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내 마음과의 거리는 10분입니다>을 펴낸 상담심리 전문가 강현숙 인터뷰
등록일 :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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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을 해왔습니다. 2017년 『50플러스를 위한 심리학 수업』을 펴낸 뒤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을 좀 들려주신다면요?

A  결혼 이후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는 깨달음이 어느 날 문득 들었고 그런 사실이 부모님께 대한 미안함으로 이어져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부모님을 찾아뵈면서 소소하지만 행복한 추억거리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번에 나온 책의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고 하는 일들도 더불어서 했습니다.


Q  이번에 펴낸 『내 마음과의 거리는 10분입니다』는 특히 ‘묵은 감정’을 주제로 한 책입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묵은 감정’을 주제로 책을 쓴 것은 저 자신이 동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의 삶 속에서 감정조절이 잘되지 않아서 남편이나 아이들과 갈등하고 싸우는 일이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문제에 대해 나는 심각하게 말하고 때로는 화를 내는데도 식구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여기다 보니 저 자신만 왕따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저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식구들이 아무 데나 던져놓은 양말에 그렇게 화가 나는 진짜 이유는 뭘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양말이 아니라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하고 쌓인 감정들, 묵은 감정이 진짜 이유였습니다. 그 묵은 감정 때문에 어느 때는 사소한 일에도 그렇게 눈물이 날 정도로 서운하고 서럽기까지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급기야는 ‘묵은 감정’을 주제로 책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Q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중요한데도 우리가 제대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한 가지만 말하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라는 말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왠지 이성보다 감정을 좀 더 저급한 어떤 것으로 보는 관점이라든지 아니면 좋은 감정만을 표현하도록 암암리에 부추기는 사회적인 분위기 등등) 어려서부터 감정 표현을 자제하다 보니 그런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고 때로는 성격으로까지 굳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처럼 ‘묵풀시(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시간 10분)’을 독자들에게 제안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건가요?

A  ‘묵풀시’라는 말 그대로 나만의 묵은 감정을 풀어가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냄새가 몸에 뱄으면 그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그 냄새가 어떤 냄새이냐에 따라 몸을 물에 씻을 수도 있고 바람에 몸을 맡길 수도 있고 또 다른 향내를 통해 그 냄새를 빼낼 수도 있지요.

그런 것처럼 우선 나의 묵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을 한다든지 아니면 쌓여 있는 감정 에너지 자체를 털어낼 수 있도록 ‘나만의 감정 노트’가 안내하는 대로 쪽 따라가시면 됩니다. 감정 노트가 15개 마련되어 있는데요, 하루에 한 가지씩 하셔도 되고 아니면 한 가지를 여러 날 반복하셔도 됩니다.


Q  각 원고 끝에 ‘나만의 감정노트’ 코너를 배치해 독자들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써보는 시간을 가지게끔 했습니다. 혹시라도 감정 표현을 말로 하기 힘들 때는 글로 써보는 것도 효과가 있을까요?

A  그렇습니다. 사람의 생김새나 기질, 그리고 성격이나 가치관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내 안에 쌓여 있는 묵은 감정들을 풀어내는 방법들도 다를 수 있지요. 그러니까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하여 풀 수도 있지만, 당연히 글로 써서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하고 또 수월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겠지요. 물론 말로도 글로도 아니고 몸을 써서 묵은 감정 에너지 자체를 털어버리는 것이 더 좋은 사람들도 있고요.


Q  때로는 내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하고, 나도 상대방의 말에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오랫동안 꾹꾹 눌러놨던 나의 과거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화해할 수 있을까요?

A  우리가 누군가와 화해를 한다고 했을 때 전제되는 것은 먼저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하듯이, 나의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는 나의 감정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현재 내 감정이 어떤지 혹은 내 몸이 보이는 반응을 통해 어떤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을 피하거나 마음속으로 내리누르지 말고 떠오르는 감정에 위로와 공감을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어느 날 갑자기 드라마를 보다가 “그래, ‘너 같은 애는 이 지구에서 없어져야 해’.”라고 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날 때 “맞아, ○○야 그때 정말 속상했지. 친구랑 싸워서 친구가 다쳤다고 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라고. 정말 너무하셨네.” 하면서 나를 위로해주며 그 당시 억눌렀던 감정을 지금이라도 표현을 통해 놓아줄 때 그때가 바로 나의 과거와 제대로 화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Q  앞으로 또 어떤 집필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꾸준히 글을 쓰시는 성실한 상담가이신데, 글쓰기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A  다음에 나올 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집필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저에게 있어 책을 쓴다는 것은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쓰기도 하지만 우선은 제가 저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위로하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의 메시지를 그득 담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충고와 조언을 할 때도 있지요.


Q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A  인간은 동물과 다르게 이성적인 존재라 그런지 옳고 그름이라는 절대적인 잣대를 통해 사람들을 판단하고 양분하고 그러는 경향이 있지요. 하지만 서로가 외모가 다르듯이 사람들은 각자가 어린 시절부터 경험한 것들이 달라서 서로가 똑같은 상황에서도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그 점을 명심하고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감정의 상대성’을 인정하자는 말이겠지요. 70이 넘은 어르신이 주민센터에 갔다가 함께 간 친구에게 “난 펜 잡고 사무일 보는 여자들‘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부러워.”라고 했을 때, “이 나이에 그게 뭐가 부러워.”라고 할 것이 아니라 “그렇구나.”라고 하면서 친구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상대성을 인정해준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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