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생명에서 생명으로』를 펴낸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학자 베른트 하인리히 인터뷰
등록일 :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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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트 하인리히는 1년 중 많은 시간을 메인 주 서부의 외딴 숲에 자신이 직접 지은 오두막에서 지낸다.

그에 따르면 오두막 안에는 배관도 전기도 없다. 안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랄 뿐이다…….

 

버몬트 대학교 생물학 명예교수인 75세의 하인리히에게 뉴잉글랜드의 숲은 자연의 변화를 연구할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지난 세월 동안 그는 자신의 관찰을 17여 권의 책으로 펴냈다. 자연과 동물계에 관한 그 책들 중에는 뒤영벌에 관한 책, 쇠똥구리에 관한 책, 올빼미와 거위에 관한 책도 있다. 회고록도 한 권 있고, 2002년에 쓴 달리기에 관한 책 『우리는 왜 달리는가』도 있다(하인리히 박사는 1980년대에 마라톤 챔피언이었다). 그런 그가 동식물의 죽음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자연 생태계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경이롭고 매혹적인 생명 재순환에 관한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낸 책이 바로, 이번에 선보이는 『생명에서 생명으로(Life Everlasting)』이다. 다음은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에게 보낸 인사말이다.  


*    *    *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제가 이곳 메인 숲에서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들, 생각들, 스케치들을

한국 독자들과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중에는 분명 여러분도 잘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것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2015년 11월,

마음을 담아, 베른트 하인리히.

(추신. 한국어판 표지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    *    *    *

그리고 다음은, 책의 출간에 맞춰, 《뉴욕타임스》의 클라우디아 드레퓌스는 베른트 하인리히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은 미국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북부의 워드파운드리지 보호구역에 있는 트레일사이드 자연박물관에서 만났고, 나중에 전화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그 인터뷰를 압축하고 편집한 내용이다.


Q ∥ 어떻게 동물들의 삶과 죽음, 생명의 재순환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나요?생명에서 생명으로
A ∥ 생각이 시작된 계기는 절친한 친구 빌의 편지였어요. 그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는데 메인의 제 숲에서 '자연장'을 치러줄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빌은 자기 시체를 큰까마귀들에게 주기를 바랐습니다. 화장되거나 관에 담겨 매장되기를 바라지 않았지요. 적잖이 당황스럽고 고민되는 부탁이었는데요.

빌의 편지에 저는 자연 생태계에서 동식물들이 재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 그리고 청소동물들이 세상을 청소하여 새 생명에 존재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이것은 제가 오래 마음에 품고 있던 주제였습니다. 자연의 재활용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청소동물인 큰까마귀와 딱정벌레를 오랫동안 연구해왔지요. 저는 그들에게 약간의 친밀감마저 느낍니다. 우리 가족도, 그러니까 나와 부모님과 여동생도 한때 청소동물이었기 때문입니다.


Q  청소동물요?
A ∥ 네.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에서, 우리 가족은 진군해오는 소련군을 피해서 숲으로 나가 살았습니다. 말벌 전문가였던 곤충학자 아버지는 도시가 전쟁 중에 머무르기에 끔찍한 장소라고 믿었죠. 우리는 청소동물처럼 먹고살았습니다. 덫을 놓아 쥐를 잡아먹었습니다. 죽은 돼지를 발견해서 여동생과 내가 그 고기를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여하튼, 저는 빌의 생각이 실현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그의 시체를 내놓았는데 큰까마귀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어쩔까요? 설령 큰까마귀들이 빌의 시체를 다 먹어치우더라도 그러면 사람 뼈가 나뒹굴게 될 테니, 그다음엔 분명 경찰이 찾아오겠지요. 아니요, 그럴 순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빌에게 미안하지만 도울 수 없다고 답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저는 메인의 캠프에서 작은 실험들을 해보았습니다. 그때 딱정벌레에 관한 책을 쓰고 있었는데, 그런 실험으로 한 장(챕터)을 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요. 차에 치어 죽은 쥐, 너구리, 뒤쥐 따위를 내놓고 누가 찾아오는지, 송장벌레나 구더기나 근사한 초록빛 금파리 같은 자연의 장의사들이 어떻게 사체를 분해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그것은 변형의 현장이었습니다. 생쥐는 죽어서 먹힌 뒤 딱정벌레로 변했습니다. 혹은 생쥐를 이뤘던 분자들이 매나 올빼미의 일부가 될 수도 있었지요. 저는 무스와 사슴 시체를 관찰하고서는 그렇게 큰 것도 자연에서는 금방 사라지고 만다는 데 놀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한 챕터가 아예 한 권으로 불어난 겁니다!


Q  차에 치어 죽은 동물로 실험하는 게 힘들지 않았습니까?
A ∥ 약간 역겨운 걸 제외하고는 시체는 아주 활동적인 현장입니다. 죽음의 현장이라기보다 생명의 현장이지요. 재활용을 담당하는 동물들에게 시체란 엄청난 양의 먹이가 농축된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시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경쟁은 물론이거니와 온갖 흥미로운 행동들을 펼치게 되지요. 어느 한 녀석이 먹이를 방어하는 경우도 흥미롭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한 시체를 원하는 경우는 더더욱 흥미롭고요.

재활용 동물 중에서도 내가 각별히 좋아하는 동물들이 있습니다. 큰까마귀는 아주 매력적입니다. 나는 평생 매력적이지 않은 큰까마귀는 한 마리도 못 봤습니다. 구더기는 딱히 매력적이지 않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익숙해지더군요. 요즘은 구더기를 관찰하노라면 썩 흥미로운 녀석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여름에 너구리 시체를 내놓아보았는데, 구더기가 사흘 만에 거의 싹 먹어치워서 아무것도, 살점이라고는 한 점도 안 남더군요. 나중에 구더기들은 집단 전체로, 수천 마리가 동시에 너구리를 떠났습니다. 한 방향을 향해서.


Q ∥ 그래서 무슨 일이었을까요?
A ∥ 저도 아직 답을 다는 모릅니다. 가설은 몇 가지 말해볼 수 있어요. 구더기들은 태양을 향해서, 빛을 향해서 움직였어요. 녀석들은 시체를 다 먹어치워 이제 남은 먹이가 없기 때문에 떠나야만 했지요. 대부분의 생물들은 먹이가 없으면 이동합니다. 구더기라고 왜 안 그러겠습니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왜 녀석들이 동시에 이동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당시는 여름이었고, 집단으로 뭉쳐서 움직이면 표면적을 줄여 수분 손실을 막을 수 있지요. 올여름에 연구를 더 해볼 생각입니다.


Q ∥ 청소동물은 평판이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독수리나 큰까마귀를 미워하는 문화도 있지요. 이 점이 이해가 되시나요?
A ∥ 그것은 그들이 죽음과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그들 탓으로 돌리는 거지요. 큰까마귀는 이런저런 동물을 많이 죽인다는 비난을 받는데, 사실은 이미 죽은 동물이나 거의 죽은 것과 다름없는 동물만 먹습니다. 그것은 이런 동물들의 행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비논리적인 연관관계예요. 바다에 죽은 물고기를 먹는 청소동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십시오. 죽은 물고기들이 바다 꼭대기까지 차오를 겁니다. 재활용 동물들이 없다면, 자연은 멈춰버릴 겁니다.


Q ∥ 현재 청소동물 중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A ∥ 콘도르나 독수리 같은 덩치 큰 청소동물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우리 인간이 그들의 먹이 기반을 없애버렸습니다. 이제 그들이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아요. 또한 우리는 쥐처럼 식량 자원을 두고 우리와 경쟁하는 동물들을 독약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그러면 올빼미나 매가 중독된 설치류를 먹고 죽지요.

어떤 독수리 종들은 우리가 가축에게 먹인 약물 중 일부가 독수리에게 유해하게 작용하는 바람에 개체수가 급감했습니다. 독수리들은 예로부터 먹이로 삼아 온 죽은 가축을 먹고는 따라 죽어버리는 겁니다.

지금 제가 읽는 책에는 인도의 파르시 교도들이 종교 의례의 일부로서 풍장을 치른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들은 장례용 독수리를 직접 번식시키기 시작했답니다. 야생의 개체수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죠. 비극적인 일입니다. 생태계는 아주 복잡하고, 이런 동물들이 사라질 경우 생태계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Q  우리 인간과 인간의 유해도 그 복잡한 생태계의 일부인가요?
A ∥ 네,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간의 죽음은 점점 더 자연과 괴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은 사람의 몸에 포름알데히드 같은 오염성 화학물질을 주입한 뒤 밀폐된 상자에 담아서 차라리 농경지로 쓰면 좋을 만한 귀중한 땅에 묻어버립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우리가 죽음을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빌의 발상에서 매력적인 점은 그가 죽을 때 자원을 소비하지 않으리라는 점이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육신이 자연계에 자원을 돌려주겠지요.


Q  빌은 어떻게 되었나요?
A ∥ 아직 잘 살아 있습니다. 기쁘게도, 풍장을 해야 하는 상황은 결국 오지 않았답니다.



(* 이 인터뷰는 지난 2012년 말 미국 호턴미플린하트코트 출판사에서 『생명에서 생명으로』가 출간된 것을 기념하여 2013년 1월 14일 《뉴욕타임스》의 클라우디아 드레퓌스가 작가인 베른트 하인리히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번역한 것입니다. 때문에 2015년 현시점에 맞추어 내용을 적절히 편집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글의 우리말 번역을 맡아주신 김명남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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