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를 펴낸 생물학 박사이자 만화가인 제이 호슬러
등록일 :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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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께,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오랫동안 면면히 이어진 진화적 변화의 길 끝에 제각각 서 있습니다.

그 길들은 저마다 독특합니다. (여러분의 길과 나의 길처럼) 어떤 길들은 서로 비슷하고,

(여러분의 길과 곰팡이의 길처럼) 어떤 길들은 서로 아주 다르지만 말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걸어온 길의 방향은 하늘에서 떨어진 소행성부터 바이러스 감염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갖가지 변수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또한 순수한 운도 제법 크게 작용했습니다.

어쨌든 그 결과, 생명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놀랍도록 다양한 적응들을 갖춘 수많은 생물체들이 가득한 우리 세상이 탄생했습니다.

투명한 물고기, 폭발하듯 꽃잎을 터뜨리는 꽃, 자기 자신을 복제할 줄 아는 그 모든 분자들에 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있답니다.

블루트 경이라는 외계 과학자가 지은 홀로그램 박물관 속에 말이죠.

블루트 경이 여러분에게 견학을 시켜주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즐겨보자고요!


2013년 7월, 제이 호슬러



*           *           *


 
Q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를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나요? 
A 제가 안식년을 맞아서 『시각적 암시(Optical Allusions)』 작업을 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시각적 암시』는 제 세 번째 책으로, 만화로 된 교과서를 만들자는 목표로 전미과학재단의 지원금을 받아서 제작되었지요. 그때 『해답은 DNA(The Stuff of Life)』가 나왔고, 출판사에서 제게 뒤표지에 실을 추천사를 부탁하면서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발견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해주었죠. 곤충에 관한 대목들이었는데,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 제게는 중요한 문제들이었습니다. 그 후에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Evolution: The Story of Life on Earth)』라는 일종의 후속작을 내기로 결정하면서, 케빈과 잰더가 저를 추천했습니다. 제가 진화에 관해서 이미 『눈썹진드기 우상탈출 프로젝트(The Sandwalk Adventures)』와 『시각적 암시』라는 두 작품을 그렸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잰더가 처음에 의향을 물었을 때, 제 첫 반응은 “안 할래요”였습니다. 진화를 주제로 이야기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제게는 이야기 요소가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2008년에 편집자 하워드 짐머만이 다시 접촉을 해왔죠. 그때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을 두 캐넌(케빈과 잰더)이 그릴 거였으니까요. 제 방 벽에는 만화 원화가 두 점 걸려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잰더의 『후계자 신(Replacement God)』 중 한 페이지랍니다. 아내 리사가 나더러 “만일 누가 두 캐넌과 함께 진화에 관한 그래픽 노블을 쓰는데 그 사람이 당신이 아니라면, 난 당신과 함께 살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죠. 아내 말이 절대로 옳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결코 없었죠. 제가 좋아하는 두 예술가와 함께 제가 사랑하는 주제에 관해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을 만한 책을 쓸 기회를 어떻게 놓치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

Q 이 책은 강연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방식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 당신에게 더 편했나요?
A 책의 개요를 잡기 시작했을 때, 제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이 주제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구성을 잡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 강의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전부 책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약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수업에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줄거리를 짰습니다. 저는 강의를 준비하거나 이 주제에 관해서 논의할 때, 이야기 요소를 아주 중시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선생들은 자연스럽게 그럴 거예요.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이 책의 경우, 진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여러 플롯들이 동시에 전개되는 한, 진화는 스토리텔링에 적합합니다. 척추동물인 인간이 경쟁에서 궁극의 ‘승자’였다고 암시함으로써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그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 어쨌든 생물들이 한 환경에서 다른 환경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에 서사를 가볍게 씌울 수 있지요. 제게는 그것이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Q 이 책은 엄밀히 말해 후속편이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 마크 슐츠와 두 캐넌이 『해답은 DNA』에서 보여주었던 접근법과 구성 중 어떤 부분을 이 책에서 이어받았습니까? 또한 구성의 측면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만의 강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제였습니다. 블루트 경과 왕이 이미 있잖아요. 그것이 틀이 됩니다. 『해답은 DNA』는 진화의 다른 쪽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전학을 다루는 훌륭한 책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진화를 가르칠 때는 제가 랜디 베넷이라는 동교 교수와 팀을 이루어 가르칩니다. 랜디가 집단유전학 부분을 담당하죠. 그런 식으로 『해답은 DNA』가 이미 유전학을 어느 수준까지 다뤘지만, 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에도 유전학적 내용을 충분히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독자가 첫 책을 꼭 읽지는 않아도 되도록 하려는 것이었죠. 물론 저는 『해답은 DNA』도 강력히 추천합니다. 훌륭한 책입니다.

『해답은 DNA』는 왕에게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구성인데, 그게 대체로 잘 먹혔다고 봅니다. 추상적인 요소들을 다루니까요. 분자 차원의 이야기이니까요. 그런데 진화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요소는 현재 존재하고 과거에 존재했던 특이한 생물체들입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에서는 시간여행을 하지 않고도 등장인물들을 그 환경에 데려다놓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시간여행 이야기를 쓰는 게 늘 어려워요. 시간여행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니까요. 더구나 이건 과학책이잖아요.

그러다가 문득 미화한 홀로덱(가상현실 장치)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블루트 경이 왕과 왕자에게 홀로그램 박물관 견학을 시켜주는 거죠. 그러면 그들이 백악기 한가운데로 떨어져 공룡들에게 둘러싸일 수 있고, 바다 밑으로 가서 얼음고기를 볼 수도 있습니다. 동물과의 접촉은 본질적으로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 코끼리를 보는 것보다 동물원에서 보는 게 더 와닿는 건 그 때문이죠. 그런데 제가 독자를 남극으로 데려가서 투명한 얼음고기를 직접 보게 만들 수는 없어도 등장인물들을 대신 그곳에 데려다 세울 수는 있잖아요. 직접 가보는 것과 똑같은 경험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입니다. 홀로그램 박물관은 그 과제에 대한 저만의 시도였죠.


Q 이 책은 만화가이기도 한 당신이 그림은 그리지 않고 글만 쓴 첫 책입니다. 대본 작업은 좀 달랐습니까?
A 저는 보통 대본을 쓸 때 시각적 설명은 많이 곁들이지 않고 묘사와 대사로만 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제가 맨 처음 해야 했던 일은 시각적으로 어떤 장면을 보고 싶은지를 상상하는 일이었죠. 어떤 대목에서는 지시를 꽤 구체적으로 썼고, 어떤 대목에서는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제가 간간이 구체적으로 쓰지 않았던 이유는 케빈과 잰더가 정말로 놀라운 상상력을 가진 만화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 게으름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은 나름대로 계산된 행동이었습니다. 케빈과 잰더에게 여지를 더 많이 주고 싶어서였지요. 두 사람은 『해답은 DNA』 책의 그림을 그렸고, 그 밖에도 교육적이고 설명적인 만화를 그린 경험이 많기 때문에, 저는 그들이 이 책에도 자신들만의 의견과 스타일을 충분히 불어넣을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대본만 쓴다는 게 좀 겁나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광합성에 관한 만화의 대본을 다 썼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한 쪽 한 쪽 전부 다 조금씩 고쳐 썼지요. 구성을 조금 손보고, 그림을 조금 손보고. 그렇게 글과 그림을 끊임없이 번갈아가며 매만짐으로써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들려주고 싶은 설명을 차츰 다듬습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좀더 넣고 빼고 하지요. 그런데 제가 대본만 쓸 때는, 제가 처음에 모든 것을 다 쓴 다음에 그것이 확정되면 그 대본이 만화가들에게 넘어갑니다.

이후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미세하게 조정할 수는 있고, 실제로 그랬지만, 제가 예전에 작업하던 방식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고정되어 있는 편이었지요. 그런데 있잖아요, 피카소와 렘브란트와 함께 작업할 때는 모든 게 잘되기 마련이랍니다. [웃음] 그들처럼 훌륭한 예술가들과 함께 일할 때는 제가 삼류 소설가가 되어도 괜찮은 거죠. 게다가 두 사람은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도 지적해주고는 했습니다. 그것이 케빈과 잰더의 최대 강점입니다. 두 사람은 이것저것 아주 많이 읽었고, 아주 똑똑하고, 이 책이 다루는 과학적 내용에 관해서 아주 박식합니다. 두 사람은 실수와 누락을 지적해주었고, 훌륭한 제안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글과 그림 사이에 지속적인 피드백이 있었던 셈입니다. 한 명의 머리에서만 대본이 씌었다기보다는 세 명이 함께한 셈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의 그림작업을 맡은 케빈 캐넌과 잰더 캐넌
 

Q 『해답은 DNA』가 나왔을 때 글작가였던 마크 슐츠와 인터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는 이런 책을 쓸 때 “이 분야에서 이미 전문가가 아니라면 너무나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생명 진화 분야의 전문가죠. 그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상상이 됩니까?
A 어마어마하게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해답은 DNA』는 마크가 어떤 주제를 공부하고, 그 내용을 정제하고, 근사한 방식으로 제시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나도 이 질문에 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요, 만약에 제가 이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었다면 만화가 훨씬 더 피상적이었을 겁니다. 저는 또 보통의 만화가들과는 상당히 다른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신경생물학과 생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게다가 학교에는 역사학자, 물리학자, 지질학자 동료들이 잔뜩 있으니까, 그저 캠퍼스를 걸어가기만 해도 그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 환경의 최대 장점입니다.

진화의 어떤 개념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저는 우선 제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 훑고, 관련된 논문들에서 정보를 추려냅니다. 그다음에는, 특히 제 전문 영역 밖의 문제일 때는, 동료들에게 갑니다. 가령 두 가지 이론이 있다고 칩시다. 저는 그것들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각각에게 얼마나 무게를 둘까요? 저는 스스로 두 이론의 장단점이라고 평가한 내용을 동료들에게 상담하여, 그 분야의 전공자도 나처럼 느끼는지 아닌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편집자였던 하워드 짐머만에게 대본을 보내기 전에 그런 정제 과정을 거침으로써, 제가 내놓는 내용에 대해서 훨씬 더 자신감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하워드는 예전에 뉴욕에서 교사 생활을 했어요. 그는 다독가이고, 케빈과 잰더처럼 기초과학에 아주 박식합니다. 제가 제 아이디어를 제 언어로 적어놓으면, 하워드가 나에게 물었죠. “여기에서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그러니까 이런 뜻인가요?” 덕분에 우리는 사실 확인에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차라리 설명 방식을 다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었습니다.


Q 학교에서 진화에 대해 배웠지만 많이 잊어버린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내용을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용어나 세부사항이 기억에서 많이 사라졌거나 막연하게만 떠올랐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비록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데는 그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A 제게는 그것이 대단히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만일 제가 학생들에게 나중에 보고서를 받기로 해서 당장은 구체적인 세부사항, 사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요점만 강의해도 된다면, 비로소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명료하게 전달하되, 그렇다고 너무 지루하지는 않은 설명 방식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논할 수 있습니다. 제게는 그것이 늘 흥미로운 토론거리입니다. 하워드와 함께 작업하면서 재미있었던 지점도 바로 그렇게 어떤 발상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논하는 점이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A라는 길을 택해서 그 방식으로 설명한다면, 결과가 어떨까? 진화에 관한 책을 쓸 때 유념할 점이 또 있습니다. 단순히 과학적인 내용을 늘어놓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껄끄럽고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인 창조론 논쟁이 존재하기 때문에, 혹시 제가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X라는 의미로 읽힐지도 모르고 그것이 X라는 의미로 읽힘으로써 이른바 진화 부인론자들에게 좋은 빌미를 제공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따라서 모든 대목을 최대한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겠지만, 무언가를 정제해서 만화라는 형식에 담아낼 때는 늘 개념의 상당 부분을 잘라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가급적 예리하게 잘라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무언가를 줄여서 말할 때는 언제나 오해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뇌리 깊숙한 곳에서는 늘 그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Q 물론 책 속에는 대단히 구체적인 세부사항까지 파고든 대목들도 있습니다. 가령 우리 발의 구조 같은 주제가 그랬습니다. 그런 대목들을 찾아낼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그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서 전부 세세하게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그래, 이 현상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세부적으로 말하자” 하는 순간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강의를 하든 늘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생각인데요, 자, 제가 이런저런 세부사항을 여러분에게 보여준다면 여러분은 가령 발의 해부학적 변화와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그것이 모든 호미니드들의 해부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는 점도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분명히 구체적인 내용이죠.

하지만 우리는 더 나아가 일반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일반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제든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낸 현상들은 유전체(게놈)와 환경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결과였습니다. 그러니 비록 제가 그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어떤 근사하고 구체적인 한 종의 사례를 이용하더라도, 사실은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종이 더 있습니다. 그 종들도 모두 비슷한 압력과 변화와 기타 등등을 경험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중에서 과연 어떤 것을 골라 집중하느냐? 솔직히 말해서, 제가 개인적으로 쿨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르죠. [웃음]

저는 과학자들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것에 집중하는 까닭은, 제가 이것을 연구하는 까닭은, 이게 진짜 쿨하기 때문이야.” 과학에 대해서 우리보다 훨씬 덜 열정적인 사람들이나 자신이 과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멋지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요즘은 차츰 과학자들이 자신의 열정을 남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사실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데 능숙하답니다. 그러나 모름지기 과학자란 연구에서 자신을 떼어내어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하는 뿌리 깊은 문화가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로봇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사실은 과학자가 과학을 논쟁하는 순간이야말로 그 사람이 가장 열정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순간인데 말이죠. 자기가 연구하는 대상에 미치지 않고서는, 거의 미칠 만큼 열중하지 않고서는, 제가 박사후연구원일 때 그랬던 것처럼 몇 시간이고 실험실에 앉아서 저를 놀려대는 꿀벌들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고른 사례들은 저를 마구 흥분시키는 것들, 제 가슴에 엄청난 경이감을 안기는 것들입니다. 그런 감정이 느껴지는 사례를 사용하게 되는 거죠. 제 과제는 남들도 나와 비슷하게 그 흥분을 느끼도록 제대로 그것을 써내는 것입니다.


Q 개인적으로 창조론의 문제는 과학이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에게는 증거나 과정에서 어느 부분이 틀렸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지요. 그러나 창조론자들은 과정이나 증거가 아니라 최종 결과만을 공격하고, 증거나 과정을 인정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래서 결국 서로 딴말만 하는 꼴이 되곤 하죠.
A 정확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창조론의 주장에는 이상한 이중적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으로 그들은 과학이나 진화를 사실상 비방합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모두 사람을 잡아먹는 무신론자들이고, 사회를 무너뜨려는 사람들이고, 뭐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 어떤 신세계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고, 크툴루 같은 게 세상을 지배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고… … 뭐 이런 식으로 보지요. 또한 그들은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지적 설계론처럼 최대한 과학답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접근법을 씁니다. 사람들이 정말로 믿는 것은 과학임을 알기 때문이죠. 만약에 제가 비행기를 탄다면, 저는 유체역학에 정통한 기술자들이 비행기를 제작하고 설계했기를 바랄 겁니다. 그래야 안심이 될 거예요. 그게 아니라 그 비행기에 누군가 안수 축복 같은 걸 했다고 하면, 저는 전혀 안심되지 않을 겁니다. 그걸로는 확신을 얻지 못하는 거죠. 아무도 확신을 얻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이 주제를 다룰 때는 머리가 둘 달린 괴물을 상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자들에게는 수많은 다양한 대처 방법이 있습니다.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무시하는 것과 전심전력으로 대응하는 것 사이에 온갖 다양한 입장들의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취한 목표는 “그것은 설명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일주일 만에 형성되었다고 보는 창조론은 과학적 설명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는 겁니다. 그리고 진화라는 이론의 증거들을 살펴보는 거죠.

저는 수업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가르칩니다. 사실, 창조론을 믿는 학생들 가운데 제 수업을 끝까지 듣고도 의견이 바뀌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사실도 항상 제 마음 한구석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창조론자들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다만 진화 이론에 관심이 있고 마음이 열려 있는 독자들을 위해서 사실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가 이미 진화를 받아들인 독자들에게는, 참신한 사례를 접할 수 있고 이미 아는 개념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접할 기회를 주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Q 이 책은 많은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는 발췌도 실렸죠. 책이 출간되어 인정받는 걸 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합니다.
A 저는 전형적인 신경증적 만화가입니다. 몇 달 동안, 몇 년 동안 땀 흘려 일하지요. 가령 몇 년 동안 딱정벌레에 관한 책을 그린다면, 개인적으로 그 프로젝트가 절대적으로 멋진 일이라는 확신을 갖습니다. 그러다가 책이 제 손을 떠나면 이렇게 되지요. “오, 신이시여,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웃음] 다들 이 책을 싫어할 거예요.” 그러고는 책을 다시 훑어보면서 생각하죠. “여기에서 ‘이것’ 대신에 ‘그것’이라고 썼다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을 텐데.” [웃음] 솔직히 지난 두 달 동안 갈수록 안절부절 못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책을 쓰고 나서는 두 가지 걱정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우선 독자들이 책을 읽고 이렇게 말할까봐 걱정됩니다. “어쩌면 매력적인 책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이건 끝내주게 지루하군. [웃음] 제가 과학자가 아니니까 하는 말인데, 이 책을 읽고 눈이 썩을 것 같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절대로 과학자는 되지 않겠어.” 이런 두려움이 있죠. 한편으로 이런 두려움도 있습니다. 과학자 동료들이 책을 읽고는 “와, 호슬러가 내용에 물타기를 하도 많이 해서 핵심을 완전히 빗나갔네”라고 말하면 어쩌나 하는…….

따라서 제게는 과학적 내용의 견실함과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중요한 두 요소입니다. 둘 중 하나만 걱정하지는 않아요. 둘 다 걱정하죠. 그래서 만약에 전문가가 아닌 독자들이 “정말 즐겁게 읽었어요, 아주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한다면, 저는 다른 의견이 들릴 때까지 기다립니다. 과학자 독자가 “재미는 있었어요, 왜냐하면 다 헛소리이니까”라고 말할지도 모르잖아요. [웃음] 아니면 과학자 독자가 “전문적이고, 탁월하고, 모든 세부사항이 완벽하게 정확하지만, 세상에나 이건 너무 지루합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요컨대, 이런 종류의 책을 작업할 때 제가 꼭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층은 두 부류입니다. 적어도 제 마음에서는요. 전문적이지 않고, 믿을 만하지 않다면, 왜 이런 책을 쓰겠어요? 거꾸로 재미가 없고, 보통 사람들이 이걸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역시 왜 이런 책을 쓰겠어요? 그래서 출간일이 다가올수록 저는 하나가 아니라 두 부류의 독자들을 걱정하느라 초조해집니다. 지금까지 계속 ‘나’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우리’라고 해야 옳을 겁니다. 나, 하워드 짐머만, 케빈 캐넌과 잰더 캐넌. 이 책은 만화의 진정한 속성인 협동 작업의 산물입니다. 그래서 제가 ‘나’라고 말한 것은 사실 ‘우리’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책에 대한 좋은 평들을 들을 때면, 우리가 이야기와 내용을 성공적으로 통합하는 과제를 잘해낸 것 같아서 기쁩니다.


Q 두 쪽에 걸쳐서 공룡들이 총출동하는 멋진 페이지가 있습니다. 당신 생각이었나요? 케빈과 잰더의 생각이었나요?
A 제 아이디어였다고 해야겠군요. 어릴 때 공룡이라면 죽고 못 살았고, 제일 오랫동안 품었던 장래희망도 고생물학자였습니다. 그러다가 고생물학자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야외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게 전혀 달갑지 않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저는 지금도 엄청난 공룡 팬입니다. 옛날 공룡 책들도 아직 죄다 갖고 있습니다. 제 두 아들이 공룡에 아무런 흥미가 없는 게 가슴 찢어지게 슬픈 일이지만, 이 책의 백악기 대목에서 공룡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 대목에서 제가 구체적으로 지시문을 썼는지 안 썼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두 쪽으로 펼친 그림을 원한다고 말했던 건 기억납니다. 이렇게 말했죠. “케빈과 잰더가 진짜 마음껏 별짓을 다 하도록 해요. 공룡 만세.” 제가 두 쪽짜리 펼친 장면에 대해서 그들에게 준 지시는 그것뿐이었어요. 그들이 제 발상을 완벽하게 구현해줬다고 봅니다.




공룡 그림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Q ‘과학의 경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만화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주니아타 대학의 교수학습연구센터(SOTL)에서 만화를 활용한 과학 교육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흔히들, 만화는 교육과는 거리가 먼 매체라고들 생각하곤 합니다. 만화책은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요? 관련한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2008년에 펴낸 『시각적 암시』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링클 더 원더브레인’이라는 주인공이 눈에 관한 일련의 모험을 겪는 줄거리죠. 제가 가르치는 감각생물학 수업의 교재로 계획된 책입니다. 학생들이 자연과학 필수 학점을 채우려고 듣는 비전공 과목이죠. 개론 수준입니다. 과학 전공이 아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시각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시각적 암시』를 교과서로 씁니다. ‘링클 더 원더브레인’이 그라이아이 자매의 실험실 테크니션이라는 게 줄거리의 전제입니다. 페르세우스 전설에 나오는 그라이아이 자매는 눈 하나를 서로 돌려가며 썼다고 하죠. 링클이 하는 일은 실험실에서 그 눈을 이쪽저쪽 날라주는 것인데, 그러다가 그만 넘어져서 모든 인간들의 상상력이 담겨 있는 커다란 가마솥에 눈을 빠뜨립니다. 마녀들이 으레 그러듯이, 자매들은 큰 나무 숟가락으로 가마솥을 휘휘 젓고 있었죠. 링클은 눈을 도로 찾아오기 위해서 가마솥으로 퐁당 들어가서, 눈에 관련된 일련의 모험을 겪습니다. 각각의 모험은 8쪽으로 구성되고, 눈의 구조나 빛 흡수와 같은 개념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저는 장과 장 사이에 짧은 텍스트를 두어, 앞의 이야기에서 나왔던 개념들을 좀더 깊게 설명했습니다.

저는 버크넬 대학의 교수인 동료와 함께 『시각적 암시』를 여러 강의에서 사용한 뒤, 그 책이 생물학에 대한 비전공 학생들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하여 논문으로 작성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결과는 모든 학생들이 그 책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일이죠. 우리는 학생들이 강의를 듣기 전과 후에 시각과 진화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을 평가함으로써, 학생들이 그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만화책이 학생들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는 걸 증명한 셈이니까요. 저는 지금 이 말을 농담조로 했지만,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는 만화에 아직도 그런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더 길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미 잘 아실 테니까요.

학생들에게 만화책을 보여주어도 그들이 입을 헤벌리고 덜 떨어진 얼간이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른 교육가들에게 설득시키려면, 이런 결과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흥분한 대목은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감각생물학 수업을 듣는 비전공 학생들을 비교한 결과였습니다. 감각생물학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처음에 생물학을 대단히 얕보는 태도였습니다. “내가 이 수업을 듣고 싶어서 듣는 게 아니에요.” 이런 태도였죠. 그런데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생물학에 대한 의견이 눈에 띄게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만화에 대한 의견도 그에 비례해서 바뀌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물학과 만화 양쪽을 좀더 긍정적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제게는 그 사실이 구체적인 내용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어떤 사실들을 담은 꾸러미를 제공하면 그들이 그것을 읽은 뒤에 예전보다 좀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된다는 것 자체가 말입니다.

요점은 이렇습니다. 제가 독자에게 흥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독자를 자극할 수 있을까?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 내용이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만약에 제가 그럴 수 있다면, 독자가 그 주제에 관해서 조금 더 읽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독자가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실린 논문을 읽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자신이 과학적 적성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과학은 접근 가능하고, 논리적이고, 본질적으로 흥미롭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설득하려는 것입니다.


Q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이 듣는 교양 과목 수준으로 쓴 겁니까? 앞으로도 그런 수준의 만화를 더 작업하실 계획인가요?
A 물론입니다. 제가 만화를 그릴 때의 기본적인 접근법은 루니툰 만화 같은 걸 그리자는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루니툰을 봤고, 지금은 제 아이들과 함께 봅니다. 그중에서 ‘덕! 래빗, 덕!’ 같은 에피소드를 예로 들면, 오리 대피가 주둥이를 세게 맞아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장면이 있지요. 제가 꼬마였을 때는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웃긴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버지는 그 만화를 말장난으로 받아들였지요. 아버지는 그런 부분이 좋았던 겁니다. 여러 세대가 같은 만화를 보면서 서로 다른 이유에서 다들 즐길 수 있는 거지요.

저는 만화를 그릴 때 아이들에게도 무언가를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도 무언가를 제공하고, 나아가 모두가 동시에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만화를 읽은 독자는 알겠지만, 저는 여드름이 어떻고 방귀가 어떻고 하는 수준의 유머도 곧잘 씁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다들 여드름이 있고 방귀를 뀌잖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그런 것을 말하지 않는 게 점잖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건 언제든 재미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웃음]

또 하나, 제가 늘 길잡이로 삼는 원칙은 깁 비켈과의 대화에서 얻었습니다. 깁은 대린 과리노와 함께 ‘래핑 오거’ 만화가게를 운영했던 분이죠. 대린은 지금 나와 함께 ‘액티브시냅스’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고요. 꿀벌에 관한 야심작인 『꿀벌가문 족보제작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저는 이런저런 용어를 써서 이런저런 과학적 내용을 넣으면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고 그 부모들만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고 고민했었습니다. 그때 깁이 말했죠. “이봐요, 아이들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들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만큼만 재미를 주면 되는 겁니다.” 아이들이 모든 장면을 꼬치꼬치 다 이해하도록 모든 장면을 다 작정하고 쓸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어른들도 교과서를 처음 읽었을 때는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잖아요. 하지만 만화에 시시껄렁한 유머가 있다면 어떨까요? 어떤 꿀벌이 다른 꿀벌이 던진 밀랍 조각에 뎅 하고 머리를 맞으면 어떨까요? 애벌레의 얼굴에 바보스러운 함박웃음이 그려져 있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을 다음 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유인책이 있다면, 아이들은 처음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그냥 건너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두 번째로 읽으면서, 그제야 이해할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스토리텔링의 관점을 취하는 것, 혹은 순차적 예술을 통해 무언가를 가르칠 때의 장점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독자가 한 페이지에 있는 칸들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다는 점이죠. 만일 두 번째 칸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세상에, 세 번째 칸에 뭔가 웃긴 장면이 있으면, 그냥 세 번째 칸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반면에 독자가 교과서를 읽는데 두 번째 단락을 전혀 알아먹을 수가 없으면, 세 번째 단락이 21세기에 쓰인 모든 글 중에서 가장 웃긴 글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알 도리가 없죠. 문제의 단락에서 이해가 안 되면 거기서 멈추는 겁니다. 하지만 만화처럼 시각적 요소가 있으면, 대뜸 건너뛰고 넘어간 뒤에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뭐야, 주인공은 페이지 맨 밑에서 저지르는 저 웃긴 짓을 왜 하게 된 거야?” 깁의 조언은 제가 만화를 그릴 때 늘 마음속에 남아, 과학적 내용을 지나치게 오래 조정하고 또 조정하지 않도록 막아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원칙은 이렇습니다. 나도 아이가 둘 있는 아빠이지만,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사실 상당히 똑똑합니다. 모르는 것이라도 금방금방 흡수합니다. 저는 이런 원칙들을 모두 감안해서 책을 쓴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런 의견을 제가 말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생각은 줄곧 해왔지만 말로 꺼낸 적은 없었는데, 제가 말하고도 꽤 타당한 의견이라고 느껴지는군요.




(* 이 인터뷰는 미국의 힐앤드왕 출판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가 2011년 출간되었을 때, 만화 전문 웹사이트 코믹북리소스가 작가인 제이 호슬러를 만나 진행한 것입니다. 때문에 인터뷰 번역본에서는 2013년 현시점에 맞추어 내용을 적절히 편집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한국어판 서문과 인터뷰 글의 우리말 번역을 맡아주신 김명남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책 소개 보러가기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
작가 소개 보러가기 ☞ 제이 호슬러케빈 캐넌젠더 캐넌
옮긴이 소개 보러가기 ☞ 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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