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어린이를 위한 생명의 역사>를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 권지현 인터뷰
등록일 : 2019-09-24
트위터로 공유하기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미투데이로 공유하기
 




Q  요즘 근황은 어떤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번역하는 권지현입니다. 번역가의 일상은 늘 단조로워요. 머릿속은 복잡하지만요. 궁리의 책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2010년과 지금이 별로 달라진 게 없네요. 번역하고, 교정지를 받아 교정을 보고, 무사히 인쇄되어 나온 책을 받아보고 하는 과정의 연속이지요. 학기 중에는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겸하고 있습니다.


Q  이번에 나온 『어린이를 위한 생명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어린이를 위한 생명의 역사』는 지구의 탄생부터 인류의 미래까지 한 권으로 훑어보는 아주 유익한 책이에요. 80쪽이 조금 넘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라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몇 억 년씩 쑥쑥 넘어가죠. 지구의 역사를 아주 효율적으로 단숨에 배울 수 있고, 또 만화로 되어 있어서 생명체의 변화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어요.

이 책은 대중적인 과학서를 많이 쓰는 장밥티스트 드 파나피외 박사가 아드리엔 바르망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만들었어요. 파나피외 박사가 동물의 형태를 잡아주면, 아드리엔 바르망은 예술가답게 마음껏 색을 썼다고 해요. 지금은 사라져서 피부나 털의 색은 알 수 없으니까요. 익룡인 케찰코아툴루스의 색을 칠할 때는 정말 신났었다고 해요.


Q  그런데! 우리가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우리가 한국의 역사나 세계사를 배우는 이유와 같아요.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죠.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지식으로 습득만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어린이 독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만 요즘 심각한 환경 문제 때문에 인류의 멸망이 앞당겨지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Q  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단행본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나요?
A  원래 만화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했어요. 만화 특유의 재미를 주는 문장을 옮길 때가 가장 뿌듯해요. 그 대신에 만화는 말풍선에 내용이 다 들어가야 하니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 길이를 미리 신경써서 해요. 그리고 과학적인 내용이다 보니까 무엇보다 정확히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이 다른 분야에 비해 더 까다로워요. 이번에는 특히 고생물 전문가이자 공룡학자인 박진영 선생님께서 봐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Q  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  아무래도 인간이다 보니...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인류도 여러 종이었을 거”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 거라는 가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지금은 빙하기 이후에 네안데르탈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멸종했으리라는 이론이 더 힘을 얻고 있대요. 아무튼 인류가 더 다양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생명의 진화를 다룬 여러 책들이 시중에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책만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맞아요. 진화에 관한 책이 정말 넘쳐나죠. 이 책이 정말 좋은 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80쪽에 다 담았다는 거예요. 그건 만화라는 장르를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예를 들어 삼엽충을 몇 문장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이 책은 특히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라는 주제를 처음 접하는 어린 독자에게 아주 훌륭한 입문서예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특정한 시기나 생명체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지요. 이런저런 진화에 관한 책을 읽었던 독자에게는 그 내용들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Q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통역/번역에 대해 가르치고 계십니다. 통역/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통번역을 가르치는 대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 가운데는 외국어를 더 완벽하게 배울 수 있을 줄 알고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통번역은 외국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잘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아야 ‘가능’한 작업이에요. 그래야 통번역을 ‘잘’할 수 있다가 아니라 그래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언어와 지식이 기본이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외국어 전공자보다 과학이나 예술을 전공한 사람이 더 환영받기도 하죠. 그만큼 전문지식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통번역가를 꿈꾼다면 언어 공부뿐만 아니라 지식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Q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편이에요. 번역가라는 직업 때문인 것 같아요. 특별히 작가나 작품을 꼽기보다 지금 읽고 있는 책만 말씀드리면,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있어요. 사실은 제 학생들이 밀레니얼 세대라 이들은 누구인가를 파악하려고 읽고 있죠. 이 책과 관련해서는 박진영 선생님의 『신비한 공룡 사전』을 추천하고 싶어요. 고생물학자인 선생님께서 공룡과 관련한 가장 최신의 발견을 적용해서 만드신 책이에요. 우리가 알던 공룡과 많이 달라진 모습의 공룡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Q  국내에서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꼭 소개되길 바라는 책이 있다면요? 또한 언젠가 내가 꼭 쓰고 싶다는 책이 있다면요?
A  그런 책은 많죠.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책들을 눈여겨보고 소개도 점점 자주 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을 인포그래피로 정리한 책이 최근에 눈에 띄었어요. 두꺼운 분량으로 2차 대전을 다룬 책들이 많은데, 인포그래피로 한눈에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제가 뭐든 한눈에 들어오는 책을 좋아하나 봐요.

쓰고 싶은 책은 사실 그림책인데요, 요즘 발레를 배우고 있어서 유명한 발레리나에 관한 그림책을 쓰고 싶고, 조카들이 어렸을 때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먹고 있는 ‘코딱지’에 관한 그림책도 쓰고 싶어요. 원래는 코딱지를 먹으면 괴물이 잡아간다는 내용으로 쓰려고 했는데, 코딱지가 몸에 좋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고민 중이에요 (ㅎㅎ).


Q  독자들이 어떤 면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어려운 과학책이 아니라 웃긴 만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각 시대에 살았던 생명체들의 모습을 잘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겠고요. 무엇보다 그런 시대는 어땠을까 하고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공부를 위해 이 책을 볼 때 시대 구분이 헷갈린다면 이 책 맨 뒤에 지질 시대를 구분한 그래프가 있으니까 처음부터 참고하면서 보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은 누구나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많이 배운 만큼 독자들도 그랬으면 하고요. 이 책을 출발점으로 관련된 주제의 책을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도 또 좋은 책으로 만나 뵙기를 바라요. 그럼 이만, 저는 또 번역하러 가요~.




* 이 책은 10월 중에 독자 여러분들께 찾아갑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