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해국
등록일:2015-11-11, 조회수:777
궁리의 꽃밭 - 이굴기
트위터로 공유하기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미투데이로 공유하기


필자 한 분이 오시어 쭈꾸미 볶음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사무실 근처의 길담서원으로 갔다. 훅 트인 공간에 한뼘 갤러리가 있고 좌우 벽면으로 책들이 빼곡하다. 감나무 잎차와 커피를 주문한 뒤 농담 삼아 말했다. “여기 있는 책을 몽땅 다 읽으면 몸이 뭔가 달라질까요?” “.......?” “해리 포터가 벽을 뚫고 마법의 세계로 들어간 것처럼 이 세상을 얼른 뜨는 길이 저 벽 사이에 숨어 있지 않을까요?” 수돗물을 틀어놓고 접시 닦기에 분주한 실장님이 응대해 주신다. “원장님께서 서원을 열고 한 3년 공부했더니 겨우 세상이 좀 보이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 “세상이 보인다는 건 빗자루를 타고 세상을 날아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요.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네요.” 겨드랑이에서 날개는 돋아나지 않고 입에서 웃음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빗자루가 아니라 쾌속선을 타고 울릉도에 들어갔다. 바닷가에서 늦게까지 핀 해국을 찍었다. 바닷가에 사는 국화라는 뜻이다. 사나운 바람을 이겨내느라 줄기에는 부드러운 털이 많다. 잎도 날카롭지 않아 두루두루 원만하고 넓적하다. 배경이 좋았는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파도소리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카메라 셔터 소리. 찰칵찰칵, 차카차카, ㅂㅈㅂㅈ, ㅊㅋㅊㅋ. 얼핏 들으면 소리는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카메라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카메라는 이 셔터 소리가 매우 중요해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 음향에 엄청 신경을 쓴다고 한다. 소리가 꽝이면 카메라의 성능이 제 아무리 우수해도 제품도 그냥 꽝이다. 묘한 중독성이 있는 셔터 소리. 이 소리에 홀려 사진의 세계로 뛰어든 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ㅂㅈㅂㅈ, ㅊㅋㅊㅋ. 난무하는 소리들을 딛고 꿇었던 무릎을 일으키는데 이런 생각도 슬며시 따라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한 발 삐끗하면 낭떠러지. 죽음이 저 바다보다도 더 가까이 한 뼘 앞에도 있는 셈이다. 이 고급 카메라들도 언젠가는 수명이 다하고, 이 카메라가 내는 소리에 홀렸던 이들도 언젠가는 생(生)에 홀리는 날이 오고야 만다. 그때를 미리 예고하자는 뜻으로 이런 소리를 내는 카메라 하나 만들 순 없을까. 꼴까닥꼴까닥! 혹은 ㅊㅎㅊㅎ! 해국. 바닷가 바위틈에 꼭 붙어사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후기.

카메라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제법 많다. 그러나 너무 모르는 이야기라서 따로 할 건 없다. 가끔 내가 너무 카메라를 만만히 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한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같은 가전제품이 보턴만 툭 누르면 작동하는 것처럼  카메라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가들이 보면 경악할 일이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생각이다. 아마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무식의 소치일 것이다.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해 보았다. 카메라를 좀더 일찍 손에 가까이 하였다라면 세계를 좀더 정밀하게 관찰하고 세상을 내식으로 편집하는 즐거움은 누렸을 것이라는.

꽃을 가까이 하게 되면서 사진은 덤으로 따라왔다. 아직도 사진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다. 내 눈에서 한 꺼풀이 떨어져 나가게 되면 좀더 사진에 대해 족은 작품을 남길 수 있으리라.

그러나저러나 위에 적은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의 반응이 있었다. 그런 소리나는 카메라는 끔찍하겠다는 것에서부터 아주 재미있다는 반응까지. 마지막 의성어인 ㅊㅎㅊㅎ는 무슨 소리를 뜻하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정작 내가 기대하는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카메라 제조사인 니콘이나 캐논에서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그런 소리의 주인공으로 목소리를 제공하겠느냐는 제의가 온다면 나는 선선히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내심 하고 있는 중이다.
솔나리
이전글
팥배나무
다음글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