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통영 미륵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에서
등록일:2017-06-27, 조회수:183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미투데이로 공유하기


빙글빙글 돈다. 하늘에서 별들이 자리를 지키며 돌듯 딱정벌레 같은 도르래차가 어지럽게 돌았다. 레일에 꼭 묶인 차는 영업시간 동안 멈추는 법이 없다. 호랑이 등에서 함부로 내릴 수 없는 것과 같다. 속도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잽싸게 타고 내려야 한다. 산 아래에서 올라와 쏟아져 내리는 사람만큼 하산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빙글빙글 도는 병원 회전문에서 퇴원하는 환자만큼 입원하는 이가 서둘러 들어가는 것처럼, 그렇게 교대하고 있었다.

여기는 통영의 미륵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경남 거창군 주상면 소재의 완대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 중이다. 남해를 굽어보는 미륵산 정상. 멀리 공중에는 아스라한 섬들이 떠 있고 가까운 안내판에는 정지용, 백석의 시편이 박혀 있다. 그리고 통영을 흡족하게 소개하는, 짭쪼름한 형용사를 잘도 부린 다음의 한 문장. “빼어난 풍광, 온화한 기후, 풍부한 수산자원을 부여받은 통영은 하늘의 각별한 배려를 받은 축복받은 땅으로 (…) 우리가 고단한 삶속에서 휴식을 취하고 살아가기에 가장 흡족한 삶의 터전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한산도로 가기 위해 내려가는 길. 나는  친구들의 뒤통수를 믿고 따라갔다. 케이블카 환승장은 혼잡스럽고 북적댔다. 줄이 길어 잠시 기다는 동안 거창읍 한복판에 자리잡아 기름내 풍기던 거창여객 차부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생 녀석들은 얼마지 않아 혹은 대구로, 혹은 부산으로, 혹은 서울로 뿔뿔이 흩어졌던가. 또 누구는 거창읍에서, 시골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는가. 그리고 오늘 이렇게 모였는가.

우리 바로 앞줄에는 경남의 어느 동네에서 단체로 야유회 오신 듯한 일행이었다. 내 고향분들은 아니었지만 차림새나 걸음걸이, 어깨 모양이 거창과 이웃한 하늘빛을 쬔 분들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귀에 익은 정겨운 사투리들. 아주머니들의 뽁은 머리 모양은 거창읍내 사람들과 너무도 닮았다!

택호를 대고 말을 걸면 몇 다리 건너 우리 고향과 연결될 것도 같은 분들이 단체로 이동하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다시 말해 세 다리로 겨우 걸으시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를 부축하는 이가 있고, 뒷짐을 진 연세 지긋한 분은 다리가 어눌해 보인다. 동네를 벗어난 하루만의 외출이지만 이런 낯선 객지에서는 흥건해진 마음이 활짝 외출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어떤 분은 모처럼의 나들이에 도진 흥을 굳이 감추려 들지 않았다. 체면이나 격식 따위는 굳이 추스를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가 보다. 

북적대는 관광객 사이에서 연신 박수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고단했던 삶에서 억눌렸던 흥을 내치지는 말일이다. 숨긴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고이 간직하였다가 오늘 같은 날 이렇게 통영의 미륵산에서 훌훌 털어내는 것이다. 그이의 지나온 삶이 오늘은 그리해도 된다는 자격과 허가를 해주는 셈이겠다. 세력을 잃어가는 파마머리에 더욱 힘을 주며 도저한 흥을 마음껏 발산하는 빨간 옷의 아주머니는 케이블카 안에서도 손뼉 장단은 거두었지만 노래는 계속 부르는 듯했다.

한 움큼 사람이 떠나고 우리 차례가 왔다. 궁둥이를 들이대며 8명씩 앉았다. 전라도와 경상도가 접하는 덕유산 자락의 어느 골짜기에 자리잡았던 완대초등학교. 양초로 반질반질 광을 내던 나무마루 바닥의 교실에서 남녀40명이 올망졸망 머리를 맞댄 이래 이리도 가깝게 앉았던 적이 퍽 드물다. 이제는 연락도 끊기고, 연락을 할 수도 없는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동무들도 있다. 든자리보다 난자리가 더 많아 허전하다. 그 빠진 구멍을 메우려는 듯 자지러지고 지저귀는 한 마디씩들.

우와, 좋네...올라올 때도 꺼꾸로 앉았는데,,.내려갈 때도 꺼꾸로네...그러니까 줄을 잘 서야 돼,,,자리도 잘 앉고,,,워워워,,,엄마야, 무시버라...누가 고소공포증이 있다캤는데,,,경숙이경숙이,,,대가리 뭐야, 치아라....총무야 욕보았네...야, 니는 눈이 좋구나, 욕도 잘 보이는가 보네...하하하하하하하.....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