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긴 김소정 인터뷰
등록일 : 20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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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책을 읽고 번역을 하는 김소정이라고 합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좀 더 아는 사람이 되겠다며 독서와 번역 스터디를 열심히 하면서 보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제가 참으로 모르는 사람이구나 하는 소크라테스적인 깨달음만을 얻게 되었지만 말입니다(웃음). 그래도 책을 사랑하고 번역을 궁금해하는 여러 분들을 만나서 열심히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금은 몇 달 쉬고 있지만, 또 봄이 되면 책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삶을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이번에 나온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무한’을 설명하는 다양한 수학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이 책만의 매력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는 간단하게 말하면 ‘길 위의 수학자들, 보통 씨들을 위한 무한에 관한 철저한 수학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한을 철학적으로 다룰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다룰 수도 있을 텐데,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는 실제무한(실무한)과 잠재무한(가무한)에 관한 수학 이야기를 자세하면서도 쉽고 간단하게 소개해주는 본격 수학 개론서 같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보통 씨를 위한 책으로는 그 어떤 책보다도 철저하게 수학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한의 관념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무한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수학을 풀어주는 책, 그것이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책의 본문 구성이 독특합니다. 운문은 아니지만 마치 여러 편의 장편시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의도한 바가 있을까요? 구성과 관련하여 독자로서 선생님께서 느낀 점이 있으면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수학 이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무한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쉽지 않을 듯합니다.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는 어려운 이야기를 행갈이로 나누어 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으면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버의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운문이 산문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리버의 책을 읽으면서 운문 형태로 된 글은 어려운 개념을 곱씹고 고민해보기에 아주 좋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리버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시는 아니되, 시라는 형태를 취해 무한을 전해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Q  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단행본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나요?
A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를 번역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제가 수학을 모르는 보통 씨라서 무한을 성실하게 옮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많이 긴장했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를 번역해나가면서 무한을 다룬 여러 책을 계속해서 읽고 또 읽었지만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 속 수학을 푸는 데는 의외로 도움이 되는 책이 없었다는 것도 힘든 점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무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한 자체에 관심이 생기고 독서를 해나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수학이 주제인 단행본을 작업할 때는 늘 수학을 모르는 보통 씨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풀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봅니다. 저는 전문적인 용어를 구사할 수는 없는 보통 씨이지만 최선을 다해 개념을 이해하고 이해한 내용을 쉽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소망을 어느 정도나 실현할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Q  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기하학을 선과 도형을 눈으로 보고 확인하면서 풀어나가는 학문이라는 오해를 했습니다. 사실 그 오해는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바뀌지 않았는데,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의 책을 읽으면서,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관해 조금은 배우면서 기하학이 얼마나 추상적이고 정확한 학문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하학은 단순히 도형의 각을 재고 길이를 재면서 크기와 부피를 알아내는 학문이 아니라 “(서로 모순되지 않는) 공리(가정)들을 가지고 논리를 이용해 정리(결론)을 이끌어내는 학문”이라는 당연하지만 놀라운 설명을 들으며 기회가 된다면 기하학을 좀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언가를 다시 공부할 마음을 먹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리버의 책이 지닌 매력이 아닌가 합니다.


Q  무한을 왜 알아야 할까요? 무한이 우리의 삶에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A  무한을 반드시 알아야 할까요? 무한이 우리 삶에 필요할까요? 그런 철학적인 질문에는 저도 답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한에 관해 살면서 한두 번쯤은 생각을 해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세상에는 각자의 무한이 무한하게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고, 사람마다 무한을 알게 되는 계기도 필요한 이유도 제각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무한을 알고자 할 때 삶은 더 풍요롭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무한은 너무나도 많은 비밀을 담고 있고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 함께하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절대로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Q  릴리언 리버의 첫 책 『길 위의 수학자』에 이어 이번 두 번째 책도 번역을 맡으셨습니다. 세 번째 책도 번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연유가 있을까요? 또 동일 작가의 책들을 번역하면서 생각하게 되는 장단점이 있다면요?
A  리버의 책이기 때문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번역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럴 것 같은데, 역량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면서도 놓치기 힘든 책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그 책이 리버의 책이었고, 감사하게도 궁리출판사에서 기회를 계속 주시니 실수하고 엎어지면서도 지팡이를 짚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하다 보면 왠지 그 작가와 친구가 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번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점점 익숙해져서 조금은 너무 편하게 대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 때문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단점일 듯합니다. 물론 리버 선생님은 친구라기보다는 계속 만나고 배워야 하는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번역 공부, 책 읽기 등 다양한 모임을 꾸리고 계시는데요. 소개와 안내를 해주셔도 좋겠습니다.
A  번역을 하면서 가장 무서운 일은 언제라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사실은 늘 실수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해보려고 했지만,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저를 감시해줄 사람들을 모으다 보니 여러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번역 스터디 모임은 합정에 있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하고 있는데, 4월이나 5월부터 초급과 중급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모임이 아니라 서로 고민하고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어서 더 애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관악구에 있는 하나의책출판사에서는 과학 독서 모임과 고전 동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읽기 힘든 과학책 한 권을 몇 달에 걸쳐 읽으면서 조금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고, 그저 동화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고민해가면서 읽어나가는 ‘느리게 읽기, 깊이 읽기’ 모임입니다. 모두 느리고 재미없는 저와 함께해주시겠다는 선생님들 덕분에 진행할 수 있는 모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Q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무한에 담겨 있는 깔끔한 수학을 보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의 독자가 되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어렵지 않게 소개받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 분들도, 사실은 심심한데 조금 깊이 있으면서도 빨리 읽히는 책이 읽고 싶은 분들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한이 확장되어 나가면서 무한히 많은 상상력을 펼쳐 칸토어도 되고 괴델도 되고 아인슈타인도 되고 러셀도 되어가는 과정을 알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길 위의 수학자를 위한 무한 이야기』를 선택해주신 모든 독자분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건강하기를 무한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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