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일기

책밖에서 만난 작가┃<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 김홍표 저자 인터뷰
등록일 : 20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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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2016년에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의 저자 인터뷰를 궁리레터에서 진행하고 나서, 오랜만에 저서로 인터뷰를 합니다. 독자분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A  최근에 아들 군대 보내고 나서 몰랐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들이 자식 걱정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한다는 사실을요. 오랫동안 부모살이를 하긴 했지만 그런 점을 뚱기친 것은 슬프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일을 곰곰이 복기해보니 새삼스레 우리네 부모들도 그랬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 살던 8년 넘는 세월 동안 저는 하늘을 쳐다보고 오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했지만 제 생각만 했더랬습니다. 어머니가 애타게 저를 기다렸으리라는 생각이 너무 늦게 찾아왔어요. 윗세대와 아랫세대 사이에서 제 현재와 과거를 이모저모 살피며 살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출간된 『작고 거대한 것들의 과학』은 그동안 한 일간지에 연재한 ‘김홍표의 과학 한 귀퉁이’ 칼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책을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2017년 우연히 쓰기 시작한 칼럼 약 3년치를 모아서 깎고 다듬은 책입니다. ‘과학 한 귀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것들을 과학적 시선으로 바라보며 묻고 답하는 형식을 고수하려고 했습니다.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만한 내용으로 칼럼을 채워야 한다고 늘 생각했지만 사실 일간지 신문에 전자나 미토콘드리아 같은 기술적인 용어를 쓰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마주하지만 ‘너무 크거나 혹은 너무 작아’ 우리 인간의 감각계가 놓치고 있는 사실을 되도록 평이한 언어로 서술하고자 한 것들인데, 여러 편의 글들을 한데 모아놓으면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분들에게 다가갈지 저도 기대됩니다.


Q  그간 글감의 소재가 된 것들을 보면, 춘곤증, 코딱지, 낙엽, 지문같이 손에 잡히는 일상의 소재가 많습니다. 글의 주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집필 과정도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계절의 변화나 사회적 이슈에 민감한 소재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요. 예를 들면 2주 뒤에 쓸 칼럼 내용을 지금 궁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쌀이 어떻게 인간 집단에 들어왔는지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논문들을 찾았습니다. 버스 타고 집에 가는 중에 줄기가 시커먼 벼를 발견했거든요. 나중에 흑미를 맺는 품종의 벼라고 하더군요. 평소 저희가 보던 벼하고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그래서 좀 찾아봤죠, 그러다가 쌀이나 보리가 익은 열매를 땅에 떨구지 못하게 막는 식물의 유전적 특성이 인간의 눈에 ‘선택’되었다는 논문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편 왜 성이 남성과 여성, 2개로 나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가설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가 거기서 세포의 살림살이를 축소하는 정자의 전략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리에 떠오른 건 적혈구였어요. 적혈구는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 그리고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 말고는 뭐 하나 내세울 세간도 없는 단출한 세포랍니다. 적혈구에 관한 논문을 읽다가 이 세포가 가장 기본적인 인체의 면역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적혈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면역 기능’을 소개해도 괜찮겠구나,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공룡 화석에서 오래된 적혈구의 흔적을 찾아낸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연구진들의 데이터가 에피소드로 첨가가 되겠지요?
이런 일이 일 년에 열세 차례 반복됩니다. 가끔은 네이처나 셀 등의 저널 그리고 아메리칸 사이언티픽과 같은 잡지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얘깃거리들은 넘쳐나거든요, 그렇지만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쓰느냐는 완전 별개의 문제죠?


Q  선생님 글을 읽으면 ‘얽힘’과 ‘연결’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일례로 동물의 삶은 식물에 의존하고, 식물을 태양 빛을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내요. 포도당과 산소는 동물들의 숨과 밥줄입니다. 어떤 통합적인 시선으로 과학을 바라보려 하시는데요, 관련해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습니다.
A  어쩔 수 없이 인간이니까 인간 위주로 물질과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 자연스럽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가장 정확히 인간을 바라보는 일은 물질과 생명의 ‘네트워크’에서 시작하는 게 정도(正道)라고 생각됩니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쓴 데이비드 쾀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물이 없다면 인수공통 감염병도 없다. 그러나 강조하건대 동물이 없다면 지구는 더이상 살아있는 별이 아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동물 대신 다른 어떤 것을 대체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가령 식물, 세균 혹은 곰팡이 같은 것들 말이지요. 저는 인간이 귀인(貴人) 대접을 받으려면 다른 생명체들도 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 2017년 초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대중에게 전하는 과학 칼럼을 쓰고 계시니, 벌써 햇수로 4년째인데요. 그간 기억에 남는 일화나 장면이 혹시 있으신가요? 어려웠던 점이나 기뻤던 일도 있으셨을 테지요?
A  처음에 신문에 칼럼을 쓴다니 아내가 좋아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매번 첫 독자는 아내였고 그녀의 검열을 탈 없이 통과해야만 밖으로 원고가 나갈 수 있었습니다. 국문과 출신인 아내의 입에서 ‘이번엔 잘 썼어, 재미도 있고.’ 그런 말을 들으면 맘에 썩 좋았습니다. 물론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아쉽게도 그걸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끔 다른 지면을 통해서 제가 쓴 칼럼에 대한 뒷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거나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평을 들으면 좋죠.


Q ∥ 그동안 쓴 글 중에서, 그리고 소개해주신 과학 연구 중에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으시면 몇 가지 독자들에게 들려주세요.
A  쌀밥을 먹고 난 뒤 사람의 세포 안에서 쌀이 만든 유전체 조각(RNA)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연구 결과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지만 말이죠. 하지만 이 말을 곰곰이 해석하면 우리가 먹은 김치 혹은 점심때 쌈으로 먹은 상추 속의 엽록체, 엽록체 속의 유전체도 분명히 제 몸 안으로 들어왔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찬가지로 고기를 먹으면 미토콘드리아 안의 유전체도 우리 세포 안으로 들어와야 옳습니다.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 둘 다 과거에 자유 생활을 영위하던 세균이고 쪼그라들긴 했지만 자신만의 유전체를 지금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놀랍게도 그와 관련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곰곰이 우리의 주변과 그들의 움직임을 따져보면 정말 곳곳이 의문투성이입니다. 신발은 언제부터 신기 시작했을까요? 태초부터 옷을 입었을까요? 손톱을 처음 발명한 동물은 누구고 왜 그랬을까요. 세상은 질문으로 가득합니다. 답을 기다리고 있는 질문들 말이지요.


Q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요즘 어떤 생각을 많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의 표제가 된 ‘작은 존재’가 우리의 일상을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흐름’으로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A  우리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스스로 자부할지 모르지만 어떤 면에서 인구 집단 전체는 거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인간이 취했던 행동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떡하니 마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숲을 파괴하고 인공적인 건물을 계속해서 짓고 있잖아요? 코로나 바이러스, 아니 슈퍼 박테리아가 ‘마마’ 손님처럼 찾아오는 일이 점점 잦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자꾸 불러내는 데다 그들의 힘을 우리가 스스로가 키워주고 있잖아요? 과학 혁명기 이후 인간이 빠르게 돌려댄 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정말 ‘강제적으로’ 찾아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Q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몇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어떤 형태로 정착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가끔 푸른 하늘을 볼 기회가 늘었다는 것. 제가 쓴 글 여기저기에서 지구에 사는 인간의 지위와 함께 살아가는 한 종의 생명체로서 인간이 지켜야 할 겸손함을 강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소박하나마 저는 이 책이 ‘행복한 숨을 쉬는’ 인간의 길을 묻는 질문으로 거듭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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