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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주제로 한 대마도여행 전말기
등록일:2013-06-17, 조회수:1358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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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여객터미널. 현충일과 징검다리 연휴를 맞이하여 대마도 꽃산행을 떠난다. 출렁이는 배를 타기 전 들를 곳이 있었다. 풍랑이 심하지는 아니 해도 얼핏 멀미에 대한 가벼운 걱정도 일어났다. 먼길 떠나기 전 배낭끈을 조이고 신발끈을 조이듯 몸을 추려야 했다. 되도록이면 가볍게 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았다.  
 

 

이번 여행이 대마도로 꽃을 찾아가는 여행이라서 그럴까. 포스터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민들레 열매가 붙어있고 그 열매들이 하나씩 바람에 나부끼며 공중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찰나였다. 열매들도 하나하나 고귀한 생명들이니 정처 없는 여행을 떠니려는 것. 그 중 몇 개는 모여서 이런 아라비아 숫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111. 이런 구호도 적혀 있었다. <널리 퍼져라 대한민 안보의식 신고전화 111>.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에서 안보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만든 포스터였다. 처음 보는 포스터가 아니었지만 오늘 따라 유독 눈에 띄는 건 꽃산행을 떠나는 심사가 크게 작용한 탓일 게다. 이리저리 꽃들을 쫓아다니면서 민들레 열매들과 얼굴을 아주 많이 익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출국심사를 끝내고 배를 타기 위해 마지막 관문을 나섰다. 이제 홀가분한 기분. 모든 것 잊고 꽃만 생각하기로 하자. 미안한 구석이 여기저기 많지만 당분간은 민들레 열매처럼 가벼워지기로 하자. 그렇게 마음을 먹기로 했다. 발 아래 바다가 찰랑대며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우리를 태울 쾌속선이 있다. 아아, 그 이름이 나의 심사에 그대로 꽂혀들었으니, 오션 플라워, OCEAN FLOWER!
 

 

오션 플라워는 파도를 헤치며 나는듯 달렸다. 물보라가 쾌속선을 때렸다. 유리창에 번지는 물방울 무늬. 아득한 수평선에 넘실거리는 물결 무늬. 모두 꽃들의 무늬의 일종이라고 여기면서 멀리서 찾아오려는 멀미 기운을 달랬다.
 

 

드디어 대마도 히다카츠항에 상륙했다. 배안에서 체류하는 동안 몸이 제법 무거워졌다. 기우뚱한 선내의 화장실을 가려다가 참았다. 혹 일본의 화장실에도 <111>에 필적하는 포스터가 있지 않을까. 그 포스터에는 무슨 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었다.
 

 

뜻밖의 장소에서 꽃 포스터를 만났다. 히다카츠항은 그리 큰 항구가 아니었다. 외국 손님을 맞이하는 일본 공무원들에게서는 심심한 티가 역력했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관광객들로 입국장이 소란했다. 일본어 글씨로 각종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벽면이 요란했다. 길게 줄을 서서 화장실 걱정을 하고 있는데 눈에 번쩍 띄는 포스터가 있었다. 입국심사를 끝내고 통관을 위해 배낭과 가방을 검색대에 올려놓고 둘러볼 때였다.
 

 

포스터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럴수가. 대마도를 방문하는 현장에서 대마를 금지하는 글귀를 내가 찾아다니는 식물들과 함께 보다니! 사진으로 찍고 싶었으나 입국장에서는 사진촬영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문구가 있어 포기했다. 그 포스터에는 한문으로 이런 글씨가 크게 씌여 있었던 것이다. <大麻種子 輸入禁止!>
 

 

대마도에 상륙한 그날 오후부터 산을 훑었다. 시라타케 산, 다테라 산, 아리아케 산, 센뵤마키 산을 두루두루 두르면서 아열대 식물들을 관찰했다. 섬 지방이라 특히 풍부한 양치식물도 실컷 보았다. 꽃들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알 수 있는 꽃과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계속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산중의 꽃들 말고 나에게 꽃을 상기시켜 주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일까.
 

 

이틀을 머물던 이즈하라 대마도호텔을 떠나 마지막 밤은 히다카츠로 와서 카미소 여관에서 자는 일정이었다. 아무리 꽃이 좋다지만 연이어 강행군을 하니 몸도 제법 지쳐 있었다. 어쨌든 마지막이라니 아쉬움도 진하게 몰려왔다. 그런 복잡한 심사를 가지고 차가 풍광 좋은 해변가의 일본식 여관 앞마당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아아, 그때 나는 보았다. 이번 꽃을 주제로 한 대마도 여행의 마지막 인연을. 카미소는 고급 여관, 그 이름은 화해장(花海莊)이 아닌가!
 

 

마지막 밤. 화해장 테라스에서 저녁 먹는 자리. 취기가 오르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몇 사람이 건배사를 했고 꽃에 대한 진한 애정을 숨김없이 토로하기도 했다. 꽃으로 맺은 인연, 꽃같이 아름다운 사람들, 꽃처럼 아름다운 꽃자리였다.
 

 

내 순서가 왔다. 나는 취기를 빌어 용기를 냈다. 119-오션 플라워-대마-화해장으로 이어지는 꽃들을 주제로 한 고리가 주마등처럼 엮어졌다. 이왕이면 꽃으로 마무리를 하자, 결심하고 나의 목구멍에 튀어나온 노래, <모란동백>의 가사를 여기에 적는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말아요.......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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