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일곱 원소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김명남 인터뷰
등록일 : 20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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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과학책을 번역하는 김명남입니다. 전에 베른트 하인리히의 『생명에서 생명으로』가 출간되었을 때 궁리레터에 인터뷰했으니 꼭 2년 만인데요, 여전히 열심히 번역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Q  이번에 나온 『일곱 원소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주기율표의 권위자로 잘 알려진 에릭 셰리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A  UCLA 화학과 교수인 에릭 셰리는 과학사 중에서도 화학사, 화학사 중에서도 주기율표의 역사에 정통한 학자라고 해요. 『일곱 원소 이야기』는 셰리의 책 중 처음 번역되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현재 우리가 아는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92번인 우라늄 아래의 원소들 중 맨 마지막으로 발견된 일곱 가지 원소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언뜻 “과학 발견 중 원소 발견만큼 뻔한 것이 어디 있다고?” 싶죠. 원소를 발견했으면 한 것이고 아니면 아니지, 무슨 논쟁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이 깡그리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발견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과학사가 어째서 단선적인 영웅담일 수만은 없는지, 이런 뜻밖의 주제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에요.


Q  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단행본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책상 옆 벽에 커다란 주기율표 포스터를 붙여두었어요. 그래야만 했던 것이, 저는 화학자가 아니니까 어떤 원소의 원자번호가 몇 번인지, 어떤 원소의 여러 동위원소들의 원자량이 각각 얼마인지, 죄다 외우고 있지는 않거든요. 정말 머릿속이 복잡했죠! 이 분야도 발전이 쉼 없이 이뤄지니, 원서가 처음 나온 2013년에는 아직 정식 명칭이 없었던 원소가 그 사이 정식 이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확인하는 게 제가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었죠.





Q  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  서문 중 “원소 발견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다루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는 그 대목을 읽고 꽤 놀랐어요. 정말, 원소 발견이란 무엇일까요? 원소를 얼마나 많이 모아야 하는지, 그 발견을 어떤 형식으로 발표해야 하는지, 100% 순수한 물질이어야 하는지, 존재를 예측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흔히 과학 발견이 모 아니면 도로 이뤄진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과학 활동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과학 행위를 1등만 유의미한 달리기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죠. 우선권 분쟁을 둘러싼, 때로 추접하기까지 한 싸움도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요. 이런 주제는 보통 대중 과학서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과학사학자들의 논문에서만 이야기되지만, 이 책은 그런 학술서와 대중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Q  이 책의 큰 주제는 주기율표입니다. 주기율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주기율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셨는데요. 선생님께 주기율표는 어떤 의미인가요? 주기율표에 대한 설명도 좋습니다.
A  요즘은 과학 분과들 간의 경계가 워낙 흐려져서, ‘화학’이라는 분야명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굳이 구별한다면, 화학은 원소들의 차원을 다루는 연구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에 비해 물리학은 원소보다 작은 차원의 세상을, 생물학은 세포 차원의 세상을 다루고요. 따라서 원소들의 특징과 상호 관계가 한 장의 차트로 정리된 주기율표는, 과장하면, 화학의 알파이자 오메가죠.

참, 그러고 보니 내년, 즉 2019년은 UN이 선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입니다. 왜 2019년인가 하면, 일반적으로 주기율표의 발명가로 알려진 러시아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유레카’의 순간을 겪고서 현대적 주기율표의 토대가 된 표를 처음 발표한 것이 꼭 150년 전인 1869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책 『일곱 원소 이야기』의 1장을 읽어보시면, 멘델레예프가 인류 최초로 주기율표를 떠올린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 그런데 왜 하필 그의 이름이 영원히 주기율표에 붙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 그가 어떤 점에서 뛰어났고 어떤 점에서는 틀렸는가, 등등을 알 수 있을 거예요.


Q  주기율표 속 원소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원소가 있다면요? 우리 책의 주인공 일곱 원소 가운데서 특히 맘에 드는 원소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전 불활성 기체들, 그러니까 아르곤,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이 좋아요. 그 원소들이 반응성이 없기 때문에 화학반응을 통해서 발견될 수 없었고 그 탓에 주기율표를 채워나가던 과학자들이 대체 이 원소들은 원자량을 어떻게 측정해야 하나, 주기율표의 어디에 배치해야 하나 괴로워했던 게 (못된 말이지만) 재미있게 느껴지거든요.

『일곱 원소 이야기』의 일곱 원소 중에서는 프로트악티늄과 프랑슘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저자 셰리도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일곱 원소 중 세 개, 어쩌면 네 개는 여성 과학자가 처음 발견했죠. 원소 발견, 특히 방사성 원소 발견은 다른 과학 분야에 비해 예전부터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졌던 분야입니다. 마땅히 노벨상을 받아야 했는데 받지 못한 여성 과학자들을 이야기할 때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리제 마이트너인데요, 이 책의 3장 프로트악티늄 발견 이야기가 바로 그 마이트너 이야기죠.

한편 이 책의 7장 프랑슘 발견 이야기에서는 마르게리트 페레라는 여성 과학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이트너야 워낙 유명하지만, 페레는 저도 여기서 처음 알았어요. 마리 퀴리의 조수로 경력을 시작하여 뛰어난 원소 분리 실력으로 결국 프랑슘을 발견한 페레가 그 일생의 발견을 이룬 뒤에야 학위를 받았다는 이야기, 그러나 페레 또한 퀴리처럼 방사능에 너무 많이 노출된 탓에 앓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죠.


Q  아이들 그림책부터 성인 일반독자들이 읽는 단행본까지 다양한 독자층의 과학책을 번역해오고 있습니다. 독자층에 따라 번역의 스타일도 달라질 것 같은데요.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아가, 과학책 번역가를 꿈꾸는 예비 번역가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어떤 독자가 읽을 것인가가 물론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도 번역하는 동안에는 저자를 더 많이 생각해요. 저자의 문체, 저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가, 이런 것들을 매일 매 순간 고민하기 때문에, 독자보다는 저자에 따라 제 번역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봐요.
과학책 번역이라고 해서 다른 분야 번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거꾸로 말하자면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분이 편한 마음으로 과학책을 번역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문학책을 번역하는 걸요.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저만 재밌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일곱 원소 이야기』 원서 뒤표지에 실린 네 명의 추천사를 보고 저는 깔깔 웃어버렸어요. 피터 앳킨스, 샘 킨, 필립 볼, 존 엠슬리가 추천했는데요. 이 네 사람이 또 각자 주기율표에 관한 책을 쓴 유명 저자들이거든요. 이 저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 봐도 에릭 셰리가 주기율표 분야에서 이름난 사람이라는 게 증명되는 수준이라고요! 피터 앳킨스의 『원소의 왕국』, 샘 킨의 『사라진 스푼』, 필립 볼의 『자연의 재료들』, 존 엠슬리의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가 모두 화학원소 및 주기율표 이야기이고 번역본으로도 구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특히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은 가십을 읽는 기분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고 중고등학생도 읽을 만한 책이라 적극 추천합니다.
한편 화학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주기율표라고 하면 저는 이탈리아 작가이자 화학자였던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를 권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제껏 주기율표에 관해서 씌어진 가장 아름답고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그러면서도 아주 화학적인 자전 에세이에요. 세상에는 주기율표 같은 것에서 시적 영감을 얻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Q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일곱 원소 이야기』는 무엇보다 화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화학자들이 읽으면 좋을 책일 거예요. 하지만 이 책 1, 2장은 주기율표 역사를 간명하게 잘 정리한 글이니까(저자는 그 때문에 주기율표에 관해서 기본적인 사항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3장으로 넘어가도 좋다고 말했지만), 주기율표를 잘 모르는 독자는 1, 2장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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