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나뭇잎 일기>를 그리고 쓴 화가 허윤희
등록일 :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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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독자분들에게 첫 인사와 자기 소개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화가 허윤희입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2008년부터 꾸준히 써온 <나뭇잎 일기>를 책으로 엮어 독자분들을 만나게 되어 무척 설레고 기쁩니다.

 

Q ∥ 십 년 전부터 꾸준히 <나뭇잎 일기>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나뭇잎 일기>는 어떤 작품이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계기를 들려주신다면요?
A  나뭇잎 일기는 매일 산책길에 나뭇잎 하나를 채집하여 똑같이 그리고 그날의 단상을 적은 일기입니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오랜 기간 생각해 왔고 일기 쓰듯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내가 좋아하는 산책을 작업으로 연결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소로의 글을 읽고 영감이 떠올랐지요. 


Q ∥ <나뭇잎 일기>는 산책하기와 그림 그리기, 글 쓰기가 하나가 된, 어떻게 보면 온몸으로 예술하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뭇잎 일기>를 그리고 쓰는 시간이 선생님께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궁금합니다.
A  산을 매일 산책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어느새 긴장을 내려놓고, 몸도 마음도 쉴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건강한 생기를 얻습니다. 나뭇잎 일기를 쓰면서 자연과 시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무나 풀들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산책하는 시간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해요. 삶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만난 사람, 그와 나눈 이야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 읽은 책 등에서 아름다운 순간이 떠오르고 소중한 의미를 발견하게 돼요. 매일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Q ∥ 미술영역에서 드로잉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요사이 드로잉이 새롭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드로잉은 가장 원초적인 예술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이 주는 생동감, 생생함을 담고 있지요.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생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기에도 적합합니다. 예전에는 완결성이 있고, 다듬어진 완성작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요즘은 작가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고, 작품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평가하기에 자유로운 드로잉이 현대미술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Q ∥ 목탄을 재료로 한 작품 활동으로 유명하시지요. 어떻게 목탄을 재료로 작품을 하게 되셨는지요? 목탄 작업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역동적이고 큰 움직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짧게 선생님의 목탄 작업에 대해 몇 마디 해주신다면? 
A  목탄은 나무를 태운 것으로 자연 그 자체입니다. 많은 화가들이 스케치할 때만 사용하지만, 저는 목탄이 너무 좋아서 목탄으로 더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종이에 그리다가 벽 위에 큰 벽화를 그렸습니다. 그림을 온몸으로 그리고 전시가 끝나면 지웁니다. 그림은 사라지고 기억으로만 존재합니다. 영원하지 않고 순간을 살다가 가는 우리의 삶을 반추하며 소유보다는 지금, 여기의 존재함에 대해서, 현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였습니다. 나무가 불을 거쳐 먼지가 되어 소멸하는 목탄의 특성이 제 벽화 작업 의도와 일치합니다.


허윤희, <새-경계를 넘어>, 금호미술관, 2017



 


허윤희, <Stove>, 2012 - 과정



Q  <나뭇잎 일기> 작업과 목탄 작업이 비슷한 듯하면서 다른 면도 있어 보이는데, 선생님에게 두 작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A   목탄도 나무고, 나뭇잎도 나무네요. 목탄 작업으로는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그림을 지워서 사라지게 함으로써 표현했습니다. 영원이 사라진 자리의 허무감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영원에 순간이 담겨 있듯 한순간 속에도 영원이 담겨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뭇잎 일기>는 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사라지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지요. 목탄 작업과 나뭇잎 일기 작업은 겉모양은 달라도 저의 영원과 순간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볼 수 있고, 그것을 보여주는 적합한 형식이 이런 차이로 나타났다고 보면 됩니다. 


Q ∥ 이 책은 선생님의 시詩적 단상을 담은 일기가 묵직한 감동을 불러옵니다. 원본을 보면 연필로 쓴 일기를 지우고 다시 쓴 흔적들이 보이는데요. 마음속으로 정제하고 정돈한 단어말을 한 자 한 자 단정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평소에 시詩도 쓰시지요?
A  마음에 드는 문장이 될 때까지 많이 지우고 고쳐 씁니다. 한 편의 시를 쓰는 마음으로 일기를 씁니다. 글씨를 쓸 때는 마음을 단정히 하고 글씨를 단정히 쓰려고 합니다. 동양화의 시서화(詩書畵)에 대한 전통이 제게는 이런 방식으로 시도되었네요. 어릴 적 꿈이 시인이었습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때때로 그림으로 못 다하는 것을 시로 쓰기도 합니다.


Q ∥  출간을 즈음하여 <나뭇잎 일기>를 전시회로도 만나볼 수 있지요? 더불어 <나뭇잎 일기>를 책으로 만나볼 독자분들에게 몇 말씀 전해주세요. 

A  저에게 주어진 날들을 열심히 살고, 진솔하게 기록했습니다. 독자분들에게도 공감이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제가 자연과 사람들에게서 받은 위로와 기쁨과 생기가 이 책을 펼치는 여러분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뭇잎 일기> 책 출간을 기념하여 전시회 ‘마음 채집실’을 엽니다. 서울 청담동 디스위켄드룸에서 4월 21일부터 5월 20일까지 열리는데, 2017~2018년에 그린 400여 점을 골라 전시합니다. 4월 23일에는 ‘아티스트 토크’가 개최되고, 5월 5일에는 나뭇잎 일기를 체험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가 열립니다.

서촌에 있는 길담서원에서도 4월 30일까지 ‘나뭇잎 일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4월 24일에 ‘작가와의 만남’과 함께 나뭇잎 드로잉 시간이 있으니, 오셔서 나뭇잎이 전하는 깊은 사색의 시간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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