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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등록일:2013-08-01, 조회수:958
이굴기의 1분 영상 - 이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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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재편할 수도 있겠다. 그는 오늘 아침에 호박을 먹은 사람. 한 숟가락 잘람잘람 된장국을 떠먹을 때 호박 한 조각은 포함되었을 것이다. 현명한 주부라면 된장만으로 된장국을 끓이진 않았을 터. 비록 아직 눈치를 못챘을지라도 그가 오전을 견딘 기운이 실은 호박의 달큰한 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아침을 건너뛴 사람. 오늘 저녁에는 막걸리집에서 약속이 있다. 막걸리에 어울리자면 우선 모듬전이 놓이겠지. 젓가락으로 호박전 하나 집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모듬전 소쿠리에서 호박전이 실은 가장 빨리 사라진다.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사람치고 이틀 내내 호박 한 조각 섭취 안하기란 정말 어려운 노릇일 것이다.
 

 

어디 호박만이랴. 호박꽃이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다. 호박은 혼자 사는 법이 없다. 얼크러설크러져 있다. 무더기 지어 있는 줄기와 잎의 호위를 받으며 꽃들이 피어난다. 그 꽃에도 두 종류가 있으니 암꽃과 수꽃. 수꽃에는 수술이 조옷처럼 푹 튀어나와 있다. 우리가 먹는 호박의 열매는 암꽃에서만 달린다.
 

 

고향 외가에 가서 아침 산책을 나서는데 호박이 자꾸 따라왔다. 발이 없는 데도 걸음이 나보다 빨랐다. 어느 새 저 만큼에서 호박은 여기저기 노란 꽃들을 활짝 벌리고 있었다.
 

 

이 호박꽃을 두고 우주의 배꼽이라 한들 누가 감히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호박(박과) : 북아메리카에서 유래한 일년초. 덩굴성 식물. 탐스럽고 먹음직한 열매를 낳는다.

(호박꽃 수꽃 -위.호박꽃 암꽃-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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