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파이미로>를 쓴 교사이자 작가 김상미 인터뷰
등록일 :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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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독자들에게 첫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김상미라고 합니다. 중학교 수학교사입니다. 수학과 청소년의 성장을 담은 소설가, 수학자의 명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하는 캘리그라피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관심이 가는 책을 고르면 궁리에서 나온 책이더라고요.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삶과 생각의 결이 같은 사람들은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는 분들도 어쩌면 저와 같은 결을 가진 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척 설렙니다.


Q ∥  번에 『파이미로』라는 판타지 수학소설을 펴내셨습니다. 선생님의 첫 수학소설인데요, 어떻게 집필하게 되셨는지요?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무한대를 본 남자>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인도의 수학 천재 라마누잔과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영국의 괴짜 수학자 하디 교수의 특별한 인연을 담은 영화죠. 이 영화를 보면, 하디 교수가 라마누잔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누리는 명예스러운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신의 발자취를 죽은 후에 도서관에 남기는 것이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이 장면이 제게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감히 무모한 다짐을 했습니다. 죽기 전에 5권의 책을 도서관에 남겨야지, 라고요. 더 나이가 들어 젊은 날에 쓴 책을 보면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그 순간의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공유하면서, 저도 독자들도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한 권의 책은 이미 세상 구경을 한 상태였으니 앞으로 4권을 더 도전해보자, 이렇게 생각했죠.

첫 책은 수학자들의 지혜를 제 나름의 글씨체(캘리그라피)에 실어 전달하는 책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과 푸념을 수학자들의 명언으로 답해주는 책이었죠. 다음 책은 수학 공부를 왜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 이야기가 선생님의 잔소리처럼 들리면 곤란하겠죠. “재미있게”가 관건이었습니다. ‘재미’로 시작해서 ‘의미’를 찾아가는 글로는 ‘소설’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이 책 『파이미로』 집필을 시작했어요. 쉽게 쓰였다고 홍보하는 수학교양도서도 몇 장 읽다 보면, 좌절하기 십상이죠. 머리를 쥐게 만드는 수학 지식교양서와 달리 쉽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결국 정답 없는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도록 안내하는 책을 쓰고 싶었고, 고민 끝에 『파이미로』를 이렇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Q ∥  이 책은 상상력 넘치는, 독특한 분위기의 <프롤로그>로 시작합니다. 그중에는 선생님이 창조한 “다섯 종족”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학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5종족이지요.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수학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데 –물론 대부분은 학생이겠지만- 수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본 거예요. 물론 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것을 보면 제 관점이 다른 분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끝까지 책을 읽으시면 제가 그 다섯 종족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이 숨어 있는 대목이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미 과학이나 수학 분야와 어떤 식으로 관계가 있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그럼 아마도 0000족이실 겁니다. 그 다섯 개 종족이 궁금하시죠? 책을 읽고 빈칸을 채워주실래요?


Q ∥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계시는데요, 학생들과 어떻게 수학으로 소통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에 스타일이 다른 두 수학선생님이 등장하는데요, 어느 쪽에 더 가까우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수학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았던 착상이더라도 여러 사람이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고 새로운 생각을 덧붙여가면서 점차 완벽에 가까운 이론으로 다듬어져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는 사람들이 협업하며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 이론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수학의 매력을 느꼈어요. 인생에서 필요한 겸손과 나눔의 지혜도 함께 배웠습니다. 그런데 교사가 된 후 학교현장에서 만난 수학은 제가 감동한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수학의 역사는 생략된 채 완벽한 결과만을 제시하고, 더 높은 점수를 쫓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죠. 수학은 단지 시험의 가치로만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육환경이 점차 성숙해지고 저도 성장하면서 수학시간에 가르쳐야 할 것이 단지 수학 지식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생각의 나눔,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창조를 이끌어낸 수학교과의 본질적 가치’를 나누자는 생각으로 ‘마음과 생각이 함께 크는 수학시간’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수학이 마음과 생각을 지혜롭게 하는 과목임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학생들에게는 성적도 중요해요. 성적에도 도움을 주는 수업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즉, 짬짜면, 반반치킨! 바야흐로 융합의 메뉴처럼 책 속에 묘사된 두 스타일의 수학선생님, 반반 스타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Q ∥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동안 수학교사로 지내오면서 만난 학생들의 모습이 일부 투영되어 있다고 보면 되나요? 집필하며 특히 고민을 거듭한 등장인물이 있다면?
A   네, 당연히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제가 만났던 학생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한 캐릭터에서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등장인물 중 누구와 친구가 되고 싶은지도 사람마다 다르고요. 집필하면서 특히 고민을 거듭한 등장인물은 ‘전부’입니다. 제가 만났던 아이들을 두루두루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 담지 못한 친구들은 제가 앞으로 쓰게 될 후속작품에 등장하겠지요.

제 조카는 소설을 읽고 하울이 가장 좋다고 했고, 늘 제 소설을 읽고 모니터링을 해주는 아이는 티몬을 좋아했어요. 써메이션이 나풀거리는 숫자와 대화를 하고 친구들과 수학 이야기를 할 때 반짝거리는 장면은 영재고를 간 학생의 모습을 관찰한 것입니다. 제가 가장 정이 가는 인물은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를 시작한 I입니다. I는 이 책을 읽는 독자를 말하기도 하는데, 그 이름에 중의적인 뜻을 담았습니다. 이 친구들이 책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기대해주세요.


Q ∥  수학자나 수학의 명언을 담은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고 계시고, 책도 펴낸 바 있습니다. 캘리그라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좋아하는 수학 명언이 있다면?
A ∥  제가 학교를 다니던 때만 해도 미술시간에 서예를 배웠어요. 서예를 좋아했어요. 어른이 돼서도 꾸준히 썼고요. 최근에 현대적인 손글씨 영역인 캘리그리피가 유행하면서, 캘리그리피를 배운 적이 있고요. 예전의 서예는 형식과 격식을 갖춰 써야 했고, 정해진 모습이 아니면 늘 첨삭을 받았다면, 최근의 캘리그라피는 자신의 개성을 살려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물론 저는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과 푸념에 답을 해주려는 도구로도 캘리그라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몇 작품 보여드리죠. 한번 읽어보세요.




 

제 다른 작품이 궁금하시거나 수학자들의 명언에 관심 있으신 분은 제 블로그에 들러주세요. 블로그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그때그때 올리고 있어요. BLOG.NAVER.COM/thatisme


Q ∥   수학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계시는데요. 교과서 집필과 소설 집필을 경험하며 작가로서 느낀 바나 소회가 있으셨을 듯합니다.
A ∥  교과서 집필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지요. 함께하는 교수님들, 선생님들이 주말도 없이 열정적으로 참신한 수업소재와 과제를 개발하고 있고요, 현장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수많은 토론을 거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교과서 하나만으로도 풍부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무엇을 생각하시든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해서 만듭니다. 교육과정을 따르고 오류가 없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문제고요. 팀이 함께하는 일이기에 팀의 분위기와 서로 간의 호흡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반면 소설은 저 혼자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치는 작업입니다. 둘 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지만 서로 다른 영역의 뇌가 사용되는 것 같아요. 제가 뇌전문가가 아니라 유식한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지만 저의 경험을 빌리자면 좌뇌를 지나치게 많이 쓴 이후에는 우뇌가 꿈틀거리며 자신의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교과서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할 때쯤 저도 모르게 무슨 힘에 이끌려 자판기를 두드리며 소설을 쓰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그분’이 오실 때 쓴 또 다른 소설도 곧 출간됩니다.

교과서 집필이든 소설 집필이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최선을 다해왔지만,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출간의 기회를 갖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 귀한 기회를 주고 함께 작업한 궁리출판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Q ∥  『파이미로』를 집필하고 주변의 교사, 학생들이 읽고 평을 해주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의견이나 감상평을 들었는지 살짝 들려주신다면?
A   처음 탈고를 하고 나서, 당시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국어선생님께 아주 어렵게 읽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탈고된 시기가 학교의 업무가 가중되는 연말로 다들 생활기록부 입력과 점검으로 정신없을 때였거든요. 그런데도 제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정성껏 코멘트를 달아주셨습니다. 가볍게 보이지만 그 안의 비유들이 학교의 모습을 담은 풍자소설이라고요.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곱씹어 생각을 하게 된다며 과분한 평가를 해주셨어요.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노소트족’은 어떻게 해야 하죠?, 라면서 재밌는 말씀도 해주셨고요.

늘 책을 가까이하는 학생인 윤정우(판곡중 15세)군은 수학 종족이 나누어졌다는 설정이 흥미를 끌어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고, 수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재미”라는 본능적인 감각을 타고난 제 조카 권민종(역삼중 14세)은 ‘재밌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라는 짧고 굵은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학교에서 수학동아리대표를 맡고 있는데 ‘저자와의 만남’을 본인이 성사시키기 위해서 이 책이 나오기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주변에 있는 분들이니 격려 차원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겠지요? 이제는 여러분들이 진솔하고 객관적인(?) 코멘트 주실 날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Q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A   이 책이 우선 학생, 학부모님들, 선생님들에게 편하고 재미있게 읽혔으면 참 좋겠습니다. 다 읽고 나서 독자분들에게 작은 울림이 전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상상력으로 수학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된다면 더 좋겠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처 말이 되지 못한, 제 안의 수많은 마음이 쌓여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차올라 영글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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