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를 쓰고 그린 미술사가 장우진 인터뷰
등록일 : 201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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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선 독자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장우진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저를 쑥스럽게 만듭니다. 계속 뭐라고 쓸지 고민하다 벌써 여러 번 고쳐 써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들이 없네요. 그저 그림과 공상, 만화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 사는 사람이랄까요. 미술 이론을 전공한 탓에 미술에 관해 몇 편의 책을 쓰긴 했지만 저 자신을 미술이론가로 소개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단지 다양한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여전히 다른 글쓰기를 위해 노력중인 몽상가라고 해두렵니다.


Q ∥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오디세이』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만화로 들려주는 진짜 미술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나타나듯, 글과 함께 직접 그림을 그려 완성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과 만화를 좋아했다고 들었습니다.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
A
 
∥ 어렸을 적 제 꿈은 만화가였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모조리 만화를 좋아하는 녀석들이었죠. 매일 만화를 끼고 살았어요. 학교가 끝나면 곧장 만화방으로 달려가곤 했죠. 시험 기간에도 즐겨보던 만화 잡지가 새로 나올라치면 서점으로 달려가야만 했습니다. 기어이 그것을 다 읽고 나서야 시험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쓰면서 조금이나마 어렸을 적 소원 풀이를 한 셈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만화’를 다시 제 인생 안에 끌어들인 것은 ‘‘미술’을 ‘만화’로 소개하면 재미있을텐데’라는 소박한 아이디어 때문이었습니다. 공상을 즐겨하는 저는 미술 작품을 볼 때면 자주 그것을 패러디한 장면들이 떠오르거나 화가가 제 머리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독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장면들을 설명하기에 글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만화로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 제 안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죠. 그림을 글자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다고나 할까요!

더 욕심을 내어 ‘미술’을 소재로 하면서도 젠체하지 않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웃기고, 유익하고, 그러면서도 시적인 작품을 만들 수 없을까?’ 과연 이 책이 제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셔야 할 몫인 것 같아요.


Q ∥ 이 책은 다른 미술 개론서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에 대해 정의 내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캔버스 위의 그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미술가란 어떤 사람들인지 등 계속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책을 구성하려 했는지요?
A ∥ 책의 구성은 학부와 대학원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하는 동안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문제의식들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과연 미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보는 것이 그림을 잘 보는 것일까?’, ‘그림의 해석은 어디까지 진실인 것일까?’,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권력 구조의 그림자는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등등.

공부를 하는 동안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지만 누구하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지는 않았죠. 그래서 ‘이왕 그런 책이 없다면 이참에 내가 정리해보자’고 써본 것입니다. 물론 이 책 역시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단지 미술에 관한 입문서로서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의문에 대한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이 만화라는 표현 방식을 빌리고 있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쓰기 위해 기존에 출간되어 있는 많은 미술책들을 참고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책들이 초심자를 위한 아주 쉬운 책이거나 아니면 전공자를 위한 아주 어려운 책들로 양분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초심자들이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다음 단계의 전공 서적 탐독을 위해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비롯한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을 되도록 쉽게 담으려고 노력했죠. 그래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어렵다고들 하시더군요. 하하하.

저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미술’이라는 단어를 가둬두었던 좁은 틀을 확장시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 “미술, 아니 미술 교육이라는 것이 어쩌면 뉴스와 드라마, 쇼와 오락프로그램으로 채워진 방송 편성표와 비슷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좀더 자유롭게 미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려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저자가 좀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술 혹은 미술교육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A ∥ 제가 바라는 것은 되도록 덜 가르치는 것입니다. 더 잘 관찰하고, 더 직관적으로 느끼며, 또 그것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스무 살에도 아이처럼 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아이처럼 그릴 수가 없더군요.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어떻게 다르게 느끼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을, 세상을 보다 애정 어린 눈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손은 마음의 눈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미술에 관한 정보를 아이들의 머리 속에 채워 넣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세상을 보다 따듯하고 솔직하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할 거라 여겨집니다.


Q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직접 공들여 그려 원고를 완성하느라 물리적인 시간 등이 오래 걸렸을 것 같습니다.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 책의 기획에서부터 완성까지 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좋은 시절을 이 책과 함께 다 보낸 샘이지요. 이 작품을 하면서는 수도승처럼 지냈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 같아요. 되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몇 시간은 필요한 독서를 하고, 콘티를 짜고, 또 몇 시간은 필요한 스케치를 하고 펜터치를 하는 등. 시간 단위를 나눠서 빡빡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좋은 책을 쓸 수 있게 영감을 달라고 기도도 많이 했었죠. 거의 몇 년을 책과 그림에 파묻혀 지낸,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제 솜씨로 다시 그려졌는데, 책을 쓰는 동안 많은 미술 작품들 모사하면서 미술 작품들에 더 큰 애정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책에 실린 작품도 많지만 책에 실리지 못한 작품들도 꽤 많죠. 꼼꼼히 작품들을 관찰하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 기쁨은 참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몰입해서 그림을 모사하다보면 가끔은 그 그림을 그린 화가와 뭔가 통하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은 사건과 체험들이 지금까지도 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여러분도 잠시 펜을 들고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 참, 책 속에 피카소의 작품을 감쪽같이 모사해 놓은 부분이 있으니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책을 읽는 작은 재미가 될 거예요.


Q ∥ 어린이들과 부모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루브르박물관에 가자!』, 세기말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화가 알폰스 무하를 소개한 『무하, 세기말의 보헤미안』, 사랑할 때 느꼈던 기쁨과 희열, 그리고 사랑의 상처들을 그려낸 『사랑이 머무는 그림』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로 독자들을 새롭게 만날 계획인가요?
A ∥ 에로티시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온갖 곳에서 외설이 난무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선 에로티시즘은 금기에 가까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에로스’는 우리의 삶과 예술의 본바탕이 아닐까요? 우리를 생기 있게 살아가게 하는 힘, 바로 에로티시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야하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Q ∥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 여러분에게 미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말 걸기 어려운 서늘한 미인인가요? 친근한 미소로 손짓하는 편한 친구인가요? 이미지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더라도 일정한 시각 경험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우리는 미술과 전혀 무관한 삶은 살 수는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고된 출퇴근 시간 차창에 비치는 풍경들, 지루한 강의시간 노트 위에 무심하게 그린 낙서, 내 아이가 그려준 나의 초상화,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아이돌의 사진들. 그 무수한 이미지들 중 어느 것 하나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뀔 때 그 이미지는 어떤 유명화가의 명작보다 값진 것이 됩니다.

예술이란 무얼까요? 예술을 정의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예술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미술을 특별하고 먼 것이 아닌, 나의 일상 작은 부분에서 찾을 수 있는 흥미로운 어떤 것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예술은 삶을 체험하듯, 삶은 예술을 체험하듯”, 그럴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느닷없이 마주친 어느 낯선 풍경이 의미 있는 얼굴로 변화되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 미술은 더 이상 서늘하게 돌아선 미인이 아닌 친근하게 손짓하는 미소 가득한 친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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