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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쪽 | 기후재난시대를 살아내는 법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더 깊숙이 침투하는 기후변화의 현장을 고발하다

이수경 지음


코로나19라는 위기는 구멍숭숭한 사회 안전망에서 벗어난 이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사회의 약점을 증폭시키고 그곳으로 약한 자를 끌어들인다. 노인, 여성뿐 아니라 아동,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모든 사회적 약자가 코로나19로 빈곤의 고통을 더 크게 겪는다. 위기에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 많이 일자리를 잃고 더 빠르게 소득이 준다. 위기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혜택도 줄어든다. 공공병원이나 학교, 노인복지센터나 장애인 복지센터,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등이 문을 닫으면 사회적 약자는 민간병원이나 학원 등을 이용할 여력이 없다. 중앙정부의 효율적인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위기관리정책에서 지역마다 다른 여건과 자원이 고려될 여지는 사라진다. 위기는 불평등을 가중시킨다.


이렇듯 재난은 사회의 약한 고리에 더 깊숙이 침투한다. 코로나19로 위기가 드러난 곳이 우리 사회의 약점이다. 코로나19와는 비교가 안 될 재난이 예고돼 있다. 아니 이미 그 재난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기후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기후변화는 기상이변은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더 자주 더 심각하게 일으키고 있다. 또 기후변화대책에서 빠질 수 없는 산업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물론 기후대책도 사회적 약자에겐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재점검하는 것이 기후변화시대를 견뎌내기 위한 혹은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


기후변화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2℃ 지구평균 기온이 상승하여도 아니 그 두 배쯤 기온이 상승하여도 아마 인류는 아마도 수천 년에서 수만 년까지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수자원의 부족으로 인류가 살 만한 땅은 더 좁아지고 인류가 먹을 양식은 훨씬 덜 생산될 것이고 폭풍우, 산불, 해일 등으로 더 많은 사고에 노출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전쟁이라면 코로나19는 그 전쟁에서 쓰인 하나의 총알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는 코로나19 겨우 3년 동안에도 인류 전체가 먹고 남을 식량이 있는 현재에도 식량난으로 폭동이 일어나고 난민이 발생하고 전쟁 위험이 수직 상승했다. 인류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에게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이 줄기 전에, 태풍과 해일이 덮치기 전에, 국경선을 넘는 난민이 늘고, 수자원, 에너지자원을 둘러싼 국가간 분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가장 많은 희생자는 기상이변에 의해서도 식량 고갈에 의해서도 감염병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재난이든 결국 재난을 재앙으로 만드는 것은 자원이 고갈되기도 전에 시작되는 자원을 둘러싼 경쟁, 그리고 전쟁이다. 경쟁을 통해 생존하는 방식을 고수하겠다면 기후변화 시대의 가장 많은 희생자는 전쟁터에서 나올 것이다. 벌써 20년 전부터 영국, 미국 등에서는 기후전략보고서가 쏟아져나왔다.


(…)


애덤 매케인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마지막 장면이 내가 기대하는 기후변화시대를 사는 우리의 마지막이기를 소망한다면 너무 비관적일까? 아니면 너무 희망적일까? 〈돈 룩 업〉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분명하고 명백한 상황에서도 문제해결의 의지는 없이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느라 시간과 기회를 모두 놓쳐버린 정계와 재계, 언론, 과학계의 좌충우돌을 그린 블랙코미디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과 무능력을 꼬집은 이 영화는 결국 모든 기회를 잃은 인류가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갖고도 혜성의 충돌을 막지 못하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혜성충돌과 인류멸망이라는 비극 속에 이 영화는 하나의 희망의 싹을 심어둔다. 충돌의 그 순간 주인공이 자리한 곳은, 눈꼽만한 기회라도 1초라도 더 살기 위해 옆 사람을 사지로 밀어넣는 아귀다툼 속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공동체와 마지막 음식을 나눌 식탁 앞이다. 혜성충돌도, 기후변화도, 막을 기회를 다 놓쳐버려도 적어도 인간답게 문명인답게 마지막을 맞을 기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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