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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그림 찾기 15
등록일:2016-11-03, 조회수:251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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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간다. 오늘의 행선지는 경북 청송의 주왕산 국립공원. 대학 시절 친구들과 단풍 산행을 떠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첫차를 타고 한강 상류를 빠져나가려니 비로소 서울도 간밤의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꼭 맞춤하게 제작된 버스 의자에 엉덩이를 내려놓으면 문득 비로소 혼자라는 생각이 찾아오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잘 찾아먹을 수 없는 시간이다. 화장실에라도 가면 모를까, 도시는 개인을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늘 들들 볶는다. 갑자기 찾아온 낯선 시간을 가장 쉽게 관리하는 법은 눈을 감는 것이다. 인간의 육체는 신기로워서 눈꺼풀을 닫으면 금방 눈앞은 깜깜해진다. 울긋불긋하던 광경이 칠흑처럼 순식간에 변해도 신체는 또 그냥 적응한다. 몸안에 그 어떤 강력한 스펀지 같은 장치가 있어 그 어떤 변화도 다 흡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내 잠깐의 현상이다. 감은 눈을 다시 뜨지 못하고 어둠으로 계속 굴러 떨어지는 것, 그게 다름 아닌 죽음이리라. 그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다행이다. 몽롱한 의식을 찾고 눈꺼풀 장막을 걷어낼 수 있었다. 다시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나는 엄연히 살아 있는 것이다!

다시 찾아온 무료함을 달래려 음악을 듣는다. 음악에 무슨 조예랄 것도 없지만 듣는 것이 일정하다. 유튜브를 뒤적거려 최백호나, 김광석을 듣기도 한다. 또 어쩌다가 모차르트나 베토벤을 듣기도 하지만 결국 나의 귀가 편안히 찾아드는 건 구음(口音)이다. 누가 뭐래도 나에겐 서양의 모모한 불멸의 음악들도, 우리나라 당대의 그 어떤 가수들보다도 이 음악은 윗길이다. 최근 나라를 어지럽히는 요괴를 두고 무당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그들은 무당 근처에도 못가는 그저 요사스런 사기꾼일 뿐. 오늘도 박병천의 진도씻김굿의 한 자락을 듣는다.

내일은 상강(霜降) 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절기이다...... 비 내리고 바람은 옆으로 불고 눈발이 흩날렸다. 자욱한 공중, 이 산하의 나무와 풀, 사람들보다도 더 굳건히 이 나라를 지키는 요소들. 오고가고 내리고 솟구치고, 저항하고 미끄러지는 것들로 분주한 가운데 하늘에서 떨어지는 홑소리와 닿소리들! 이윽고 시간이 흘러나와 모든 건 제자리에 앉고 가라앉으며 뒤척이다 고요히..... 마침내 드러나는 건 목구멍을 닮은 동그란 무덤.......!

*병신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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