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미리 읽는 책 한 쪽┃<술 취한 원숭이> 로버트 더들리 지음, 김홍표 옮김
등록일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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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 중 일부는 과하게 마시기도 한다. 많아야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왜 일부 사람들은 떡이 되게 술을 마시는 걸까? 일부 대학생들이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심하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도 운전을 할까? 주변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더러 취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또 술에 취한 친한 친구가 갑자기 돌변해서 도를 벗어나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런가 하면 한 잔의 포도주를 음미하듯 마신 후 또는 친구들끼리 여섯 개들이 맥주를 사이좋게 나누어 마시면서 매우 독창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발하는 광경도 간혹 목도한다. 이렇게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제각각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인간과 알코올 분자와의 관계는 사실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사회적인 측면에서 음주는 긍정적이고 유익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면 그것은 우리와 우리의 가까운 이웃 혹은 친구를 직접・간접적으로 파멸시킬 수도 있다. 미국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3분의 1은 알코올과 관련 있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심리적・정서적 손상을 정량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분명히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파는 슈퍼마켓이나 바, 혹은 차 안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는 주류 판매점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요소가 우리의 음주 행위(이로운 것이거나 치명적인 손상을 야기하는 것 모두)를 규정하는 것일까?

이 책은 술에 끌리는 우리 인간의 속성에 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자주 사용하고 중독성이 있는 다른 물질들과 달리 알코올은 자연 환경에서 쉽게 발견된다. 발효 과정에서 효모는 과일에 포함된 당을 먹고 끊임없이 알코올을 만들어낸다. 아마도 익은 과일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세균들을 죽이려는 목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많은 화합물이 만들어지지만 우리가 에탄올(에틸알코올, 앞으로는 그냥 알코올이라고 하겠다)이라고 하는 물질이 가장 많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술을 마시게 되었는가 이해하고 자 할 때 바로 이 지점, 즉 알코올의 생태학적 기원이 그 출발점이 된다. 발효의 기원을 해독하려면 생물학의 폭넓은 외연, 말하자면 효모의 생물학, 세균과 같은 미생물 경쟁자들의 생물학 및 과일을 생산하는 식물의 생물학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야생의 과일은 색상이나 크기 그리고 향기가 다채롭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약 수십만 종의 현화식물이 존재한다. 꽃을 피우는 이들 식물은 그들의 열매를 달고 영양가 높은 과육으로 둘러싼다. 그렇지만 과일이 잘 익었고 먹을 만하다는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어떻게 우리는 과일이 숙성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일까? 상한 과일을 먹는 경우는 언제일까? (중략) 발효 중인 과육을 둘러싼 소우주 양조장에는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가 부단히 서로 경쟁하고 있다. 어제 익은 바나나를 먹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맛이 괴이쩍게 변하는 이유이다.

자연계에서 다양한 과일을 볼 수 있는 만큼 그것을 소비하는 동물들도 많아서 수천 종이 넘는다. 새들(큰부리새를 생각해보라), 포유동물(많은 종류의 원숭이와 대형 유인원), 수많은 곤충들의 유충(우리가 그것을 먹을지라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한다) 외에도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미생물 집단도 가세한다. 이들 모든 생명체들이 식물이 제공하는 당도 높고 영양가 있는 과육을 놓고 경쟁한다. 과일 숙성의 생태학적 정의는 예를 들면 대부분의 새나 포유동물을 포함하는 척추동물이 먹기 적당한가일 것이다. 과일을 먹고 난 후 소화되지 않은 씨는 동물들의 위장관을 지나 배설물과 함께 흩어진다. 역시 2장에서 나는 꽃씨식물과 과일의 진화적 기원을 살펴볼 것이다. 지질학적 시간을 지나는 동안 동물과 그들이 소비하는 과일은 상호 의존적으로 자신들의 형태를 변화시키고 그와 관련한 생리적 다양성을 구축해왔다.


* <술 취한 원숭이>는 2월에 독자 분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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