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10년차 생계형 번역가 노승영입니다. 얼마 전에 작업한 재미있는 만화책과 대조적으로 어렵고 딱딱한 책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Q ∥ 그래픽노블 『작은 딱정벌레의 위대한 탐험』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신다면요? A ∥ 저자 제이 호슬러의 스토리텔링 실력에 물이 오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조 신화, 지배층의 음모, 과학과 종교의 대결, 미지의 생명에 대한 탐구 등을 흥미진진하게 버무렸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딱정벌레 루시가 (자신에게 세상의 전부이던) 오아시스 밖 생명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Q ∥ 번역 과정에서 힘든 점이나 재미있었던 일은 없었나요? 단행본 작업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셨나요? A ∥ 만화 번역이 처음이어서 원문과 번역문을 어떻게 짝지어줘야 하는 고민하다 말풍선에 번호를 달았는데, 나중에 그래픽노블 전문 번역가에게 물어보니 자신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신기했습니다. 호슬러는 말장난을 너무 좋아해서(작중에서는 래프가 말장난 전담이죠) 기회만 생기면 언어를 비트는데 이걸 한국어로 ‘웃기게’ 옮기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관계가 바뀌면서 전까지는 반말을 쓰다가 갑자기 높임말로 바꿔야 하는 부분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Q ∥ 본문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이야기해주세요. A ∥ 포투리스속 암컷 반딧불이가 래프를 꾀어 잡아먹으려다가 혼쭐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장면을 읽은 독자는 앞으로 포투리스속과 포티누스속 반딧불이의 차이를 헷갈리지 않을 것 같아요.
Q∥본문 캐릭터 가운데 가장 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베스트와 워스트를 뽑는다면요?
A∥ 가장 정이 가는 인물은 모시입니다. 묵묵히 탐사대를 수호하는 듬직한 헤라클레스장수풍뎅이입니다.
가장 밉살스러운 인물은 오언 교수 하나뿐이네요. 이 작품의 유일한 악역이죠.
실체로 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은 찰스 다윈의 숙적이기도 했고요.
Q∥ 독자들이 어떤 면에 주안점을 두고 이 책을 보면 좋을까요?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나요?
A∥ 과학 만화이긴 하지만 과학은 잊고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무엇보다 모험 이야기이고
감동적인 결말도 있으니까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어른인 제가 읽어도 재미있었거든요.
저도 증정본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읽으려고요.
Q∥ 과학 분야 다수의 책을 번역해오고 계십니다. 선생님만의 번역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저자가 왜 이렇게 썼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편입니다. 단순한 표면적 의미가 아니라
저자의 의도와 전략을 간파하면 그런 의도와 전략을 한국어에서 어떻게 구사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거든요.
생존 저자인 경우는 궁금한 게 있을 때 이메일로 문의합니다. 이 책의 저자 호슬러와도 7번가량 메일을 주고받았더군요.
Q∥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꼽는다면요? 이 책과 관련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 있다면요?
A∥ 잡식성이어서 아무 책이나 좋아합니다. 도서관 신착도서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게 삶의 낙이랍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일단 호슬러의 전작들을 찾아 읽어보세요. 『꿀벌가문 족보제작 프로젝트』,
『눈썹진드기 우상탈출 프로젝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진화』가 국내 출간되어 있습니다.
『전략의 귀재들, 곤충』도 흥미로운 책이니 추천 드립니다.
Q∥ 번역 작업 외에도 다양한 서평 등 칼럼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혹, 앞으로 집필하고 싶은 책의 주제가 있다면요?
A∥ 여러 번 제안을 받긴 했는데, 당분간은 번역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가 잘 쓸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면 책을 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Q∥ 끝인사 겸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지금까지 10년 동안 50권을 번역했는데 앞으로 10년 동안 50권을 번역하여 100권을 채우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제 번역서와 궁리의 책들을 꾸준히 사랑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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