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미리 읽는 책 한쪽┃<인수푸, 사라진 아이들의 섬> 미라 로베 지음, 이미옥 옮김
등록일 :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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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비엔의 도시 체테로, 1942년 10월 21일

사안; 잠을 자고 싶어요!

존경하는 테라니엔의 대통령님!
저의 아버지는 육군소령(2연대)이며 때문에 대부분 집에 없으므로,
저의 어머니가 이 편지를 대통령님께 써달라고 저에게 부탁을 했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우르비엔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체테로라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몇 달 전부터 전쟁 때문에
침대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한 번도 제대로 수면을 취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테라니엔으로 가고 싶어요. 그곳에는 밤에도 공습경보가 울리지 않고
평화롭게 잠을 잘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이제 열세 살에 불과하고,
저의 이웃집 아주머니 반토크 부인은 제가 대통령님께 편지를 쓰는 행동이
매우 오만불손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일 대통령님께서 그곳의 부모들을 소집해주시거나,
아니면 신문에다가 부모들에게 우리가 매일 지하실에 숨어 있어야 하고
지치고 잠도 못 잔다는 소식을 전해주신다면, 그들은 즉시 우리를 초대하리라고 봐요.
그러니까 아이를 가진 부모들 말입니다. 우리는 기꺼이 그곳으로 갈 것입니다.

존경을 담아 약속 드립니다.
슈테판 모린 올림.
추신; 답장은 가능하면 빨리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슈테판!

테라니엔의 대통령이신 나의 할아버지가 너의 편지를 받았단다.
내가 아니었으면, 할아버지는 네 편지를 읽지 못할 뻔하셨지.
행운이 아니고 뭐겠니. 너희 나라의 대사님이신 마레 씨가 마침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어.
우리 셋은 모든 것을 정해버렸어. 너희들에게 커다란 배 한 척을 보내기로 했거든.
두 척을 보낼 수도 있어. 곧 더 많은 소식을 듣게 될 거야.
부모들에게 호소하는 문제는 곧 신문에 기사로 실을 거야.
토마스에게도 안부 인사 전해주길. 나는 누나 한 명밖에 없어.
곧 보자. 내가 카피탈레 항구로 마중 나갈게. 녹색 목도리를 메도록 해. 그러면 너라고 알아볼게.

너의 친구
미하엘 페트리

(...)

그리고 한밤중에 일이 터지고 말았…………
뭔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서 아이들은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무거운 철문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침대에서 쿵 떨어졌고, 출입문 위에 있던 파란불이 몇 초 동안 꺼졌다가 다시 반짝거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 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아이들은 대부분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잠을 잤다. 기계들은 늘 그랬듯이 덜커덩 소리를 냈다.

“뭐였어” 토마스는 형에게 속삭였다.
“몰라,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 슈테판이 동생을 진정시키려고 대답했다. 갑자기 끔찍할 정도로 조용했다. 기계가 더 이상 돌아가지 않았고, 선체가 몇 번 약하게 떨더니 그만 꼼짝없이 멈춰버렸다. 파도는 배를 약하게 들었다 놓았다 했다. 이어서 갑판 위로 사람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고, 명령하는 소리,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고, 무엇보다 배의 사이렌이 강력한 소리로 “뚜-뚜-뚜우우” 하고 울렸다. 마치 밤바다에 대고서 호소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사이렌 소리는 뒤따라오는 세 척의 배에게 보내는 경고 신호였다. 이 세 척의 배는 ‘불의 나라’ 호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무선 통신으로 물어봤던 것이다.

아이들은 깨어나서 놀란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때 아이들을 지도하는 릴리아네가 이미 문에 서 있었고, 어두운 침실에 불빛이 어른거렸다. 릴리아네는 손동작 하나로 모든 질문을 물리쳤다.
“얘들아, 잘 들어. 우리 배가 커다란 광산이랑 부딪혔다고 해. 다행스럽게도 배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선원들이 내일 아침 일찍 손을 볼 거라고 해. 선장은 그때까지 너희들이 다른 세 척의 배에 타고 있기를 원하셔.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가능하면 빨리 옷을 입고, 배낭을 메고 나를 따라 갑판으로 올라가도록 하자.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 한 마디도 하지 말 것!”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옷을 벗고 급히 옷으로 갈아입었다. 릴리아네가 저렇게 엄한 목소리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슈테판이 그녀를 유심히 관찰해보자 매우 창백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배에 뚫린 구멍을 막는다는 것은 순전히 변명인 게 분명하다고 슈테판은 생각했다. 배는 양말이 아니다. 어떤 사람도 바다 한복판에서 배에 나 있는 구멍을 땜질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아이들이니까 어른들은 그렇게 말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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