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태양을 멈춘 사람들>을 펴낸 남 영 교수 인터뷰
등록일 :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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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선 독자들에게 첫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태양을 멈춘 사람들』을 쓴 남영입니다. 저는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에서 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 관련 수업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과학사를 전공하고 한양대학교에서 강의를 한 지는 어언 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특히 이번에 출간한 『태양을 멈춘 사람들』의 모태가 된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는 제가 개발하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강의를 진행해 온 저의 대표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20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수강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수업을 책으로 옮기는 작업은 2013년부터 시작했었습니다. 수업으로 진행하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만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수업에서 학생들과 나누던 교감이 책으로도 잘 전달되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태양을 멈춘 사람들



Q ∥ 이번에 펴낸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시리즈 첫 책입니다. 또한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는 한양대 학생들 사이에 입소문 난 강의로 “달의 뒷면을 들여다보는 수업 같다‘는 상찬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탄생 비화가 있다면요?
A  과거 처음 대학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재미있는 과학사였지만 학생들에게 그 재미를 전달해주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에 대한 거부감과 ‘역사’에 대한 거부감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문제였으니까요. 특히 시대순으로 과학을 배워나가는 것은 과학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사의 시작은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니 수많은 ‘-테스’와 ‘-누스’들을 한두 주 배우고 나면 많은 학생들이 지쳐버렸습니다. 더구나 한 주에 2-3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 가르치면 한 학기 동안 수박 겉핥기 식의 내용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도 지쳐갔고, 진짜 의미가 있고 도움이 될 만한 깊은 내용은 거의 들어볼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학자와 이론명만 연결하는 무의미한 강의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과학사를 재미있고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나름의 긴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과학사 전체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한 가지 내용이라도 깊고 재미있게 가르쳐 주는 방법을 써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사 전반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기만 하면 궁금한 것이 있는 학생들은 나머지 부분을 찾아보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과학사에서 가장 재미있고 중요한 사건을 중심에 놓고 저만의 수업을 개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였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동설 혁명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가르치자 상상 이상의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어주었고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몇 년 동안 강의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제가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오히려 내가 참 많이 배워 고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 농담으로 시간관계상 수업시간에 제대로 다 알려주지 못한 내용들은 꼭 책으로 써 보겠다고 학생들에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 말이 하나의 목표를 주었고, 결국 몇 년의 시간이 더해지자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책이 어느 정도 수업의 분위기를 반영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반응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Q ∥ 수업의 80%를 지동설 혁명을 다루는 데 할애하고 있으며,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지동설 혁명에 대해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고 했습니다. 이 혁명의 중요성이랄까 그 의미에 대해 들려주십시오. 또한 이 책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세요.
A  먼저 ‘과학혁명’과 ‘지동설 혁명’에 대해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겠네요. 특별한 수식어구 없이 ‘과학혁명’이라고 한다면 16-17세기 사이 유럽에서 현대적 의미의 과학이 발생한 상황 전반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과학은 사실상 이 시기에 정립되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연구대상, 연구방법론, 제도 등 전방위적으로 발생한 이 변혁에서 가장 중요한 국면이 바로 지동설 혁명입니다. 즉 지동설 혁명은 과학혁명기의 다양한 사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역사에서 지동설 혁명을 뺀다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 학문을 하는 방법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전혀 다른 것이었을 겁니다. 저는 아예 ‘현대인’이 탄생한 요람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동설 혁명이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방법론을 따르고자 했고, 결국 학문의 유행이 바뀌었으며, 과학은 오늘날과 같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사에 있어서 지동설 혁명은 필수통과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어떤 주제를 연구하던지 간에 반드시 어느 정도 16-17세기의 과학혁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의사들이 다양한 전공을 가지더라도 해부학적 지식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과학사에서 한 가지 수업의 주제를 정한다면 지동설 혁명은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동설 혁명을 다룬 이유는 과학사상의 중요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동설 혁명은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이 과학이며, 과학을 어떻게 행해야하는지 오늘날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줄 수 있는 주제입니다. 특히 저는 초중등교육에서 다루기 힘든 부분을 전달해 주는데 이 주제가 아주 효과적임을 오랜 수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물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면 역사는 너무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되기 마련인데, 지동설 혁명에는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지동설 혁명의 중요성 때문에 관련한 책들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문제를 꼽자면 입문자용 책과 고급 연구서들은 많은데 양자를 연결해 줄만한 책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만의 차별점이라면 바로 그 중간 연결고리가 될 만한 책을 만들어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일 겁니다. 과학이론만이 아니라 지동설 혁명 시기의 내밀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서, 감정이입하며 흥미롭게 읽어가는 과정에서 과학의 실제 맥락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갈릴레오 하면 지동설과 재판 정도만 상식적으로 떠오르던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Q ∥ “달은 왜 지구를 도는가? 밀물과 썰물은 왜 일어나는가? 초등학교 시절 아주 쉽게 암기된 답이 있다. 달은 지구가 ‘잡아당기기’ 때문에 지구 주위를 돌며, 바닷물을 달이 ‘잡아당기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그것은 뉴턴에 의해 제시되고 현대인들의 대중교육에 선택되어 있는 답안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아인슈타인이 모두 똑같은 질문에 다른 답을 했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당혹스러워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다른 답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지요?
A  역으로 대답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떤 일에 대한 해석이 사람들마다 같은 답들이 나오는 경우가 이상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과학만은 단일한 답으로 귀결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 정답을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됩니다. 단지 ‘다른 과학’을 ‘틀린 과학’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이런 선입견 때문에 과학의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과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크게 잘못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경우를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각 시대의 기준과 철학에 따라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계속 변화해 왔습니다. 따라서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도 이에 맞추어 변화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사는 바로 그 과정을 알려주고 현대의 과학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여유를 제공해 줍니다. 위의 인용문에서 ‘당혹스러워진다’라는 표현은 바로 그 당혹감이 없어져야 비로소 과학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Q ∥ 선생님은 자칭 ‘잡종’이라 했습니다. 잡종은 단순한 학문적 융합 이상의 것이며, 결국 모든 혁신은 잡종의 출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학생들이 자기 역량의 다양성을 보지 못하고 자기 역량 중 하나에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의 한계를 너무 낮게 설정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직업으로 꿈을 분할하는 것을 특히 경계한다고도 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수업을 하며 어떤 것을 공유하는 데 주안점을 두시는지요?
A  요즘 ‘융합’이란 단어가 유행중입니다. 너무 많이 사용되어져서 진부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융합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문제는 ‘억지로’, ‘강제로’ 융합이 강조된 결과 자연스럽고 올바른 융합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도적으로 융합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굳이 융합이 아닌 잡종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학문과 학문간 융합과 그 이상의 것들을 뒤섞이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것이 ‘다빈치의 직업이 무엇이냐’라는 유형의 질문입니다. 다빈치를 ‘화가’, ‘건축가’, ‘기계공학자’ 같은 직업으로 분할하는 순간 다빈치의 정체성은 사라집니다. 그는 위의 모든 직업군을 포괄하는 잡종의 전형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다빈치는 자신의 업적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 심지어는 현대의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공유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적 딜레마를 파악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혁신가들은 그 시대의 유행학문 전반과 대안이론, 그리고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조합하며 자신의 답에 접근해 갔던 사람들입니다.

각 사례들 속에서 바로 이런 부분을 강조하며 수업을 진행합니다. 구체 사례를 들으면 사실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특히 오히려 이공계열 전공학생들일수록 그 충격은 큽니다.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던 거지요. ‘전율스럽다’라는 표현을 학생들이 해주는 그 순간 저 또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바로 그런 충격의 순간을 자주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즐겨 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2, 3권 등 앞으로 어떤 글들을 쓰고 싶으신지요? 준비 중인 책이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사실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는 제 머리 속에서 3부작으로 구상되어 있습니다. 2부에 해당하는 수업은 이미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학자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3년여 강의를 진행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차례까지 어느 정도 구상이 끝난 상태입니다. 2권은 아마도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완성되던 20세기 초의 이야기가 전개될 겁니다. 지동설 혁명을 자연스럽게 잇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권은 아직까지는 구체화되지는 못했는데 생물학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서 진화론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1권을 쓰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출간시켰으니 2권이 언제 탈고될지는 미리 알려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모두 제가 평소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들이긴 한데 감히 책으로 만들어도 창피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숙성시키고 다듬어 볼 생각입니다. 기다리기 지루하시더라도 후속편의 출간이 늦어지면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Q ∥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A  이 책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이시라면 당연히 과학의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실 겁니다. 과학사는 결국 역사입니다. 이 말은 과학의 역사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인물의 생애에 감정이입하며 과학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쉽고 재미있는 역사공부법입니다. 또 그 시대의 문화적 맥락을 함께 이해하지 못하면 결코 과학이론의 맥락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과학사를 볼 때도 정치, 경제, 종교, 철학, 문화의 역사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다양한 맥락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또 그게 훨씬 쉬운 방법이라는 것도 알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다양한 과학관련 서적을 읽으실 때 어떻게 과학에 접근해 갈지에 대한 방법론을 생각해 보시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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