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 밖에서 만난 작가┃<나무가 좋아지는 나무책>을 펴낸 숲 해설가 박효섭
등록일 : 202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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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우선 독자분들에게 첫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무가 좋아지는 나무책』을 쓴 숲 해설가 박효섭입니다. 저는 나무들의 삶을 엿보고 마음을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숲을 읽는 즐거움’이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합니다. 진짜 좋은 책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고 하지요. 숲은 진짜 좋은 책 같아요. 숲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살아 있는 글자들이에요. 숲에 갈 때마다 숲은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누가 다가와 자신의 새 모습을 보여줄까? 늘 새로우니 질리지가 않지요. 이런 관계가 차곡차곡 쌓여갈 때 기쁨은 배가 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수목생리학을 전공했어요. 그중에서도 생명을 잉태하는 종자의 발아력(發芽力)에 대해 논문을 썼습니다. 공부 후 결혼해서 가정주부로 살다가 지금 국립수목원의 원장으로 계신 이유미 박사의 권유로 국립수목원의 산림환경교사를 시작하면서 숲 해설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대학원에서 학문적으로 숲을 공부할 때보다 숲 해설을 하면서 나무와 더욱 친해지게 되었답니다. 요즘은 ‘코로나 19’로 숲 활동이 어려워졌지만, 어린이들과 숲 활동을 하거나 어른들을 상대로 강의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 『나무가 좋아지는 나무책』은 2009년에 펴낸 책 새롭게 보강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이야기를 풍부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 책을 짧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A  처음 책을 낼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니 새삼 놀랐어요. 개정판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쓴 저자에게는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 같아요. 제 책이 새 몸을 얻어 다시 태어난 거잖아요? 간혹 나무 공부하는 분들이 이 책을 구하고 싶은데 절판됐다면서 안타까워하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 그분들에게 다시 이 책을 권할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기쁜 일이구요.
이 책은 제가 그동안 나무들을 관찰하면서 읽은 이야기, 나무가 간직하고 있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들을 저 나름대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쓴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무들을 쉽게 알아보고 구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이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나무도감’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책을 썼어요.


Q ∥ 이 책에서 슬쩍 보고 지나치면 몰랐을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나무들을 가까이 관찰하다 보면, 나무들이 펼쳐내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이야기에 새삼 놀라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살짝 들려주신다면요?
A ∥ 식물은 평생 한곳에서 살아요.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는 대신 식물은 주위의 환경을 잘 이용하지요. 동물을 이용해서 후손을 번식시키는 것을 예로 들어볼까요? 동물을 이용한다고 해도 식물은 그냥 공짜를 바라지는 않아요. 대가로 먹이를 제공해 주니까요. 식물과 동물이 공생하는 관계를 관찰해보면 재미있어요.

이른 봄에 생강나무는 꿀을 담은 노란 꽃을 피워요. 이른 봄이라 낮에는 따뜻한 햇살이 있지만 밤이면 온도가 뚝 떨어져요. 생강나무 꽃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딜까요? 먼저 꽃들이 가지에 옹기종기 붙어 있어 언뜻 보면 꽃자루가 없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짧은 꽃자루에 하얀 털을 소복이 달고 있는 게 보여요. 꽃가루받이가 끝나도 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어린 열매가 잘 크게 감싸고 보호하지요. 이렇게 생강나무 꽃은 추위에 대비하고 여러 개의 꿀주머니로 곤충들을 불러들여요. 이른 봄 먹을 것이 부족한 곤충들에게 생강나무는 특별한 존재이지요.

소담스럽고 풍성한 꽃을 피우는 수국은 씨앗을 맺을 수 없는 꽃입니다.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꽃잎처럼 변한 꽃받침이에요.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는 무성화(無性花)지요. 수국의 엄마나무인 산수국은 가장자리에 크고 화려한 가짜 꽃, 무성화가 듬성듬성 피어 있고 가운데에 자잘한 암술과 수술이 있는 진짜 꽃, 유성화(有性花)가 수북이 피어요. 진짜 꽃은 너무 작아 곤충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아요. 그래서 화려한 가짜 꽃이 벌, 나비들을 끌어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진짜 꽃이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가짜 꽃이 땅을 향해 뒤집혀진다는 거예요. 친절하게도 벌과 나비에게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지요.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에게 꿀이 있는 다른 꽃을 찾아가라고 하는 겁니다. 공짜를 바라지 않는 산수국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Q ∥ 숲에 자주 가시나요?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성으로 흘러갑니다. 계절마다 숲의 풍경과 그곳에서 느끼는 바가 다르실 것 같아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숲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우리 강산에는 수많은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어요. 이들은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겨울이면 겨울, 각기 철마다 저마다의 매력으로 우리 마음을 당겨요.

먼저 봄의 느낌을 이야기한다면, 역시 이른 봄 추운 겨울을 당당히 이겨낸 생명의 함성 소리가 아닐까요? 인고의 겨울을 겪고 부산하게 웅성대며 머리를 내미는 풀과 나무들이 정말 정겹게 느껴지지요. 큰 잎이 달리기 전 나뭇가지 사이로 숲 바닥까지 비추는 햇살을 이용해 서둘러 꽃을 피우는 풀꽃들… 복수초, 앉은부채, 현호색, 얼레지, 제비꽃, 앵초… 숲에 꽃 잔치가 벌어집니다. 카메라를 메고 숲을 걷다 보면, 무심한 내 발 밑에 하나의 생명이 무참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름발이가 되곤 하지요.

여름은 풀과 나무들이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기 위해 많은 잎들을 달고서 열심히 키를 키우고 영양분을 만드는 계절이지요. 꽃들의 화려한 잔치는 대개 봄에 끝나기 마련이라, 여름은 꽃을 찾는 계절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거꾸로 여름에 피는 꽃들이 새삼스럽기도 하지요. 여름에 피는 꽃들은 오래 피는 꽃이 많아요. 지루하게 길고 무더운 여름을 이 꽃들을 보며 견디라고 하는 것 같아요.

가을은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한 때에요. 가을 숲은 무심히 보면 고즈넉하기 짝이 없지만 유심히 보면 그보다 더 분주한 데가 따로 없어요. 형형색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잎들도 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이에요. 봄부터 정성스럽게 키워낸 열매들도 엄마 품을 떠나 자신의 세상을 위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지요. 어떤 열매는 날개나 털을 씨앗에 달아둡니다. 바람을 타고 여행을 떠나려는 것이지요. 어떤 열매는 꼬투리를 펑 터뜨립니다. 터지는 힘을 빌려 씨앗을 멀리 퍼뜨리려는 것이지요. 숲속을 걷다 보면 옷에 씨앗이 붙어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합니다.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옷에 붙어 이동하려는 씨앗들이지요. 새를 이용하는 식물들은 자신의 열매를 새의 먹이로 기꺼이 내놓습니다. 열매를 그냥 내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색으로 아름답게 화장까지 하지요. 새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예요. 역시 가을은 결실(結實)의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겨울은 나뭇잎을 다 떨구어 숲이 더욱 적막하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잘 살펴보면 적막 속에 생명이 움트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떨어진 나뭇잎들은 겨울을 나는 곤충들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지요. 겨울눈은 추위에 얼지 않도록 털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빗물이나 눈이 녹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왁스 칠을 적당하게 해 놓고 있기도 하지요. 이 겨울눈이 겨울을 나고 나면 꽃이 되고, 잎이 되고, 가지가 되는 거지요.
겨울 숲에서 단연 돋보이는 나무는 침엽수(針葉樹)예요. 침엽수가 아름다운 때는 겨울 준비를 막 마쳤을 때예요. 추위에 얼지 않도록 지방(脂肪) 성분인 글리세린(glycerin)을 넣어 두고, 또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왁스(wax)를 발라 놓아 뾰족뾰족한 잎이 반들반들 윤이 나지요. 침엽수는 왜 추운 겨울에 잎을 달고 있을까요? 침엽수는 추운 지대(地帶)에서 잘 자라는 나무예요. 추운 지대는 겨울이 길어서 식물이 자라는 기간이 짧아요. 이처럼 짧은 생육(生育) 기간에 적응하기 위해 고안해 낸 생존 전략이 겨울에도 잎을 달고 있는 것입니다. 겨우 내내 잎을 달고 있었기에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광합성(光合成)을 하여 재빠르게 영양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추운 겨울 초록 옷을 입고 있는 침엽수는 벌거숭이 나무들 사이에서 더욱 빛나 보여요.


Q ∥ 오랫동안 숲 해설가로 활동해 오셨습니다. 아이들과 숲과 나무 이야기를 할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숲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놀고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흔히 아이들은 식물보다 움직이는 동물에 더 관심이 많다고들 이야기하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A  제가 하는 일은 숲에 오는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서 스스로 관찰하고 찾아내고 느끼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요. 그러다가 숲에 오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숲에서 신나게 놀며 관찰할 줄 알게 되지요. 대개 어린이들은 식물보다 움직이는 곤충에 더 열광해요. 아주 작은 곤충도 어떻게나 잘 찾는지 신기할 정도랍니다. 그래서 다음에 올 때는 곤충채집통을 거의 다 들고 오곤 하지요. 이럴 때 곤충들이 무얼 먹고 사는지 어디에 사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곤충과 동물들을 찾아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 중에 식물 이름을 척척 맞추는 식물박사도 곤충 이름을 잘 아는 곤충박사도 나오곤 하지요. “선생님! 여기 신기한 게 있어요!” 아기 손 모양의 고사리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하는 말이에요.
비 오는 날 숲에 온 어떤 친구는 솔잎에 맺힌 물방울이 너무 아름답다고 합니다. 산초나무에서 호랑나비 애벌레를 관찰하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모기를 쫓는다고 산초나무 잎을 따서 얼굴에 예쁜 모양으로 붙여 보기도 해요. 어린이들은 훌륭한 건축가이기도 합니다. 숲에 흩어져 있는 통나무들을 모아 멋진 아지트도 만들어 깃발을 세워놓기도 하지요. 적당히 비스듬하게 누운 나무에 올라가기도 잘 하구요.
숲을 찾는 어린이들은 관찰력과 상상력은 물론 감성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숲 활동은 어린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Q ∥ 대학과 대학원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하셨어요. 산림자원학은 어떤 분야인가요? 그리고 공부한 후 어떤 일을 하나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산림자원학이 어떤 학문인지 이야기 들려주신다면요?
A  제가 대학과 대학원 다닐 때는 임학(林學)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산림자원학(山林資源學), 산림환경학(山林環境學)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것 같아요. 산림자원은 야생동식물과 산림토양미생물 등 생물자원을 비롯하여 무생물자원, 환경자원, 휴양 및 문화자원 등 산림에 관계되는 모든 유형 및 무형의 자원을 말합니다. 따라서 산림자원학은 이들 산림자원을 조성, 유지, 이용, 관리하기 위한 여러 분야, 곧 조림학, 임목육종학, 수목생리학 등의 생물학 분야, 산림자원경영학, 산림자원경제학, 산림자원정책학, 공원휴양학 등의 사회과학 분야, 산림환경보전공학, 산림수확공학, 산림토목공학 등의 공학분야, 산림수자원관리, 환경휴양림의 조성과 보전, 도시림 관리, 야생동물 보전, 희귀식물 보전 등의 산림환경관리 분야 등에 종사할 전문 인력을 기르는 곳입니다. 요즘 떠오르는 숲 치유와 숲 해설도 이 여러 분야 중의 하나입니다.


Q ∥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나무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는 분들, 특히 어린이와 부모님이 함께 읽고 찾아보고 관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나무가 뭐지? 궁금할 때 ‘찾아보기’를 활용해서 꽃, 잎, 열매 등의 순서로 색과 모양을 찾다 보면 퍼즐 맞추기처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이 계기가 되어 나무를 알고 싶은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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