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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풍경 1
등록일:2018-08-09, 조회수:124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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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박명이다.

하나로 검게 붙었던 사물들이
이름을 찾으며 제자리를 찾는다.

따로따로 떨어지는 돌, 나무, 계단.
바위구절초, 구름국화, 큰오이풀, 큰용담, 자주꽃방망이.......

1442개의 계단을 오른다.
여기까지 오도록 많은 새벽을 열어젖혔고
숱한 문들을 열고 닫았다.

여기는 백두산 서파 정상의 바로 아래
산중 대피소이다.
낮이면 바글대는 중국인 관광객이 모두 하산하고
하룻밤일지언정
운 좋게 우리가 백두산의 주인이 되었다.

어젯밤에는 관광버스가 모두 물러간 주차장에 드러누웠다.
땡볕에 달궈진 광장은 아직도 후끈, 했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했다.
누군가 꼭 어린 시절의 밤하늘 같다고 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외가가 생각났다.
어머니 모시고 자주 갔던 시골 앞마당.
그곳에서도 큰대자로 뻗어 누우면
별이 왈칵 얼굴로 쳐들어왔었지.

고개만 까딱 젖히고 보는 별과
벌렁 드러누워서 보는 별은 아주 다르다.

또 하루만큼 더욱 휘어진 등과
산기숡의 비스듬한 경사가 아가리를 딱 맞추었다.
어깨와 등이 조금 간지러운 건 그 틈으로
잠에서 깬 개미 한 마리 지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어이쿠, 코끝으로 쏟아지는.......

북극성, 북두칠성, 금성, 카시오페아자리, 오리온자리,
견우성, 직녀성 그리고 은하수.

........ 별똥별도 열 개 너머 관찰했다.

그런 밤을 보내고 지금은 계단을 오른다.
간밤의 별들도 아마 계단처럼 쌓여 있었던 모양이다.
밝기에 따라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중.

오른쪽 어깨 위로 가날픈 달이 떠 있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멀리 붉은 빛이 번지고 있다.

이제 곧 몇 분만 지나면
천하의 천지에 불이 들어온다.

나는 지금 숨죽이며 천지의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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