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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의 거미
등록일:2013-07-02, 조회수:1070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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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진도 운림산방 뒤 첨찰산에 갔더니 엉겅퀴 꽃은 이미 지고 열매가 여물어 천지사방으로 흩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열매 하나하나는 흰 깃털같은 갓털을 구비하고 있다. 바람따라 멀리멀리 가고 싶은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부숭부숭한 엉겅퀴 열매 갓털 사이로 꼼지락거리는 게 있었다. 한 마리 쬐끄만 거미였다. 혹 이 녀석은 엉겅퀴 열매를 낙하산처럼 이용해서 멀리멀리 가려는 게 아닐까.

 

백두산 꽃산행 갔을 때의 일이다. 원지(園池)라고 하는 습지의 입구에서 거미들을 만났다. 새끼손톱만한 거미 수 십 마리가 호랑버들 잎사귀에서 재재발거리며 놀고 있었다. 거미는 그렇게 놀다 바람이 세게 불면 입에서 거미줄을 길게 내뽑아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간다고 했다.

 

시꺼먼 하늘이 입을 크게 벌리고 거미줄 같은 비를 주룩주룩 내뻗고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바람도 부는 날이면 그 거미들 생각이 나고 그 녀석 흉내내 입을 조므랗게 벌려보지만 나오는 건, 한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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