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처음 하는 평화 공부>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자 김소라 인터뷰
등록일 : 201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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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독자들에게 짧은 소개와 첫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처음 하는 평화 공부』를 옮긴 김소라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 지금은 일본어를 한국어로, 한국어를 일본어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궁리출판에서 첫 번역서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하는 평화 공부』를 독자들에게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저자인 모가미 도시키는 와세다대학교 교수로 국제법과 국제기구론 전문가입니다. 원래는 모가미 도시키 교수가 <NHK 인간 강좌>라는 TV 프로그램에서 8회 연속으로 강연회를 진행했던 내용을 대폭 보완해 펴낸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를 그대로 옮기면 ‘지금 평화란(いま平和とは)’입니다. 제목 그대로 평화와 관련된 여러 주제를 살펴보며 평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지요. 전쟁, 안보, 핵무기 같은 군사적 안보 문제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시민들의 활동 등도 함께 다루고 있어 평화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줍니다. 평화를 공부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방향성을 얻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Q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 몇 부분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세요.
A   책의 초반부터 “전쟁은 인간의 일상적인 상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세계 어디에서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기간보다 어딘가에서 일정 규모의 전쟁이 있던 기간이 훨씬 더 길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실 자체가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면서 시작하는 구성도 인상적이었지요.

그럼에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현실을 보면, 희망을 가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조금씩 나아가야 하고, 작은 것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어른들의 책임도 함께 언급하며 청년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주기를 당부합니다. 절실한 마음이 잘 느껴져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Q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 이후 시민들의 평화 공부 교재로 오랫동안 읽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책만의 장점을 꼽아주신다면?
A   평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책의 맺음말에서 저자도 이 책의 목적을 ‘함께 평화를 생각하기 위한 기본 교재’라고 말합니다. 논점을 선정할 때도 사람들 사이에 논의가 성립될 만한 것을 선정하고, 논의가 성립되도록 제시해야 함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또 저자의 의견뿐 아니라 폭넓은 관점을 담고자 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이런 세심한 배려와 노력은 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출간된 지 10여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것은 평화 공부 교재로 오랫동안 읽혀온 또 하나의 이유이자 이 책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시대에 따라 새로운 문제들도 생겨났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경우도 많고 오히려 더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지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그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고, 번역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알기 쉽게 쓰인 만큼 더 공부해볼 만한 여지를 많이 제공합니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알찬 구성의 책이지만, 책에 나온 여러 사건, 용어 등을 중심으로 심화 학습(?)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저자는 이 책에서 유엔의 집단안전보장 체제에 도전하는 미국의 돌출 행동을 우려스럽게 봅니다. 유엔의 의미와 과제도 함께 언급하는데요. 이에 관해 본문의 내용을 살짝 소개해주신다면요?
A   유엔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로서 창설되었습니다. 그리고 침략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경우 대처할 체제를 마련했습니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전쟁은 위법이며 개별 국가의 무력행사도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다만 자위권 행사, 유엔의 강제조치, 안보리 결의에 따라 권한을 부여한 무력행사는 예외로 두었지요. 하지만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서 안보리의 결의를 얻지 못했음에도 무력을 행사했습니다. 강대국의 이런 돌출 행동은 유엔이 개별 국가의 자의적인 무력행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저자는 다시 한 번 유엔 헌장의 무력행사 금지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법의 지배라는 근본 원리와 다국간주의, 회원국의 노력도 함께 강조합니다.


Q   이 책에서 일본의 전후 처리, ‘위안부’ 문제 등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덧붙여주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저자는 일본이 과거 주변 국가들에 피해를 주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전후 처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쟁의 피해자들을 더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하며, 앞으로도 역사를 기억하면서 남아 있는 문제들의 실타래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예전에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일본의 한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간토 대지진 당시의 조선인과 중국인 학살에 관한 증언과 기록을 90년 후의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올린 블로그였습니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고 싶다는 것이 그 블로그의 취지였지요. 간토 대지진 하면 많은 조선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기억하고 알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한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다른 나라의 사람이든 말이지요.


Q   번역 과정에서 어떤 점에 특히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원문에 담긴 저자의 ‘목소리’를 잘 전하고 싶었습니다. 경어체로 쓰인 책이라 읽다 보면 마치 강의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요. 저자는 용어 하나를 설명할 때도 섬세하게 접근하고, 한 가지 사안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며 차근히 설명해줍니다. 차분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 평화를 생각하는 진지한 태도가 담긴 목소리가 독자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쓰인 책인 만큼 명료하고도 정확하게 옮기려고 애썼습니다. 또 출간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경우도 있어 각주로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혹시 이 책과 나란히 살펴볼 책이나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미국의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전쟁에 관하여 쓴 글을 모은 『전쟁에 반대한다(On War)』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워드 진은 한결같이 반전 좋은 전쟁은 없고, 더 나은 테러리즘은 없다고 말합니다. 전쟁의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와 권력관계를 폭로하고, 모든 전쟁은 죄 없는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전쟁이라는 점을 강조하지요. 코소보 폭격, 베트남 전쟁, 제2차 세계대전처럼 『처음 하는 평화 공부』에 언급된 사건들에 관한 글도 있어 함께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책에서 또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곤 하는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평화를 소망하고 추구하는 것이 때로 단순한 이상주의로 폄하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하워드 진의 메시지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처음 하는 평화 공부』 책 본문과 역주에 소개된 영화들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우선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파울 슈마츠니 감독의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이지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 외 아랍 국가들의 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교류하고 친구가 되며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또 마크 로드문트 감독의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은 히틀러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하며 저항했던 학생 단체 ‘백장미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숄 남매를 중심으로 그들의 활동, 체포되어 법정에 서게 되는 순간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Q   이 책을 어떤 분들이 보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크게 보면 ‘평화를 바라는 모든 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중에서도 평화를 공부하기 위한 좋은 길잡이를 찾는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의미와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은 정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이 책에는 답을 모색하기 위한 실마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 실마리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얻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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