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동물 미술관>을 펴낸 인문학자 우석영 인터뷰
등록일 :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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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궁리 독자들 중에는 제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싶으네요. 『철학이 있는 도시』는 제가 호주에 있을 때 쓰기 시작한 미술산문을 한국에 가지고 와서 고쳐 쓴 책이랍니다. 2013년부터 쓰기 시작한 산문이 ‘한국 문화 충격’ 속에서 애초 생각과는 다르게 출간되었는데, 그때가 2016년 2월이에요. 그러고는 2016년 11월 촛불 혁명이 시작되니, 시간이 많이 지난 셈입니다.

올해 초에 자율, 창의, 지속가능성, 상호호혜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소박한 연구모임인 자립 연구원을 동료들과 함께 창립했는데, 개인적인 연구와 집필 말고는 자립 연구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립 연구원은 출판사이기도 해요. 제가 공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배려의 식탁, 제주』라는 책이 자립 연구원에서 나왔습니다. 올 여름 최악의 폭염이 한국을 강타했는데, 이런 혹독한 기후변화를 겪으면서도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지혜를 모으는 사회적 논의는 국내에서 터무니없이 빈곤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IPCC 5차 보고서가 밝힌 자료를 토대로 관련 연구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농장에서 식탁까지, 식탁의 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3 이상이라는 게 정론이에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식탁. 2018년 여름 이후로는 한국인들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자립 연구원과 함께 하며 이와 같은 주제에 천착해보고 있습니다.

『동물 미술관』에서 저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며 살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그런데 동물을 식탁에 올리는 사안은 비단 동물권, 동물보호 관련 사안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식탁의 사안과도 연결되어 있답니다.



Q  이번에 펴낸 『동물 미술관』 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철학이 있는 도시』가 통상적인 의미의 미술 산문집이라면, 이 책은 화집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동물화집이라고 보시면 맞을 겁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러 동물화 가운데 제가 선별한 작품들이 실렸죠.

사실 동물화라는 분야는 최근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분야일 거예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동양화라 불리는 장르에는 초충도, 화조도, 라는 분야가 있죠. 동양화, 서양화라는 분류 방식 자체가 낡고 초라하지만, 이른바 서양화에도 찾아보면 동물이 등장하거나 동물을 소재로 삼은 회화작품은 무수히 많답니다. 서구권에서도 이런 동물화들이 최근 정리되어 출판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그들 역시 부분적으로밖에는 못하고 있죠. 창작된 동물화 작품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이 책 역시 전체 동물화 중에서 아주 일부만 뽑아서 모은 앤솔로지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4개의 섹션이 있고, 각 섹션마다 동물에 관련된 에세이가 4편 실려 있는데, 이 책에 일반적인 화집과는 다른 색채를 부여하고 있는 요소이지요. 동물, 인간, 지구자연, 이런 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 분들께는, 이 에세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Q  책을 만들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찾아보니, 너무나도 많은 동물화 작품들이 있었어요. 동물화라는 카테고리로 아카이빙 해야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것이 가장 힘들었죠. 달리 말해,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를 결정하는 작업이 힘들었어요. 동물을 분류하는 일도 지난(至難)한 작업이지요. 집 동물, 곤충류, 영장류, 그리고 그 외 지능의 존재. 이 책에선 이렇게 분류했는데 매우 자의적인 분류이지요. 이렇게 분류한 것은, 제가 이 4개의 분야 또는 주제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서였어요. 한마디로, 순수한 동물화집은 못 된답니다, 하하.


Q  1~4부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데요. 1~4부 구성에 대해서 좀 더 들려주시다면요? 
A  호모 사피엔스는 최소 4만 년 전부터 야생동물을 가축화했어요. 인류가 그간 어떤 동물들을 어떤 이유로 사육해서 집과 마을에서 키워 왔는지 회화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이 바로 1부이지요. 그런데 이 ‘집 동물’이라는 주제에는 반려동물이라는 애틋한 주제 말고도, 육식이라는 끔찍한 주제가 함께 흐르고 있지요. 예컨대, 반려묘를 키우는 집들이 많을 텐데요, 고양이라는 생물 자체가 엄청난 육식가여서 고양이 사랑의 배면에는 다른 동물들의 대량 살상이라는 어두운 주제가 흐르고 있어요. 또한 오리털 점퍼를 입고 소가죽 부츠를 신고서 비프 스테이크를 썰며 반려견을 애지중지하는 풍경은 어딘가 묘하지 않나요? 그림을 보면서 이런 주제에도 관심이 간다면 1부 끝에 실린 에세이를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겠지요.

전체가 이렇게 동물 명화+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2부는 곤충류에 초점을 맞추었고요, 에세이에서는 곤충이 속하는 절지동물이 어떻게 가장 번성한 생물일 수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가장 많은 미술작품이 등장하는 곳이 3부인데, 지능의 존재라는 이름으로 묶었기 때문이지요. 본능이라는 말은 동물과, 지능이라는 말은 인간과 연결시켜 사고하는 것이 아직까지도 일반적인 사고방식인데 매우 잘못된 것이고요, 얼핏 지능 없는 이들 같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의 실상을 미술작품과 함께 살펴봤어요. 4부는 진화 인류학, 인간 생물학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라는 인류학적, 철학적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한 특별 마당입니다.


Q  책 속에 담긴 130여 장의 동물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분이 되는데요. 그림을 선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해당 그림들을 그린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해주시면 좋고요.
A  우선 전부 회화는 아니고요. 99%는 회화이지만 1%는 조각이랍니다. 동물학자, 생물학자가 보면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적은 수의 동물이 실려 있어요. 하지만 거꾸로 동물의 세계를 연구하고 이를 회화로 기록했던 동물학자이자 화가 또는 일러스트 작가였던 분은 극소수이지요. 미술(가)의 세계와 동물(학자)의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너무나 멀어요. 저는 이 두 세계를 이 책으로 연결해보려 했답니다. 사실 더 많이, 더 잘 연결될 수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느냐 하셨는데, 우선은 제 ‘눈에 차는’ 작품이어야 했죠. 그리고 꼭 말하고 싶은 동물들이 있었죠. 예컨대, 검은집게제비갈매기와 태평양갈매기와의 차이까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오리나 거위, 낙타나 염소, 앵무새나 제비, 고래나 사슴 같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동물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읽었던 동화들, 이야기들도 우리의 삶에 새롭게 통합될 겁니다. 윤빙(Yun Bing)이라는 중국의 화가가 있는데, 나비를 그린 동서고금의 명화 중에서 저는 이 분의 작품이 특히나 좋더군요. 나비를 그려 보겠다? 최소한 윤빙이나 주리안(Ju Lian)은 살펴보고 나서 붓을 들어야 해요. 그러니까, 나비는 꼭 들어가야 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찾아오면, 나비 그림 중에서 정말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되는 그림을 찾아내는 식으로 리스트 업을 했던 거지요.

이 책에 소개되는 화가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은 동물화 (그리고 식물화) 분야의 거장들이에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존 제임스 오듀본, 브루노 릴리에포슈, 로버트 베이트먼 같은 분들, 또 우스타드 만수르, 주세페 가스틸리오네(양시닝/양세녕), 화얀(화암), 오하라 고손 같은 분들 말입니다. 호안 미로, 오토 딕스 같은 분들의 동물화도 소개되고 있지만, 이런 분들이 과외로 동물도 그렸다면 앞서 말한 분들은 동물이라는 주제에, 그들의 존재에 흠뻑 빠졌던 분들이지요.


Q  그림과 관련하여 다양하고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면요?
A  앞서 말씀드렸듯, 동물화 앤솔로지는 서구에서도 최근에서야 화집으로 묶여 나오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거의 최초가 아닐까 합니다. 예컨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한국, 일본 중국’이라는 전시를 했고 전시도록을 2017년 말에 책으로 내놓았죠. 당시 전시회를 저도 봤는데, 회화는 매우 빈약했어요. 특히 중국과 일본의 회화 작품 중 범 그림이 많은데, 몇 점 가져오지 못했죠. 가노 단유(가노 에이도쿠의 손자), 하세가와 도하쿠, 세손 슈케이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기대했지만 한 점도 못 봤어요. 호랑이 하나만 가지고도 이러한데, 나머지 동물은 어떨까요? 그만큼 우리가 이 분야에서는 아직 우리의 수준이 장님 코끼리 다리 더듬는 식이죠. 이 책으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기를 기대합니다.


Q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실 것 같습니다. 펴내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  미술은 제가 정말로 애정하는 장르여서 미술 관련 책을 또 낼 수는 있을 텐데요, 『철학이 있는 도시』나 『동물 미술관』이나 저의 자연 공부, 자연 담론의 변주랍니다. 제가 나무에 관한 책에 이어 올해 미식에 관한 책, 그리고 동물에 관한 책을 내게 되었는데, 사실 저의 관심 주제는 하나예요. 무엇이 지금 나의 삶을 가능하게 하며, 어떻게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주제 말이에요. 그런데 자신을 존중될 만한 존재로 만들어내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계와 그 소속자들에 대한 앎과 입장이 반드시 필요하답니다. 예컨대 식탁의 모양새를 보면 그 사람의 격을 단박에 알 수 있는데, 당장 어떤 식탁을 차릴 것인지 결정하려면 우리는 GMO가 무엇인지, 흙과 미생물과 곡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지요. 또한 소고기 1그램의 생산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희생되고 있는지, 왜 그들의 희생이 소고기 1그램의 가격에 반영되고 있지 않은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비로소 자신의 인격을 지킬 수 있지요. 물론 이것은 예에 불과하고요, 자연을 공부하고 자연을 알아가고 자연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해야 자신의 삶이 바로 서게 됩니다. 앞으로도 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해주세요.
A  ‘동물의 왕국’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자나요. 거의 ‘전국 노래자랑’ 수준의 오래된 TV 프로그램인데, 이런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을 한 번이라도 관심 있게 보지 않은 분은 없을 거에요. 동물에 대한 관심은 우리 자신의 뿌리에 대한 관심, 동료 생물에 대한 관심, 그리고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자연(지구자연의 생태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죠. 하지만 막연한 관심과 실제적 앎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이 책은 동물을 함께 알아가자는 제안입니다. 알아간다는 건 재미가 있는 일이죠. 그런데 그림을 보며 알아가게 되면 더욱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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