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번에 첫 책 『사랑과 법』을 출간하셨는데요, 우선 독자들에게 자기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A. 직업적으로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약 18년 동안 검사로 일했고, 현재는 변호사인 법조인이고, 사회보장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직업과 관계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전부터, 걷기와 만화/소설/시/드라마/영화 보기와 때때로 글쓰기를 좋아하고,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Q. ‘사랑과 법’이라는 중요한 두 단어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뭔가 선언적인 느낌도 들고요. 서로 동떨어져 보이는 이 단어들을 책제목으로 삼은 까닭이 궁금합니다.
A. 어느 날 그때까지의 제 삶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뭘까 생각하니 먼저 법이 떠올랐습니다. 법은 생계 유지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명확했지요. 그런데 사랑은 얼른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 일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니, 부모, 친구, 동료, 남편, 아이들 등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 덕분으로 제 일상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그 도움들을 추상화하니, 사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랑과 법이 삶을 지탱하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조인처럼 법을 직접적인 생계 수단으로 삼지 않더라도, 근로기준법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토대를 구성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이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처럼, 법은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사랑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그 구체적인 모습은 다르겠지만, 역시 그 구체적인 모습들을 추상화하면 사랑으로 귀결되겠지요.
책의 제목도, 책을 구성하는 일곱 편의 글 제목도 모두 ‘~과~’라는 형식을 사용하였는데, 일견 상관없어 보이는 두 가지가 병렬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구조를 좋아합니다. 그런 구조가 각각에 대해서는 물론, 그 둘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Q. 17년 7개월 동안 검사로 일하면서 ‘남의 일’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이 ‘나의 일’이 되는 과정을 다양한 주제로 풀어내셨다고 했습니다. ‘남의 일’이 ‘나의 일’이 되는 과정을 ‘역지사지’와 ‘공감’, ‘감응’의 과정이라고 달리 말해도 될까요?
A. 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일에 대해서 역지사지 내지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일이 아닌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일단 나의 일이 되면 생각의 깊이나 정도가 달라지게 되므로, 남의 일이 나의 일로 되는 과정을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최대치의 역지사지/공감/감응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일목요연한 구성의 차례도 눈에 띄는데요. ‘변사, 책임, 사기, 학대, 합의, 중독, 시효’를 주제로 일곱 편의 글을 쓰셨습니다. 특별히 이 소재들을 선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특별히 ‘선정’하지는 않았고, 자연스럽게 쓰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위 주제들은 검사에게는 매우 일상적인 업무이거나 많이 다루는 사건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그에 관한 생각이 축적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일상적인 업무나 많이 다루는 사건인 경우 오히려 무뎌져서 관성적으로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일한 시간이 길고 사건도 많다보니, 잊혀지지 않는 경험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런 경험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처럼 위 주제들을 이끌어냈다는 생각도 듭니다.
Q. 법조 관련 내용 사이사이에 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요소가 풍성하게 등장합니다. 이 요소들은 작가님의 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평소 문화예술 방면 자료들도 즐겨 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A.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대답을 드리면, ‘문화 예술 방면’이라고 하니 좀 거창하게 들리는데요, 실제로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만화, 소설, 시, 드라마, 영화 등 활자 및 영상 매체를 즐겨 봅니다. 단 제 기준에서 ‘재미’있는 것만요. 재미를 느끼는 분야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것 같은데, 어떤 장르든 재미를 주는 것은 어떤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보르헤스의 『픽션들』과 아라카와 히로무의 『강철의 연금술사』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 모두 똑같이 재미있고,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답을 드리면, 그런 요소들이 법을 좀 더 쉽게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요소들이 없어도 이 책의 내용이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보통 법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법은 최소한의 도덕 내지 상식’이라는 말처럼 법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에 대한 판단은 법뿐만 아니라 소설, 드라마,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런 분야에서 제기하는 문제의식의 최소한이 법으로 규범화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검사를 그만둔 후 두 달 만에 이 책을 쓰셨습니다. 대학 재학중에 대학신문 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로도 계속 생각을 품고 있었을 만큼 글쓰기에 대한 갈망과 그 능력 또한 상당하신 것 같아요. 글쓰기는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대부분 업무로서 글을 써왔지만, 업무라 하더라도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걸 ‘매력’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많이 고민했던 사건일수록 마지막에 결정문을 작성할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명시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검사를 그만둔 후 그 때까지의 제 삶을 일단락 짓는 의식으로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쓰면서 그때까지의 제 삶과 제게 중요한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고, 동시에 비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갈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의 집필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또 들려주실 예정인지요?
A. 이 책처럼 특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법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의 여러 현상과 관련된 법을 ‘사회와 법’이라는 책으로, 법이 적용되는 주체를 기준으로 해서 ‘사람과 법’이라는 책으로 구성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제가 아동학대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아동학대에 관한 법령이나 판례, 연구 결과 등을 학위논문이나 학술지 게재 논문보다는 좀 더 읽기 쉬운 형식이나 내용으로 쓰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된 꿈처럼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사실 이 책을 쓰고 나서 쓴 소설이 있는데, 궁리에서 소설을 출판하지는 않으시죠?^^;)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A.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순간 글쓴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인 매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책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나 의미를 느낄지, 그 재미나 의미가 제가 생각한 것과 같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래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면 ‘일단 읽어주세요!’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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