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강제전학생 이오, 수학천재의 비밀을 찾다>를 펴낸 김상미 작가 인터뷰
등록일 : 201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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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독자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  중학교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일상이 시트콤인 하루하루를 보내며 지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역동적으로 살아있는 책인 학교에서 항상 생생하게 살아있는 다양한 학생 캐릭터들을 만나 그 속의 한 인물 캐릭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삶의 주체는 나지만 세상의 주인공은 제가 아님을 잘 깨닫고 있습니다.


Q ∥ 『강제전학생 이오, 수학천재의 비밀을 찾다』(이하 『강제전학생 이오』), 이번에 펴낸 작품의 제목입니다. 주인공 이름, ‘이오’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이렇게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  평소 뉴스, 전시, 책 등 다양한 공부를 하다가 언젠간 주인공 이름으로 하고 싶은 맘에 드는 단어가 있으면 적어둡니다. 리스트가 있어요. 그중 하나입니다. 이오는 그리스 신화 속 최고 신인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다가 암소로 변한 여자의 이름이에요. 국제천문연맹(IAU)의 천체 명명 규정에 따르면 제우스 신을 상징하는 목성의 위성들에는 모두 제우스 신의 애인 또는 자손의 이름만 붙일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흥미로워 적어두었죠. 다만 제가 사용할 땐 반대로 남자아이의 이름으로 해야겠다고 했어요. 소설이 나올 즈음 목성의 달 이오의 큰 화산이 터질 것이라는 뉴스가 있었는데 아마도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이 나오는 것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반응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봤습니다.


Q ∥ 전작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강제전학생 이오』 역시 학생, 부모, 교사 여러 세대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어떤 계기에서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A ∥ 어느 순간부터 지식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기본적인 윤리를 놓친 현상이 보였습니다. 생활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윤리는 물론 배움의 장면에서 지켜져야 할 것들이 간과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공부 잘하는 괴물,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생활도 무너지는 괴물들이 나오면 안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과 고민을 던져 이 책을 읽는 친구들만큼이라도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그 생각을 구현할 스토리의 맥락은 학업상담을 할 때마다 자주 들었던 “수학머리가 없어서 안 되는 것 같아요. 수학머리는 따로 있는 거죠?”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시킬 수도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접목했고요. 그런 생각의 바탕에서 교사를 처음 하던 시절에 비하면 다양해진 가족 구성을 반영한 아리, 이오 캐릭터를 설정하였습니다. 여러 이유로 보호자가 한 분인 아이들, 조부모님이 보호자인 아이들, 보호자가 한국인이 아닌 가정 등, 다양해진 가족 구성을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죠.


Q ∥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이오, 아리, 제이의 캐릭터들이 소소한 학교생활로 드러나는 반전이 흥미롭습니다. 교사의 경험이 바탕이 되신 건지요?

A  새내기 교사시절엔 교실이 세상의 전부였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교실에서 정해진 룰을 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모두 문제였죠. 아침에 제시간에 오지 않는 아이들은 물론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들,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모두요.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는 불편한 존재들이 되는 거죠. 그런데 학교 밖 버스정류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은 또 달랐어요. 생각 못 했던 이유들이 숨어 있을 때가 있어요.

술만 먹으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아버지가 계신 집에 가는 아이에겐 그저 조용히 밤을 지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이 아이가 학교 밖으로 나가는 순간 수학숙제는 당연히 생각에 없죠. 보호자가 없이 집이 어려운 친구들은 밤에 늦게까지 돈을 더 버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 아침에 늦는 건 당연하고요. 이런 여러 경험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그리 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아리의 지각 안에 담긴 아리만의 사연, 이오의 전학에 담긴 이오의 사연으로 녹였습니다.

요즘은 친구가 한번 실수를 하면 완전히 배제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같은 또래가 친구를 대할 때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밝은 빛을 보다가 하늘을 별을 보면 보이지 않다가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면 별들이 새록새록 나타나듯 상대방을 더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게 필요한 어른의 목소리인 “딱 적당한 엄격함”을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죠.


Q ∥ 전작도 그렇고 항상 수학과 관련된 소재가 전반에 흐릅니다. 또 같은 듯 다른 수학천재 캐릭터가 나옵니다. 전작 『파이 미로』와 『오일러 패러독스』에 등장했던 써메이션과 이번 작품에 비밀을 품고 있는 카이가 그렇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수학교사이다 보니 수학을 매개로 학생들과 인연이 맺어집니다. 수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아이들의 특성을 살펴보게 되죠. 수학의 성취도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제가 늘 공부하는 부분이지요. 수학시간에는 ‘없는 사람’ 같아지는 아리라는 캐릭터도 그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수학영재를 전공했다 보니 과거 영재 학생들과의 인연이 많았고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특성과 그들의 고민을 가까이서 봤습니다. 누구나 수학을 잘한다고 부러워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고민도 많습니다. 제가 전하고자 하는 소설의 내용에 꼭 필요한 캐릭터라 생각해서 표현했고요. 이번 수학천재 카이는 ‘수학적 재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나오죠.

다음 작품의 이야기에 따라 꼭 수학천재가 등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학 소재도 마찬가집니다. 일부러 수학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요. 전하고자 하는 소설의 내용에 맞다고 생각한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썼습니다. 학습을 목적으로 한 소설은 아닙니다만 이야기와 어울리는 수학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그 과정에서 수학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면 수학교사로서도 금상첨화라 생각합니다.


Q ∥ 그동안 펴낸 책들을 보면 수학, 교육,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사가 넓으신 것 같습니다. 그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는 건지요?

A  생활하다가 문득 던져진 호기심을 따라갑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없듯 궁금한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영역이 다양해집니다. 제가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가 아직은 되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할 뿐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호기심을 따라갈 체력, 건강이 안 되거나 배움이 게을러 호기심을 따라갈 이해력이 안 되는 일이 오는 시기도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이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Q  『강제전학생 이오』는 어떤 분들에게 가닿으면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만날 독자분들께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이미 지니고 있던 신념과 가치를 고수해야 하는지 바꿔야 하는지 자주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앞으로 과거보다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가치의 문제를 많이 만나게 되겠죠. 앞으로 만날 문제에서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후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을 세워 삶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리적 기준에 대한 고민은 유명한 학자나 철학자의 몫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고민은 과학문명이 주는 혜택을 일상으로 소비하는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어떤 윤리적 소양을 지니고 과학의 성과를 선택하여 세상을 움직이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니까요. 최소한 열심히 공부한 실력이 진실을 가리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함께하신다면 이 책에 귀한 시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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