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을 우리말로 옮긴 이선 교수 인터뷰
등록일 :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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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평소 궁리출판의 책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독자로서, 궁리출판의 독자들에게는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조경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선입니다. 평소에는 강의와 연구를 주로 하고 있으며, 시간을 내어 글쓰는 일도 즐겨합니다. 제 전공 분야는 생태학이지만, 개인적으로 인문학과 전통문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대학 시절에 인문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덕분일지도 모르겠군요. 마침 제가 근무하는 대학은 전통과 문화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인문역사와 전통문화, 자연과학과 공학기술 전공의 학자들이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 많은 도움과 자극을 주고받습니다. 자연과학자로서 인문학과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던 학창시절의 꿈이 현장에서 이루어진 셈이지요. 현재 학생들과 함께하는 대학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연구년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Q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라틴어’라고 하면 우선 어렵고 골치 아픈 것으로 생각하기 쉽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런데 눈앞에서 매일 자라는 생명체에 대한 살아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억지로 공부하고 머릿속으로만 기억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식물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라틴어로 된 학명이 그리 머리 아픈 용어만은 아닐 겁니다. 어떤 자격시험이나 학점을 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기의 관심 분야를 좀 더 깊게 알아간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본다면 더욱더 흥미로울 것입니다.

식물에 필요한 라틴어는 그 자체의 문법이나 규칙을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라틴어로 되어 있는 학명의 유래와 어원을 파악하게 되면, 그만큼 식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게 되고, 더 알게 된 만큼 식물을 심고 가꾸는 데 재미와 애정을 느낄 수 있답니다. 나무와 꽃의 생김새(또는 생리)와 그 이름의 유래를 서로 대응시켜보는 것도 설레는 일일 테고요. 마치 우리의 성과 이름 속에 그 가문의 내력과 개인의 성격, 부모의 바람 등이 담겨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면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은 일종의 ‘식물 성명학(姓名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숨에 읽는 것도 좋겠지만, 틈틈이 소주제별로 찾아가며 읽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Q  이 책의 번역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는 일,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또한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옮긴이 후기에도 썼지만, 몇 년 전, 영국 런던 출장길에 큐 왕립식물원의 기념품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식물의 학명에 관한 책들은 여러 권 보아왔지만, 꽃그림을 배경으로 한 디자인이 매우 사랑스럽고, 내용도 색다르게 편집된 이 책이 저에겐 매우 특별했습니다. 그야말로 외형과 내용 모두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 왕립원예학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 RHS)의 위원이며, 약 30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원예학 관련 저서를 출간한 원예전문가 리처드 버드(Richad Bird)의 가장 최근작이기도 합니다. 귀국 후, 강의 중에 학생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전공자뿐 아니라 식물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번역하는 동안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다만 우리도 누군가의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틀리게 표기되면 큰 실례가 되듯이 식물의 학명도 정확하게 불려야 옳겠지요. 그래서 혹시라도 학명의 알파벳 철자가 틀리지 않도록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식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 말이죠. 또 학명의 라틴어 발음에 익숙하지 않을 독자들을 위해 한글 발음을 학명과 병기하였고 학명 발음은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첨부해놓았습니다.

이 책 덕분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특히 식물 학명과 관련해 언급된 ‘사람들’ 중에는 저도 처음 접한 사람들이 많아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요. 이 책에는 대부분 유럽의 원예식물들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식물과 지명, 또는 인명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되도록 많은 각주를 첨부하게 되었습니다.



Q  ‘식물 학명’이란 무엇인가요? 우리가 식물 학명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A  학명의 의미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식물을 두고 지방마다 달리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식물 이름과 실지 시공 현장에서 사용되는 식물 이름이 다른 경우도 있어요. 서로 같은 식물을 다르게 표현하다 보니 웃지 못할 엉뚱한 오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하나의 식물에는 단 하나의 이름’인 학명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명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공식 이름으로 그 나라의 언어를 몰라도 식물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부모님들이 오랜 궁리 끝에 자식의 이름을 짓듯, 식물의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는 많은 이들의 고뇌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의 본질이며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것이 어느 한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이름이든 만국 공통의 학명이든 많은 사람의 노력과 관심이 깃든 것이므로 그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지요. 더구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불리는 단 하나의 이름이니 더욱 귀한 이름일지도 모르지요. 학명이란 모든 생물을 대상으로 붙여지는 학술적 이름인지라 여기에 소개된 식물의 학명(특히 종명) 중에는 동물의 학명에도 사용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Q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책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A  이미 식물 학명에 관해 출간된 책들은 많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은 학명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하고 그 뜻을 함께 적은 것들이지요. 알파벳순으로 학명을 나열한 책들이 사전과 같이 딱딱한 느낌이라면, 이 책은 라틴어 학명에 관한 초단편소설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소주제는 식물의 외형적 특징부터 생리·생태적 특징, 그리고 관련된 지역과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읽다 보면 식물의 이름을 중심으로 이토록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이 책의 특징이자 강점이라 할 수 있지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우리나라의 식물 종들이 많이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요. 언젠가 관련 분야 전공자가 한국 독자들을 위해 우리 식물을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책을 출판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저는 평소에 제 전공과 무관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또 활자만으로 된 책들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함께 있는 책들에 더 관심이 갑니다. 아마 시각적 요소가 제게는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별한 주제나 작가를 찾아 읽는 편은 아닙니다.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 『식물 추적자』, 『식물 사냥꾼』, 『위대한 박물학자』,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등입니다. 이 책들은 식물에 관련된 역사이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우리 앞에 제대로 된 모습을 드러내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써왔는가를 알 수 있는 책들이지요. 또 세계 각국의 정원과 조경을 소개하는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도 일독을 추천합니다. 물론 궁리출판에서 출간된 책들도 강추합니다. 식물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와 정원을 가꾸는 데 필요한 실질적 정보를 주는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이 책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책이지만, 최근에 본 책 가운데 주제와 내용면에서 참신한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머나먼 섬들의 지도』를 함께 추천합니다.



Q  꾸준히 집필과 번역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A  어린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을 만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재밌고, 엉뚱한 책을 만들고 싶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군요. 요즘 외국의 어린이 책들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우리나라 어린이 도서와는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자연과학이나 환경 분야의 외국 어린이 도서의 번역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 책은 라틴어라는 언어에서 출발하여 꽃과 나무의 생김새와 생리·생태, 그리고 역사와 문화, 지리 등까지 번져나가는 확장성이 주요 특징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라틴어는 사어(死語)가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살아 있는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결과 단순히 학명에 관한 해설을 넘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저에게도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평면적 사고보다는 입체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의 기획이나 구성과 내용 면에서 본다면, 심지어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들이나 출판, 편집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경험으로는 제 전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책들이 의외의 기회에 뜻밖의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2D보다 3D가, 3D보다는 4D가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듯이 차원과 관심을 확장시켜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하나의 사물과 현상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듯이 말이죠.

이렇듯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는 이유는 제가 하는 일을 더 재밌고 열심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접해봐야 우리나라의 불고기와 김치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듯, 독자 여러분들도 여러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궁리하시길 바라봅니다.




 <정원사를 위한 라틴어 수업> 책소개 보러 가기  (2019년 3월 마지막 주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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