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한국의 프로파일링>을 펴낸 최대호, 이주현, 이상경 프로파일러 인터뷰
등록일 :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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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안녕하세요. 경찰청 프로파일러 1기 최대호, 3기 이주현, 이상경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강력사건 현장에서 해왔던 프로파일링 실무에 대한 책을 펴내어, 이렇게 독자들과 만날 수 있어 반갑습니다. 최근에도 개인적 문제나 사회적 갈등을 포함하는 다수의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를 비롯한 전국의 프로파일러들은 각자 소임을 다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Q  이번에 펴낸 『한국의 프로파일링』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A  프로파일링이란 단어가 낯설지 않게 소개되고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0년대 초반 유영철과 정남규 사건이 발생하고, 그들의 잔혹한 범죄를 분석/해석하고 나아가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프로파일링이란 새로운 수사기법이 도입되고 실전에서 활용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프로파일링은 다양한 강력사건에서 수사와 범인 검거를 위해 사용되었고, 효율적이고 실전적인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아마도 수사에 성공한 기법은 살아남고, 이론에만 그치는 기법은 더 이상 쓰이지 않았다고 하겠죠. 그렇게 수사에서 실제 사용되고 있는 기법들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저희 스스로도 수사에서 꼭 필요한 프로파일링 기법들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프로파일링이 무엇인지, 프로파일링 기법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혹은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책입니다.
 

또한, 강조하자면 이 책은 “한국의 프로파일링”이라는 제목 그대로 미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한국의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담고 있습니다. ‘프로파일링’은 미국에서 수입한 개념이지만, 사회 환경이나 범죄 유형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프로파일링 기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에는 한국형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경찰에서 프로파일러들이 실제 어떻게 프로파일링을 하고 있는지를 기법 별로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본문의 프로파일링 기법들은 프로파일러들의 경험 상 한국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필요성이 높은 기법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의 저희의 민낯을 공개한 책이라고 보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그래서 책이 나오기 전 지금, 기쁘고 좋다기보다는 긴장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Q  이 책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셨나요? 

A  프로파일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실체적 진실 발견을 목표로 심리학/사회학적 지식을 활용한 수사 컨설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문이나 유전자 감정 등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수사 기법이라고 한다면, 프로파일링은 사회과학적 지식을 활용한 수사 기법인 것이죠.

맨 처음에는 수사관에게 프로파일링 기법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실무에서 형사님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프로파일러가 어떤 것을 분석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여러 기법들이 개발되어왔지만, 우리나라의 프로파일러가 워낙 소수다 보니 수천 명의 수사관들에게 이를 전파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프로파일링에 대한 책을 써서 수사관들에게 최근 기법들을 알리고자 했죠. 실제로 서울경찰청에서는 연구집을 발간해서 수사관들에게 배포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중들이 굳이 프로파일링 기법을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원고를 쓰면서 프로파일링 관련 논문을 검색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프로파일링에 대한 연구는 점점 줄어들었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게, 학자들이 연구를 하려고 해도 프로파일링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던 거예요. 인풋이 없으니 아웃풋이 없는 거겠죠. 최근까지도 시중에 나와 있는 실제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책이라고는 제가 2007년에 특채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FBI 전직 프로파일러들의 책 2~3권 정도가 여전히 전부더라고요. 계속 1970~80년대 프로파일링 수준에 멈춰 있는 거죠. 프로파일링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게 장기적 발전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최대호, 이상경, 이주현 프로파일러


Q  책을 만들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책을 집필하면서는,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생각할 때와는 달리 독자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어디까지 공개할지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는 최소한,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이 목표였고요. 저희들이 제일 많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했던 부분도 이 점이었습니다. 또한 기법과 사례를 아울러서 전달하고 싶어서 특히 신경을 썼습니다. 분석의 토대가 되는 기법과 실무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 중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였습니다.

무엇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로파일링 책들 중에는 최근 프로파일링 추세를 반영한 책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도 많고, 외국 이야기 위주로 쓰인 책들이 대부분이라 한국의 독자들이 한국의 프로파일링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아쉬움도 컸습니다. 이 책을 통해 현실에 살아 있는 프로파일링을 정확히 알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Q  현재 한국의 프로파일링은 어떤 상황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프로파일링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프로파일링뿐 아니라 한국 사회는 전반적으로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지식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아요. 부작용도 있겠지만, 어쨌든 프로파일링 업무에는 이런 점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한국의 프로파일링은 지난 10년 동안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왔습니다. 이런 저런 기법을 도입해보거나, 새로운 제도를 운영해보거나 하면서요. 앞으로도 프로파일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실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필요성에 따라 여러 연구결과를 받아들이고, 효과가 있으면 활용을 하는 거죠. ‘기존에 해온 방식’에 얽매이면 도태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초기에 비해 체계도 많이 잡히고 시스템화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만들어가야 할 일들이 많긴 하지만, 우선 사건의 관할 경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건이 있을 때마다 다수의 프로파일러가 모여 팀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자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업무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변화를 통해 프로파일러 모두가 집단 지성의 힘을 직접 느끼고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개개인의 노력, 열정과 함께 조직 내에서의 업무환경, 시스템 등이 제대로 정비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Q  프로파일러로 진로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방법론에 대해 간단히 첨언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신임교육을 받기 위해 중앙경찰학교에 갔을 때 마음을 사로잡은 문구는 그 유명한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가 아닌, 어느 작은 액자 속에 있던 “함부로 멋있다 말하지 마라, 우리는 목숨을 건다”란 문구였습니다. 프로파일러는 다른 경찰업무와 마찬가지로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고된 직업입니다. 프로파일러라는 타이틀로 뭔가 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라면 어서 빨리 마음을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내가 어떻게 사건해결에 도움을 줄 것인지, 결과적으로 내 이웃과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진정성은 필수입니다.

희망고문이 될 것 같아서 저는 되도록 이렇게 하면 된다란 식의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매년 안정적으로 채용을 하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프로파일러는 충원이 필요한 시점에서 선발하기 때문에 비정기적으로 채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발 공고는 연초에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답니다). 그럼에도 난 꼭 프로파일러가 되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은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중에 하나는 당연히 공부하셔야 합니다.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이 왜 이 업무에 필요한지는 직감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을 거고요, 결정적으로 인사채용 기준이 이 세 학문에서의 석사학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편법이 판친다고는 하지만 프로파일러가 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 있으니 이를 충족하도록 준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프로파일러를 직업으로 선택하려고 하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느냐 하는 것입니다. 험한 범죄현장을 보고, 듣고, 느끼고, 기록해야 하고, 사람의 시신도 봐야 하는 일입니다. 또한 흉악한 범죄자를 대면하고 인터뷰하는 것도 업무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일들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큰 스트레스가 되지 않아야 하겠지요. 혹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스트레스라면 좋겠지요.

실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일이라기보다는, 차분하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면담 기법을 고민하고, 장시간의 수사회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아마도 드라마틱한 상상을 하셨다면 생각보다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실무 프로파일링 업무와 맞는지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고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물론 이 책을 읽어주실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책은 독자가 선택해 주는 것이니까요.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지 말았으면 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고 범죄를 저질러보자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수사관들을 비롯하여,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 프로파일링에 대해 공부하는 대학생, 범죄 심리와 프로파일링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형 프로파일링에 대한 비판이든 제언이든 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프로파일링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의 프로파일링> 책소개 보러 가기  (2018년 11월 마지막 주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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