를 봐주시기도 할 텐데, 어려운 점이나 재미난 에피소드는 없으신지요?
A 아이의 수학 공부를 잘 봐주지는 않습니다. 자기 자식 가르치는 건 힘들다고 하는데, 조금 해보니 알겠더군요. 게다가 저는 현 교육과정이 아이들 수준에 비해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 공부는 전적으로 학교 선생님께 맡기되,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며 정리해줍니다.

제가 하는 주된 역할은 왜 그렇게 풀었는가를 물어보며 대화하는 것과 아이에게 너무 어려워 보이는 문제의 경우 몰라도 된다며 그냥 넘어가라고 하는 겁니다. 또한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네 방법대로 해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가 수학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치고 오면 대부분 100점 맞았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대로 좋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면 우린 서로 웃지요. 그래도 저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방법으로 풀어가려는 과정과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과학분야 출판시장을 보면, 요사이 몇 년 수학책의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수학을 공부하는 ‘성인’들도 많고, 성인들이 중심이 된 수학공부모임도 여럿 생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고요, 개인적으로 수학의 매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예전에 비해 읽어볼 만한 수학책,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들이 많아졌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모임도 마찬가지인데, 교사집단에서 두드러진 것 같습니다. 좋은 변화들이죠. 저는 이런 변화의 동력과 방향이 더욱 다양해지기를 바랍니다. 학교나 학원을 넘어선 일상적인 공간까지, 입시를 넘어선 문화적인 영역까지 수학이 파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수학이 많이 달라지고 변해야 되겠죠. 저는 수학이 그럴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수학에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약간의 규칙만 지킨다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현실과 무관한 것 같지만 얼마든지 관련시켜 사고할 수 있습니다. 수학은 현실로부터 시작됐고, 현실을 거치면서 추상화된 것이기에 그것을 잘 해석하고 방향을 바꾸면 현실적인 활용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현실을 장난감 다루듯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자유로움, 멋지지 않나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이 책은 영화를 다룹니다. 이 책도 영화처럼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와 책이 수학에 대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뭔가에 수학을 과감하게 활용해보는 어색한 시도를 기대감을 갖고 해보면 어떨까요? 특히 수학을 소재로 한 문학이나 영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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